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데브뢰’ 2300석 모두 유료관객...이강호 “오페라 흥행 의미있는 성과”

“인기작품 위주 공연 안타까워 ‘여왕 3부작’ 도전
새로움 창조하는 오페라 프로덕션 만들기 뿌듯“

“1만8000원 티켓 3분만에 솔드아웃 아이디어 굿
???????본질에 더 충실하게 작품 만들어야 예술적 성공”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5.18 17:25 | 최종 수정 2023.05.19 06:52 의견 0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이 ‘로베르토 데브뢰’ 국내 초연을 앞두고 "본질에 더 충실하게 작품을 만들어야 예술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데일리한국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쳇바퀴 돌듯 몇 개의 인기작품 위주로 공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우리 오페라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공연되지 않은 아름다운 명작 오페라를 소개해 주고 싶어 ‘여왕 3부작’을 시작했어요. 피날레 작품인 ‘로베르토 데브뢰’로 8년 대장정이 마침표를 찍게 돼 기쁩니다.”

이강호 단장이 이끌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로베르토 데브뢰’를 초연한다. 공연을 1주일 앞둔 18일, 그는 홍보 깃발이 펄럭이는 예술의전당 앞길을 둘러보며 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벨칸토(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가창’이라는 뜻) 오페라의 거장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작품이다. 2015년 ‘안나볼레나’, 2019년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이번에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

영국 튜더 왕조의 역사를 그린 ‘여왕 3부작’은 성악가들이 초고난도의 노래를 불러야하는 등 공연 조건이 까다롭다. 도니제티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레퍼토리로 꼽힌다. 8년 전 도전을 시작할 때도 오페라계는 대부분 ‘이거 되겠어’라며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 세 작품은 작곡된 후 100년 동안 공연되지 못하고 묻혀 있었어요.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나왔죠. 지금은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입니다. 고난도 벨칸토 성악이 뒷받침돼야 하기때문에 국내무대 데뷔는 다소 늦었습니다.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죠.”

‘유종의 미’라고 했던가. 그는 ‘로베르트 데브뢰’를 띄우기 위해 26일 개막공연의 모든 좌석 티켓을 1만8000원에 타임세일했다. 통상 오페라 공연에서 가장 비싼 좌석인 R석이 20만원쯤이니 최대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

“준비한 1800여석이 3분 만에 동났다”며 "가격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오페라를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1만8000원 깜짝이벤트의 효과지만 지난 11일 기준으로 오페라극장 2300석을 유료관객 100%로 채웠다. 그는 “손해는 보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쓰게 돼 뿌듯하다”며 웃었다.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이 ‘로베르토 데브뢰’ 국내 초연을 앞두고 "본질에 더 충실하게 작품을 만들어야 예술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데일리한국 제공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는 그동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여왕 3부작’ 뿐만 아니라 ‘에르나니’ ‘일트로바토레’ 등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이러한 방향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오페라 프로덕션은 단순히 오페라 공연을 올리는 것에만 만족하면 안된다”라며 “음악을 제외한 많은 부분에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라서 무대, 의상, 조명, 미술, 그리고 가수들까지 오페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새로 메이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남의 작품을 베끼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제외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야하는 고도의 에너지와 전문지식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의미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새로움의 창조를 즐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다만 사회적·경제적인 여건이 오페라 제작이나 공연에 우호적이지 않아서 어려움은 있지만,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우리만 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가고 싶어요. 그것이 우리의 자부심이고 긍지입니다.”

‘여왕 3부작’의 제목은 모두 교수형을 당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독특하다. 안나 볼레나는 남편인 엔리코에 의해,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엘리자베타 여왕에게, 이번 로베르토 데브뢰도 엘리자베타에게 죽임을 당한다.

“찬찬히 뜯어보면 엘리자베타 여왕의 삶에 대한 절규와 심리가 음악적으로 너무 잘 표현돼 있어요. 4명의 주인공인 엘리자베타, 사라, 로베르토 데브뢰, 노팅험이 들려주는 가창 대결은 한 순간도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엘리자베타 역에 소프라노 박연주와 손가슬이 출연한다. 이 단장은 “박연주는 소리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손가슬은 감정 표현이 뛰어나다. 두 사람이 소화하는 엘리자베타를 비교해 감상하면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 두 공연을 다 보면 완전 베스트다”라고 말했다.

68세 엘리자베타 여왕의 연인인 로베르토 역에는 테너 김효종·이재식, 로베르토가 실제로 사랑하는 여인 사라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최찬양·소프라노 조정희, 사라의 남편 노팅험 공작 역은 바리톤 정승기·임희성이 출연한다. 김숙영이 연출을 맡고, 실바로 코르시가 오케스트라 피트에 선다.

이 단장에게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뭐, 이런 오페라가 있지?’라는 재치있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요즘 오페라 대중화를 한다고 다른 장르에 한쪽 다리를 걸치는 사례가 많아요. 나름 뜻깊은 시도지만, 저는 본질에 더 충실한 예술을 하는 게 진정한 대중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로베르토 데브뢰’ 뿐만 아니라 지금껏 무대에 올린 다른 공연들도 기본에 충실한 트러디셔널을 고수했어요. 예술성을 높여 오페라 마니아를 늘려가는 것, 저의 목표입니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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