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노르마’ 공연...7년 만에 오페라 자체제작

예술성·화제성 담은 2023년 기획 프로그램 공개
정경화·김봄소리 등 리사이틀...에센바흐 공연도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1.05 10:54 | 최종 수정 2023.01.05 10:56 의견 0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노르마’ 등 2023년 기획·주최 프로그램을 5일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예술의전당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올해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자체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케빈 커너 듀오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피아니스트 라피우 블레하츠 듀오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KBS교향악단 연주 등 특별 음악회가 연이어 관객을 만난다.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2023년 기획·주최 프로그램을 5일 공개했다. 올해는 예술의전당 내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된 1993년을 기점으로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고품격 문화행사들로 무대를 다채롭게 채운다. 음악당(콘서트홀·IBK챔버홀·리사이틀홀·인춘아트홀)과 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최초로 지어진 ‘순수예술 전용 극장’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순수예술 장르 위주의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고 본격적인 엔데믹 원년인 2023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이 대한민국 대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예술성 높은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했다”며 “공연·전시가 정상화됨에 따라 많은 관객들이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좋은 작품들을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용극장 본연의 역할 강화...극장별 특성 살린 순수예술공연 선보여

먼저 예술의전당에서 가장 늦게 1993년 오픈한 오페라하우스가 기획·제작하는 공연이 눈에 띈다. 10월 26일(목)~29일(일) 벨리니가 남긴 최고의 역작이자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84회나 주연을 맡은 오페라 ‘노르마’가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노르마’는 2016년 ‘마술피리’ 이후 오페라극장에서 7년 만에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하는 오페라다. 순수예술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예술의전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공연이다. 완성도 높은 연출과 월드클래스 성악가들의 절창으로 구성될 ‘노르마’는 리카르도 무티가 극찬한 소프라노 여지원이 노르마 역에 내정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8월 15일(화)~20일(일) CJ 토월극장에서는 지난 2019년 우수한 작품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토월오페라 ‘투란도트’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돌아온다. 5월 13일(토)부터 6월 4일(일)까지는 코로나19 등으로 잠정 중단됐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가 부활해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로 무대를 이어간다. 그간 굵직한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박정희가 연출을 맡았고, 배우 이호재·손상규·이자람·홍선우·심완준 등이 출연한다. 자유소극장에서는 2019년 호평을 받았던 연극 ‘추남, 미녀’(연출 이대웅)가 다시 한 번 돌아온다.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4월 11일(화)부터 5월 21일(일)까지 공연된다.

다양한 공동주최 작품들 또한 눈길을 모은다. 화가 마크 로스코, 음악가 베토벤, 작가 셰익스피어 등 시대를 넘어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을 소재로 한 공연이 연이어 이어진다.

가장 먼저 지난 12월 20일부터 2월 19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신시컴퍼니와 공동주최로 선보이는 연극 ‘레드’로, 추상표현주의 대표화가 마크 로스코의 예술정신을 연극으로 재구성했다. ‘로스코’ 역에는 배우 유동근과 정보석, 가상 인물인 조수 ‘켄’ 역에는 강승호와 연준석이 출연한다.

박효신과 옥주현 등 뮤지컬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티켓 오픈부터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신작뮤지컬 ‘베토벤’ 또한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공동주최작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등을 탄생시킨 세계적 뮤지컬 콤비인 극작가 쿤체와 작곡가 르베이가 EMK뮤지컬컴퍼니와 손을 잡고 제작한 순수창작뮤지컬로, 불멸의 거장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월광 소나타’ 등 원곡을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을 통해 음악이라는 장르 내에서 클래식과 뮤지컬을 서로 교차·확장시켜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을 기리고 음악의 진정성을 노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1월 28일(토)부터 3월 26일(일)까지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으로 탄생했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16세기 런던 극장가를 재현한 무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할 풍성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셰익스피어 역에는 정문성·이상이·김성철이, 상대역인 비올라 역에는 정소민·채수빈·김유정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매 시즌마다 개최되는 예술의전당 인기 프로그램 또한 계속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엄선해 자라나는 꿈나무에 첫 공연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이 여름에 자유소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국립발레단 공동주최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변치 않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선사한다.

● 정경화·김봄소리 등 풍성한 클래식 성찬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노르마’ 등 2023년 기획·주최 프로그램을 5일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제공


음악당은 여느 때보다 풍성한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2월에는 전관 개관 30주년이자 음악당 개관 35주년을 맞아 클래식 성찬이 차려진다. 우리나라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듀오 콘서트가 2월 14일(화) 개최된다.

2월 15일(수) 개관기념일 당일에는 세계적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우리나라 대표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이 만나 최고의 교향악을 선사한다. 2월 22일(수)에는 또 다른 바이올린-피아노 콤비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가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월 24(금)일에는 예술의전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가곡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곡 콘서트가 개최된다. 이날 공연에는 지휘자 김광현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소프라노 박미자·황수미, 테너 김우경·정호윤, 바리톤 강형규 등 한국 최고의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전관 개관 30주년 축하 연주는 단지 2월에 그치지 않고, 2023년 내내 음악당에서는 클래식 스타들의 연주가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무반주 리사이틀(3월 8일, IBK챔버홀)을 시작으로 ▲2022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과 뮌헨 ARD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자 손정범의 듀오 리사이틀(3월 29일, IBK챔버홀) ▲백혜선의 피아노 리사이틀(4월 11일, 콘서트홀)이 기다리고 있다. ▲‘첼로의 성자’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 미클로스 페레니와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의 듀오 리사이틀(5월11·14일, 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을 중심으로 구성된 그리움 앙상블이 전하는 색다른 무대(5월 31일, IBK챔버홀) ▲화려하고 대담한 기교로 무장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 피아니스트 김규연의 듀오 리사이틀(8월 22일, IBK챔버홀) 또한 기대를 모은다.

▲9월 21일(목)에는 우리나라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지휘자 이승원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협업 무대를 선보이며 월드 클래스로 부상한 K클래식의 위상을 보여준다. 이어 ▲위대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으로 주목 받는 김대진과 박재홍의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10월 3일, IBK챔버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찬가로 세계를 감동시킨 소프라노 황수미와 피아니스트 안종도의 듀오 리사이틀(10월 18일, IBK챔버홀) ▲대한민국 챔버 오케스트라의 역사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10월 19일, 콘서트홀) ▲첼리스트 양성원 &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의 듀오 리사이틀(10월 25일, IBK챔버홀)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이경숙의 피아노 리사이틀(12월 7일, IBK챔버홀) ▲방대한 레퍼토리와 깊이 있는 연주로 정평이 나있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리사이틀(12월 27일, IBK챔버홀) 등 클래식 스타들이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축하한다.

이와 더불어 예술의전당은 음악당의 새로운 30년을 모색하며 지금 우리의 음악인 현대 음악을 감상해보는 현대음악시리즈를 새롭게 신설한다. 그 첫 스타트로 오는 4월 26일(수) 현대음악의 전설인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세계 최정상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이 예술의전당을 찾아 불레즈와 알바레즈부터 진은숙과 최우정 등 20, 21세기 작곡된 국내외 작곡가들의 현대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다. 7월과 11월 공연되는 최수열의 현대음악 I, II에서는 김택수와 신동훈 등 동시대 음악을 연주한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음악당의 막내이자 약 100석 규모의 소규모홀인 인춘아트홀에서는 작은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아티스트들이 관객들이 가까이서 호흡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5월 9일(화)부터 18일(목)까지 약 일주일 간 베토벤 시리즈를 개최하여 피아니스트 김다솔·한지호·전지훈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박지윤·김재원, 첼리스트 심준호 등 내로라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3중주 등 클래식의 정수를 들려준다.

하반기에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피아니스트 김도현, 김수연 등 차세대 피아니스트들이 모여 독주부터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 실내악까지 라흐마니노프 시리즈가 꾸며진다. 이외에도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정상급 아티스트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 아티스트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 사랑받던 마티네 콘서트는 2023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국내 최초 마티네 콘서트로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는 ‘11시 콘서트’는 배우 강석우가 새롭게 콘서트가이드로 나서 기대를 모은다. 2023년도 토요콘서트는 지휘자 이병욱과 홍석원, 두 명이 국내 최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매달 새로운 조합으로 만나 주말 오전 관객들을 만난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콘서트 가이드의 재치 있는 해설이 매력적인 ‘마음을 담은 클래식’은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최대의 클래식 음악축제인 교향악축제는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6월에 개최된다.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외 광장 무료 생중계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로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월 마지막 주에는 음악당 전관에서 교향악축제와는 또 다른 느낌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여름음악축제가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매년 한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제야음악회로 1년 내내 펼쳐지는 클래식 기획 프로그램의 막을 내린다.

● 영감과 상상을 키워주는 전시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5월 2일부터 9월 10일까지 프랑스 작가 라울 뒤피의 회고전이 열린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 다양한 미술사조를 섭렵해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라울 뒤피의 작품 120점이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6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세계최고 아동문학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그림책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나의 그림책 전이 개최된다. ‘알사탕’ ‘구름빵’ ‘달 샤베트’ 등 그림책으로만 보던 그림들을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예술의전당 대표 공익 미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청년미술상점이 2023년에도 연중 이어지며, 갤러리에 속하지 않은 청년 작가 100여명의 작품들이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선보일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젊은 서예가들을 위한 서예전, 청년작가 전시제작 지원 사업, 서초문화재단과 협업하는 서리풀 갤러리 참여 작가전 등 청년 시각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 ‘소소살롱’ IBK챔버홀로 자리를 옮겨 연 4회 개최

예술의전당은 예술교육사업에도 더욱 힘을 보탠다. 임윤찬, 조성진 등을 배출한 음악영재아카데미는 모집 전공과 인원을 확대해 운영 예정이며,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소소하고 소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담 프로그램인 ‘소소살롱’은 IBK챔버홀로 자리를 옮겨 연 4회 개최된다.

한편 팬데믹, 디지털 시대 도래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영상화 사업 또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공연영상 스튜디오 등을 오픈하며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예술의전당이 준비한 다양한 기획공연을 영상화하여 시간·장소의 제약을 받는 공연예술 콘텐츠를 더욱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순수예술 장르 저변 확대에 힘 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예술의전당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차기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미래전략 포럼을 연중 개최하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의 예술의전당이 되기 위해 노력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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