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때 세계 놀라게 한 두 천재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서 케미 뽐낸다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12월20일 서울공연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2번’ 등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11.02 17:13 의견 0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코로나 때문에 사라진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상하려는 듯 많은 아티스트들의 연말 공연 소식이 들려온다. 엔데믹 후 처음 맞이하는 성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의 주인공은 바로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rchestre Philarmonique de Strasbourg·OPS)’다.

스트라스부르는 파리 다음으로 국제회의와 심포지엄이 많이 열리는 프랑스 제2의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크리스마스의 수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에 위치한 지역으로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국경 지역이라는 특성상 반복되는 전쟁 속에서 아픈 역사를 써왔지만,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은 프랑스와 독일의 색채를 동시에 흡수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베를리오즈, 브람스, 생상스, 말러, 바그너, 슈트라우스, 레거, 당디, 불레즈, 루토슬라브스키, 펜데레츠키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지휘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2017년 첫 내한공연 때 전임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현 브레멘 필 음악감독)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명료함, 절제, 풍요로움이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유연함, 기교, 정교함과 결합돼 있는 오케스트라다”라고 말했다. 2020년 두 번째 방한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다.

서울 공연은 오는 12월 20일(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16일 성남, 18일 진주, 19일 안동에서도 음악팬들을 만난다.

아지즈 쇼하키모프가 지휘하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이번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공연의 관람 포인트는 두 명의 천재다. 18세의 나이로 모국인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에 오르고, 2010년 21세의 나이에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아지즈 쇼하키모프가 지휘봉을 잡는다.

협연자로는 22세의 나이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전 대회 역사상 단 세 명에게만 주어졌던 그랑프리를 네 번째로 수상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함께 한다. 진주 공연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한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과 아지즈 쇼하키모프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 2017,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고, 2021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170년 전통의 오케스트라 제15대 수장이 됐다.

198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쇼하키모프는 6세에 영재들을 위한 우스펜스키 음악 학교에 입학해 바이올린, 비올라,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열세 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했고 같은 해 부지휘자로 임명됐다. 그리고 2006년 18세의 나이로 상임 지휘자가 됐다. 이듬해에는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페라단에서 첫 오페라인 비제 ‘카르멘’을 지휘했다.

그는 2010년 밤베르크에서 열린 권위 있는 지휘 콩쿠르인 구스타프 말러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경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상은 그에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오케스트라와 같은 음악계 유력 오케스트라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6년 8월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했다. 2년 후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프닝 콘서트를 지휘했다.

2017년부터 쇼하키모프는 터키 테크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9년 터키 이스탄불 뮤직 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를 조성진과 함께 장식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RAI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휴스턴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

한국 무대에는 지난 8월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와 내한해 서울시향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연주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오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미국의 ‘팡파르’ 매거진이 ‘리스트의 환생’이라고 극찬했던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프랑스 피아니스트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역사를 통틀어 그랑프리를 수상한 연주자는 네 명에 불과하다. 1994년 히블라 게즈르마바(소프라노), 2011년 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 2015년 아리운바타 간바타(바리톤)에 이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전부터 캉토로프는 이미 주목을 받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주를 시작해 불과 16세에 낭트의 라 폴 주르네 페스티벌에서 데뷔했다. 그 이후로 그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정기 연주를 포함해 세계의 많은 주요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다.

지난 시즌에는 파리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프랑스 툴루즈 국립 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과 연주했다.

한국에는 올해 4월 최초의 리사이틀을 위해 방문했고, 7월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에 다시 출연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다.

꾸준히 음반도 선보이고 있으며 그의 가장 최근 녹음(브람스 작품집)은 2022년 디아파종 도르를 수상했다. 직전 두 앨범인 생상의 협주곡 앨범과 브람스, 바르톡, 리스트 피아노 작품집은 각각 2019년 및 2020년 올해의 디아파종 도르와 쇽 드 클라시카를 모두 수상했다.

브람스, 바르톡, 리스트 작품집은 그라모폰지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됐다. 그의 초기 ‘러시아 방식(À la Russe)’ 리사이틀 녹음은 2017 쇽 드라네(Choc de l'Année, 클라시카), 디아파종 데쿠베르트(Diapason découverte, 디아파종), 슈퍼르소닉(Supersonic, 피치카토) 및 씨디 데스 도플모나트(CD des Doppelmonats, 피아노뉴스)를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전문 비평가 협회에서 ‘올해의 음악적 계시’로 선정됐다. 2020년 ‘음악의 승리상(Victoires de la Musique Classique)’에서 ‘올해의 녹음’과 ‘올해의 기악 솔로이스트’ 두 부문에서 수상했다.

내한공연 프로그램은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쇼하키모프, 캉토로프가 12월 8일과 9일 스트라스부르 뮤직 앤 콩그레스 팰리스에서 펼치는 공연과 동일하다. 크리스마스라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해 입체적 색감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으로 무대를 연다.

이어 캉토로프에게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우승을 안겨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올해만 해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지만 상대적으로 협주곡 2번은 드물게 연주되는 편이다.

1번 만큼이나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함을 가지고 있지만 연주가 만만치 않아 쉽게 선택되지 않는다. 실제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다른 파이널리스트들이 모두 1번을 선택해지만 캉토로프는 2번을 택했다.

협연 후 후반은 각 악기의 음색을 겹겹이 느낄 수 있는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이 연주된다. 19세기 말 후기 낭만에서 초기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표현력과 색감을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스트라스부르 필의 연주로 들려준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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