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년합창단 한국인 단원 4명...이연우 군 “독일어 수업 힘들지만 공연은 즐거워”

2월 4·5일 예술의전당 등 3년만에 전국 투어
특출난 재능보다 전제 조화 적합한 단원 선발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1.27 17:53 의견 0
3년만에 다시 내한공연을 여는 빈 소년합창단이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리랑’으로 천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서울 은평구에 있는 동네 음악센터 합창단 활동을 했어요. 선생님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며 오디션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비디오를 보내 합격했어요.”

올해 창단 525주년을 맞은 빈 소년합창단에는 한국 학생이 4명 재학하고 있다. 연간 두 차례 오디션을 진행해 단원을 선발한다. 1986년 외국인 단원이 처음 입단한 이래 다양한 나라의 인재를 뽑고 있다. 한국 학생은 2010년 처음 입학한 후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가운데 2020년 입단한 이연우(13) 군이 빈 소년합창단의 내한 공연을 함께한다. 빈 소년합창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월드 투어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말 재개했다. 27일 서울 관악아트홀을 시작으로 함안, 부산, 성남, 속초, 구미에서 관객과 만나며 다음달 4∼5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3년만에 다시 내한공연을 여는 빈 소년합창단의 지휘자 마롤로 카닌과 세 명의 단원들(왼쪽부터 이연우·시몬·마티아스)이 기자 간담회장에 앉아 있다. ⓒ크레디아 제공


20여 명의 합창 단원을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마롤로 카닌과 단원들은 26일 서울 서초구 코스코스아트홀에 열린 간담회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한국 관객에게 음악과 노래를 향한 사랑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다시 여행길에(On the road agin)’와 ‘아리랑’으로 천사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 군은 “처음엔 독일어로 수업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다”라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연하는 것이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계속 성악을 공부해 음악가의 길을 걷고 싶다”고 밝혔다.

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의 칙령으로 만들어진 소년합창단은 9~14세 소년 100여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정규 과목 공부와 함께 노래 연습을 한다. 각각 브루크너,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란 이름을 지닌 4개 팀이 번갈아 돌아가면서 해외 투어와 국내 일요 미사를 담당한다.

실제로 하이든과 슈베르트는 이 합창단의 단원이었다.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지휘자로 활동했다. ‘클래식 음악의 살아있는 역사’로 인정받아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2020년 내한 공연에도 함께했던 지휘자 카닌은 “한국은 코로나 이전 마지막 투어 공연을 열었던 국가 중 하나였다”며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아픔이었고 재정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며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비대면으로 성악 수업을 해야 해서 노래할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3년만에 다시 내한공연을 여는 빈 소년합창단이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리랑’으로 천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빈 소년합창단은 주로 1월에 내한공연을 연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보이 소프라노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귀여운 외모, 그리고 쉬운 레퍼토리가 온 가족이 즐기는 신년 음악회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성가, 가곡, 왈츠, 한국민요, 그리고 영화음악까지 다양한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3년 전에 한국 투어에 참여해 두 번째 방문한 오스트리아 출신 시몬(15)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라며 “코로나로 공연을 못해서 슬펐는데, 다시 환하게 웃는 관객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힘을 냈다”고 전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티아스(14)는 “빈 소년합창단 생활은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즐겁다. 제게 영원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라며 “음악은 평생 제 마음속에 있을 거다. 나중에 제 아이들도 빈 소년합창단에 입단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지휘자 카닌은 합창단의 단원 선발 기준에 대해 “좋은 목소리를 가졌는지 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기준으로 뽑는다”며 “합창단은 축구팀과 비슷해 호날두와 메시처럼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지만 전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열정을 가져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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