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임동혁 “무대 아직도 두렵다...최대한 실패 안하려 꾸역꾸역 연습”

6집 음반 발매 맞춰 전국투어...“연주 때마다 수명 50일 줄어드는 듯”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3.19 10:24 의견 0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아직도 두렵습니다. 지난 20년간 무대 공포증에 시달렸습니다. 한번 연주할 때마다 수명이 50일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꾸역꾸역’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38)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2년 9월 LG아트센터에서 쇼팽, 슈베르트, 라벨을 연주하며 국내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이에 앞서 8월에는 EMI(현 워너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했다. 당시 그의 공연장은 휴대전화로 연주 모습을 담으려는 관객으로 가득 찼고, 사인회에는 ‘오빠부대’가 구름처럼 몰렸다. BTS 부럽지 않은 클래식 아이돌이었다.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크레디아


임동혁은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무대에서 떨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너무 부럽다”며 “만약 악마가 ‘실력 이상을 주겠다’가 아니라 ‘갖고 있는 실력까지만 매번 발휘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 영혼을 팔 것 같다”고 했다. 최고를 향한 음악가의 숙명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음악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콩쿠르 입상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이다”라며 “음악적으로 더 깊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더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신체 능력이 퇴화하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한다. 노쇠는 어차피 숙명인데 계속 이를 경계하면서 신체적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부분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술과 담배를 꼽았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 끊을 수도 없다”면서 “40대가 되면 자기 관리를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노쇠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열망이 넘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10대까지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는데, 20∼30대는 더 빨리 지나갔다. 40대를 바라보는 지금은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동혁은 어릴 때부터 천재로 통했다.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형 임동민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 부소니와 하마마스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임동민과 공동 3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 등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편파 판정’이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임동혁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대해 “어쨌든 여왕이 주는 상을 거부한 음악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이너스였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거부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임동혁은 최근 6집 앨범을 선보였다.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 ‘20번 A장조 D.959’와 ‘21번 B플랫장조 D.960’’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녹음했다.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왜 지금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앨범을 발매했냐는 질문에 “어떤 곡을 녹음하겠다고 목표를 잡지 않는다. 결혼도 딱 알맞은 사람이랑 하는 게 아니라 알맞은 시기에 앞에 있는 사람이랑 하는 것과 같다. 어쩌다 보니 이 곡을 치게 됐고,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디를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연주 녹음을 남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임동혁은 슈베르트에 대한 특별함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많은 작곡가 중 슈베르트가 가장 잘 맞는 옷이며 큰 일체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애정’보다 ‘애증’이 더 크다고 했다. “저 자체는 낭만적인 사람에 가깝다”면서 “슈베르트는 제가 천성적으로 갖지 못한 클래식한 부분을 갖고 있어 동경한다”고 했다.

슈베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크레디아


임동혁은 데뷔 20주년과 6집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전국투어에도 나선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3월 18일), 성남아트리움(13월 9일), 남한산성아트홀(5월 12일), 울산현대예술관(5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5월 24일), 아트센터인천(6월 1일)에서 공연한다.

“정성을 들여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30대 임동혁의 소나타는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의 연주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듣고 질타나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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