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Go Home Again’으로 연결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서거 80주년 맞아 콘서트
피아니스트 정환호 등 5명 두 음악가의 명곡들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1.06 14:14 의견 0
피아니스트 정환호(사진) 등 5명은 4월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를 연다. ⓒ스톰프뮤직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교향곡 1번을 발표하지만 엄청난 혹평을 받는다. 상처는 컸다. 실의에 빠져 3년간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우울증과 노이로제도 심해졌다. 정신의학자인 니콜라이 달 박사의 치료를 받는데, 박사의 적절한 치료 덕분에 병을 극복한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교향곡 2번.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됐다. 한 편의 대하 드라마와 같은 웅장한 스케일과 힘을 바탕으로 아름다고 서정적인 선율이 가득하다. 걸작다운 위용을 보여준다.

미국 웨스트 코스트 재즈를 이끈 트럼펫의 대가 쳇 베이커(1929~1988)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에서 영감을 받아 ‘You Can’t Go Home Again’을 작곡한다. 팝가수 에릭 카멘도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세계적 히트를 쳤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쳇 베이커의 인생이 투영된 여러 명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센세이셔널한 첫 콜라보 공연이 열린다. 오는 4월 2일(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다. 올해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서거 8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공연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두 음악가의 매력을 선보인다.

로맨틱한 봄의 감성에 어울리는 따뜻한 음악으로 채워질 이번 콘서트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환호, 바이올리니스트 박진수, 첼리스트 박건우, 베이시스트 이동민, 트럼페터 박준규의 빈틈없는 호흡이 원곡에 신선한 매력을 더하며 깊은 여운을 전한다. 정환호는 연주뿐만 아니라 친절한 해설까지 진행해 곡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의 1부에서는 쳇 베이커의 대표곡을 만나 볼 수 있다. 1950년대 미국 서부 해안에서 유행한 쳇 베이커 음악의 주요 장르인 쿨 재즈(Cool Jazz)는 보다 느린 템포와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재즈 특유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리듬감과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그의 트럼펫 소리와 만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재즈 트럼펫의 대가 쳇 베이커의 전부를 담은 6개의 명곡을 선보인다. 마약 중독으로 긴 슬럼프를 겪으며 우울했던 젊은 시절과 동시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꿈꾸었던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낭만을 그려낸다.

첫 곡은 쳇 베이커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I Fall in Love Too Easily’다. 비 오는 날에 더욱 잘 어울릴 법한 곡조로 우울했던 지난날을 담은 듯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어 배우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OST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자 아련한 뉴욕의 거리를 제대로 대변한 ‘Everything Happens to Me’, 도입부의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우수에 젖은 듯한 트럼펫 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It Never Entered My Mind’ 등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쳇 베이커의 대표곡들이 클래식과 재즈 아티스트 5명의 연주로 새롭게 재현된다.

2부는 1부와는 또 다른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시컬한 낭만을 선사한다. 그의 걸작 중 가장 대중적인 바이올린 버전의 ‘보칼리제 Op.34 No.14’로 시작을 알린다. 성악이 오리지널 버전인 이 작품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유명한 만큼 라흐마니노프 본인이 첼로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 버전으로 편곡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올린의 유려한 선율을 통해 관객들에게 러시아니즘의 낭만을 선물한다.

이어 재즈 감성이 담긴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작품 ‘Elégie’, 쳇 베이커의 ‘You Can’t Go Home Again’에 영감을 준 교향곡 2번 중 3악장까지 만나보며 쳇 베이커와 라흐마니노프의 인생이 투영된 명곡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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