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아버지의 부재’...소리꾼 이희문 자전적 음악극 ‘강남오아시스’ 공연

3부작 시리즈 첫 무대 2월18~20일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 무대에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2.07 14:21 의견 0
소리꾼 이희문(왼쪽)과 흑인음악 기반의 3인조 프리연주 밴드 ‘까데호’는 2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강남오아시스’를 공연한다. Ⓒ이희문 컴퍼니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경기민요 이수자인 이희문에게 있어 유년시절이란 ‘아버지의 부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때 형성된 자아는 그의 예술세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음은 상처가 아닌 예술의 원천이 됐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만의 오아시스였음을 발견했다.

장르간 융합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는 소리꾼 이희문은 이런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1인 음악극 ‘강남오아시스’를 오는 2월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사흘간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공연한다. 민요를 시작하기 이전인 20대까지의 삶을 3부작으로 그려내는 ‘강남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다.

그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머니는 경기민요 명창으로 유명한 고주랑이지만 정작 고교 시절에 마돈나와 마이클잭슨의 노래를 들으며 가수를 꿈꿨다.

소리에 빠져든 것은 27세인 2003년부터. 도피성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뮤직비디오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때 소리꾼 이춘희 선생이 민요를 한번 불러보라는 권유로 시작했다.

그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가족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며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똑같은 주제를 다뤄도 매번 새로운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책, 영화, 공연 등 가족에 대한 작품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강남오아시스’는 이희문만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관객들에게는 각자의 아버지 또는 가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분장과 퍼포먼스는 사라졌고 그의 깊은 곳에 있던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담하게 노래로 풀어낸다.

아버지의 부재가 이희문의 오아시스임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이희문 컴퍼니 관계자는 “코로나로 고단한 삶 속에서 이번 ‘강남오아시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들만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격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희문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콘서트 형식이 주를 이루는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카바레 형식을 차용한 이야기극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희문이 직접 작품의 시놉시스 및 작창(기존 민요에 새로운 가사를 덧씌워 부르는 곡)에 참여하는 첫 작품으로, 그만의 예술세계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흑인음악 기반의 3인조 프리연주 밴드 ‘까데호’와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타리스트 이태훈, 베이시스트 김재호, 드러머 김다빈으로 구성된 까데호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략의 구성과 마디수만 정해져 있을 뿐 매 순간의 연주가 다르다. 코드의 진행도, 주법도, 쪼개지는 비트도 다르다. 라이브 묘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까데호의 프리연주와 정해진 형식 속에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이희문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조합의 신작 ‘강남오아시스’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나올 지 더욱 궁금해진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강남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강남오아시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기획시리즈 ‘컨템포러리 S’를 통해 오는 10월 최종 완성된 작품으로 공연된다. ‘강남오아시스’는 전석 5만원으로 세종문화회관 또는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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