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잉키넨 음악감독 “첫 시즌 만족...우리만의 색깔 만들어가겠다”

취임 1년 기자회견 “단원들의 열린 자세 최고 장점”

민은기 기자 승인 2022.12.22 00:52 | 최종 수정 2022.12.22 08:14 의견 0
KBS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가운데)과 한창록 사장(왼쪽)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과 색깔을 공고히 만들어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어떤 객원 지휘자가 와도 우리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첫 시즌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KBS교향악단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내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듣고 반응하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완벽히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지속해서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출신으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지휘를 공부한 뒤 ‘프로’ 지휘자로 활동해온 잉키넨 감독은 지난 1월 KBS교향악단의 제9대 지휘자로 취임해 3년 임기 중 1년을 보냈다.

20일 KBS교향악단 재단 출범 10주년을 겸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회견에서 그는 “불확실했던 시기를 지나 말러 7번 교향곡 등을 잘 연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 어떤 객원지휘자가 오더라도 우리의 색깔을 잃지 않고 명확한 스타일과 목소리를 가져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BS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왼쪽)과 한창록 사장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지난 1년간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전임자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전통은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는 거죠. 저는 (핀란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전통을 쌓아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잉키넨 감독은 올해 핀란드 거장 시벨리우스를 통해 자신의 DNA를 KBS교향악단에 새롭게 이식했다.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과 합창교향곡 ‘쿨레르보’ 한국 초연 등 고국 핀란드의 음악을 소개하며 정체성을 보여줬다.

“‘레민카이넨 모음곡’은 단원들 대부분 처음 연주했어요. 사실 기량보다는 이해의 문제에요. 시벨리우스 작품은 그의 생각을 더 이해하는데 노력해야 하죠. 거듭 설명하며 그 이해를 돕는 게 제 역할이에요. 악단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건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점이죠.”

힘든 시기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라며 “결과적으로 모든 공연을 잘 마쳤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지만 전 세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이 기뻐요. 나머지 시즌은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 음악을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나날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어를 기대하고 있죠.”

KBS교향악단은 내달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제786회 정기연주회로 신년 첫 무대를 마련한다. 말러 교향곡 5번과 함께 2018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의 협연으로 그리그 피아노협주곡 a단조를 들려줄 예정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은 올해 연주한 말러 교향곡 7번의 연장선이다.

잉키넨 감독은 내년 총 5번 무대에 서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월튼의 ‘교향곡 1번’을 거쳐 베토벤의 ‘교향곡 9번-합창’으로 마무리한다.

그는 새해에도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닐센, 힌데미트, 월튼 등의 음악을 소개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내년 선곡의 의미는 다양성, 변화, 그리고 작은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10월 26일 무대에 올리는 영국의 현대음악가 월튼 교향곡 1번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소회가 남다른 작품으로, 내가 세계무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작품이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때가 지휘자 과정 첫해였어요. 갑자기 오지 못하게 된 지휘자를 대신해 헬싱키 필하모닉에서 이 교향곡을 제안 받았죠. 밤새 수험생처럼 열심히 공부했고, 리허설을 잘 마쳤어요. 이후 몇 개월 후 또 기회가 왔고 콘서트를 끝낸 후 여러 에이전트 연락을 받으며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죠.”

잉키넨은 자신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바그너 작품들도 전문 성악가들을 섭외한다는 전제로 무대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그너 전문 가수들은 향후 10년 치 공연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지만 착실히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KBS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은 이밖에 내년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음반 발매, 단원 추가 모집 등을 계획 중이다. 잉키넨 감독은 “올해 단원 11명을 채용했는데 아직 호른과 트롬본 등 중요한 파트들이 공석이다”라면서 “좋은 분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무료 클래식 공연 플랫폼 ‘디지털 K-홀’을 오픈한 KBS교향악단은 이 플랫폼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 중 서비스하는 등 KBS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관객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KBS교향악단의 실황 연주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디지털 K-홀’에는 현재 500여 개의 음악 관련 영상이 올라와 있다.

KBS교향악단 한창록 사장은 “저희가 방송기반 교향악단인데 방송 활용이 그동안 충분치 못했다”면서 “유튜브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관객들의 접근성을 더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잉키넨 감독과 KBS교향악단이 함께한 지난 1년간의 여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내년 2월 KBS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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