“코로나로 멈춘 놀이동산의 행복시간 음악으로 되살린다” 서울국제음악제 23~30일 개최

개막음악회서 ‘류재준의 교향곡 2번’ 초연
폐막공연서 첼리스트 12명의 매머드 연주

박정옥 기자 승인 2021.10.14 08:17 의견 0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13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SIMF)’ 기자간담회에서 음악회를 소개하고 있다. Ⓒ오푸스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즐기고 누렸던 것들을 모두 놓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음악제에는 펜데믹 이전에 그렇게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향수와 바람을 담았습니다.”--류재준 예술감독

“갑자기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살아있는 작곡가의 곡을 초연하는 것은 기대감이 크지만 두렵기도 합니다.”--소프라노 임선혜

“12대의 첼로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안정적인 저음으로 콘서트장을 채울 수 있어요. 또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흡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첼리스트 김민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류재준, 소프라노 임선혜, 첼리스트 김민지가 13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SIMF)’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음악제에 대한 기대와 셀렘을 밝혔다.

제13회 서울국제음악제는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7일간 ‘놀이동산(Amusement Park)’을 주제로 펼쳐진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의 평범한 삶이 송두리째 바뀐 요즘,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놀이동산에서의 하루가 더욱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추억이 빛나는 그때의 기쁨을 소환하는 음악회가 열리는 것이다.

서울국제음악제는 머지않아 다시 이 행복의 순간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다양한 테마와 그에 맞는 음악으로 채워진 일곱 차례의 공연은 코로나 시대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놀이기구를 7번 즐기듯이 페스티벌 속 각각의 콘서트 안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 10월23일 개막음악회 ‘종소리’...류재준의 교향곡 2번 연주

소프라노 임선혜가 13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SIMF)’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푸스


작곡가 류재준의 음악은 고전적인 양식에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지금 우리 시대에 공명하는 인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는 개막음악회 ‘종소리’에서 연주할 ‘교향곡 2번’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는 음악 언어를 활용해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나눈다.

그가 ‘나의 영웅’이라고 칭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품보다도 큰 다섯 명의 독창자와 합창, 그리고 3관 편성의 대관현악단으로 편성됐다. 특히 소프라노 임선혜·이명주,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국윤종, 베이스 사무엘 윤으로 구성된 최정상의 솔리스트들은 거대한 삶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류재준은 “‘교향곡 2번’을 통해 팬데믹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시대가 지난날에 누렸던 소중한 일상에 대한 열망을 전하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곡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가사로 하는데, 소네트는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해서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을 때 셰익스피어에 의해 편찬됐다. 그렇기에 소네트에서는 오늘날의 아픔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관객들은 노래에 공감하면서 그로 인해 위로를 느끼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류재준의 ‘교향곡 2번’은 오는 23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음악회 ‘종소리’에서 초연된다. 핀란드 사본리나 오페라 축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랄프 고토니가 지휘봉을 잡는다. ‘음악가들이 존경하는 음악가’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이끌 무대는 벌써부터 설렌다.

지난해 최강 솔리스트들로 구성돼 화제가 됐던 SIMF오케스트라가 올해는 백주영 악장을 중심으로 더 화려하고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세계 주요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솔리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내는 음향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다. 작년보다 커진 규모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합주력은 공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솔리스트들의 오케스트라에서 솔로로 나서는 연주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 시대의 대표적 호르니스트로 불리는 라도반 블라트코비치가 R.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그리고 ‘교향곡 2번’은 국립합창단과 수원시립합창단도 힘을 보탠다.

● 10월30일 폐막음악제 ‘회전목마’...첼리스트 12명이 펼치는 화합의 선율

첼리스트 김민지가 13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SIMF)’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소프라노 임선혜. Ⓒ오푸스


10월 30일(토)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폐막 음악회 ‘The 12 Cellists -회전목마’도 매머드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20대부터 70대까지를 아우르는 세계적 첼리스트 12명이 준비한 무대는 세대와 국가를 넘나드는 화합을 의미해 더욱 뜻 깊다.

첼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콤비네이션이다. 첼로는 홀로 있을 때도 매력적이지만 모여서 합을 맞출 때 엄청난 질감을 내뿜는다. 폐막공연 ‘회전목마’에서는 그런 장대함과 중후함으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프로그램 또한 기념비적이다. 첼로 레퍼토리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류재준이 편곡한 ‘12대의 첼로를 위한 콘체르탄테’를 초연한다. 또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탱고 음악의 혁명가 피아졸라의 ‘사계’를 제임스 배럴릿이 위촉편곡한 작품으로 선보인다.

이밖에도 율리우스 클렌겔의 ‘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 에이트로 빌라 로보스의 ‘소프라노와 12대의 첼로를 위한 브라질풍의 바흐 5번’(소프라노 이명주 협연), 아르보 페르트의 ‘형제들’을 연주한다.

12명의 첼리스트는 아르토 노라스, 드미트리 쿠조프, 양성원, 송영훈, 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 김민지, 마야 보그다노비치, 장우리, 이상 앤더스, 안드레이 이오니처, 이상은, 이경준이다.

● SIMF오케스트라 멤버들 유닛 출연 실내악 시리즈도 세 차례 준비

예술감독 류재준, 소프라노 임선혜, 첼리스트 김민지가 13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홀에서 ‘2021서울국제음악제(SIMF)’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푸스


이밖에도 10월 24일(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빅터&루이스 델 발레 (피아노 듀오)·김영윤(퍼커션)·심선민(퍼커션)이 ‘연결, 만남’ 무대를 선보이고, 10월 25일(월) 오후 7시 30분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신진 음악가 초대석으로 피아니스트 유성호가 ‘어린왕자’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연다.

SIMF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유닛으로 출연하는 품격 있는 실내악 시리즈도 세 차례 준비했다. ‘깊은 숲속에서(10월 26일 오후 7시30분 예당 IBK챔버홀)’ ‘시냇물’(10월 27일 오후 7시30분 예당 리사이틀홀) ‘신비로운 놀이동산(10월 28일 오후 7시30분 예당 IBK챔버홀)’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특색 있는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남상봉에게 작곡위촉한 ‘기묘한 놀이공원’은 10월 28일 공연에서 초연된다.

첼리스트 김민지는 실내악 시리즈에 대해서 “연주되는 많은 곡에 첼리스트가 2명씩 들어간다. 한 악기는 저음을 더 풍부하게 담당할 수 있고, 다른 악기는 아름답고 따뜻한 소리를 낼 수 있어 편성이 풍부하다. 두 대의 첼로가 전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국제음악제는 올해 예술의전당과 함께 종이 줄이기 캠페인을 벌인다. 홍보물과 프로그램북은 온라인으로, 곡 정보는 무대 스크린을 통해 제공한다. 아울러 모든 공연 시작 20분 전에는 음악평론가, 작곡가가 곡목과 연주자에 대해 설명하는 프리렉처가 진행된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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