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혁 “쇼팽 발라드! 가장 애착 가는 곡 작정하고 연습하고 해석했다”

음반 발매기념 4월29일~6월18일 전국 8개 도시 리사이틀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4.18 18:28 의견 0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여섯 번째 앨범 ‘발라드’ 발매기념 전국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일반적으로 쇼팽 음반을 낼 때는 프렐류드와 스케르초 등 가벼운 곡을 먼저 발표합니다. 그리고 체급을 높여 발라드와 소나타에 도전하지요. 하지만 그런 순서를 따르지 않았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먼저 발매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여섯 번째 앨범 ‘발라드(Ballades)’를 내놓고 전국 투어에 나선다. 쇼팽의 ‘발라드 1번~4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담았다. 이를 기념해 4월 29일부터 6월 18일까지 제주, 천안, 진주, 여수, 서울, 울산, 전주, 강릉 등 8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서울 공연은 6월 8일(수)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는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녹음은 2019년에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 6개월 늦게 선보이게 됐다”라며 “시간이 지나 음반을 들어보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앨범 재킷 사진이 3년 전 것이라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라며 옥에 티를 아쉬워했다.

조재혁은 ‘아이 러브 쇼팽’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쇼팽은 피아니스트로서 꼭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의 음악 세계는 파고 들면 들수록 너무 깊고 좋다. 그래서 정말 작정하고 연습하고 해석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했다”고 고백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여섯 번째 앨범 ‘발라드’ 발매기념 전국투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그러면서 “보통 발라드 4곡을 한 앨범에 담지 않는 이유는 곡의 색이 너무 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라드 2번은 어렸을 때부터 쳤고, 3번은 대학교 1학년 때 실기시험 때 연주한 뒤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또한 소나타 3번은 평생의 과업과도 같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곡을 먼저 음반 컬렉션에 넣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재혁은 이날 발라드 1번을 맛보기로 연주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주인공 슈필만(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이 독일군 장교 앞에게 들려주었던 곡이다.

조재혁은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면서 단순한 녹음이 아닌 공연의 ‘라이브’처럼 음악을 담아내려고 애썼다. 곡을 여러 개의 짧은 구간으로 나누어 여러 번 반복해 녹음한 뒤 떼어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했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하는 음악을 녹음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을 앨범에 실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전체 구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것이 쇼팽이 추구하고자 했던 음악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사흘에 걸쳐 이루어진 녹음은 ‘베토벤홀’이라고도 불리는 독일 하노버의 유서 깊은 라이프니츠 홀에서 진행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첫 음반도 여기서 녹음했다. 음반 작업에는 ‘어벤저스’가 힘을 보탰다.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마이클 파인과 세계적인 톤마이스터(녹음 엔지니어) 최진이 참여했다. 든든한 지원군 덕에 엑설런트 사운드를 뽑아냈다. 조재혁은 “좋은 버전이 너무 많아 마이클 파인이 무엇을 골라야할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여섯 번째 앨범 ‘발라드’ 발매기념 전국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진행을 맡은 목프로덕션 이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프로덕션


조재혁은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지난달 29일부터 최근까지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에서 투어 공연을 했다. 팬데믹 탓에 관객이 찾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성공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청중들이 안오는 경우가 많고, 관객 100명 앞에서 콘서트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매진됐습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져 감동을 받았죠. 쇼팽의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재혁은 ‘흑역사’도 공개했다. 스물일곱살 때였다. 콩쿠르에 나갔다하면 ‘광탈’이었다. 무수히 떨어지면서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접고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날벼락이 떨어질 줄 알았지만 부모님은 담담히 “네 뜻대로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의사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앞으로 꼬박 10년을 더 공부해야할 것 같아 변호사 시험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18일 여섯 번째 앨범 ‘발라드’ 발매기념 전국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조재혁은 “그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번 주어진 세상인데 해보고 싶은 거 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음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면이 더 단단해졌다. 그는 “박사과정에 진학한 후 배짱이 생겼다. 이전에는 남을 위해 음악을 했다면 그때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음악을 하게 됐고, 신기하게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줬다”고 돌아봤다.

독일 3개 도시에 이어 국내 8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조재혁의 첫 대장정 리사이틀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세계 주요 공연장을 누비던 그가 이제야 한국 투어에 나서는 ‘역주행 콘서트’에서 쇼팽의 매력을 흠뻑 선사할 것이다.

“청중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음악회에 오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제가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건 늘 진심입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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