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예술의전당이 전관을 개관한지 올해 30주년이다. 그동안 국민 문화예술 향유의 장소로 자리매김해 온 대한민국 최고의 전당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최고의 오페라 작품들,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거쳐 갔다.
꼬맹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도 예술가의 꿈을 키웠다. 그런 그가 어느 듯 세계 최고의 예술가가 되어 그 꿈의 무대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예술의전당은 이제 대한민국 예술의 성지로 인정받으며 미술과 음악 그리고 오페라, 발레, 연극에 이르기까지 예술 끝판왕의 장소로 군림하기까지 했다.
1993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한 앳된 청년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해마다 봄이면 있는 ‘교향악축제’에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였다. 이제 막 미국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귀국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그가 바로 피아니스트 ‘장형준’이다.
마침 예술의전당은 전관을 개관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연주자가 아니라 경영자로 예술의전당에 섰다. 무대가 아닌 집무실에서 말이다. 그 사이 그 청년 장형준은 학교로 들어가 수많은 후학들을 길러냈고 예술의전당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배출해 냈다.
지나온 30년이란 세월이 공교롭게도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과 맞물렸다. 이런 ‘30’이란 숫자에 의미를 두고 청년 피아니스트 ‘장형준’에서 경영인 예술의전당 사장 ‘장형준’을 만나 얘기를 들어본다.
-먼저 취임(2022년 6월 17일)한지 1년 3개월째다. 그동안 운영해 본 소감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가서 1년이 넘게 지났다. 지난 시간은 제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은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많이 찾던 공간이기 때문에 제겐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경영자로서 바라본 예술의전당은 또 새로운 곳이다. 그동안 짐작만 했던 것들을 실제로 보고 경험하니 예술의전당의 위상과 책무를 새삼 실감하며 어깨가 무거워졌다.
저는 예술의전당 35년의 역사에 두 번째로 임명된 예술가 출신 사장이다. 아마도 개관 35주년, 전관 개관 30주년이 되는 이 시기에 제가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예술의전당이 해야 할 역할이 지금 현재의 예술의전당에 더 우선되어야 할 상황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년 9월에 제가 이끌어 갈 예술의전당의 비전을 발표했고 그 실행을 위해 쉼 없이 1년여를 보내고 있다. 지난 1년이 너무 바빴지만 직원들과 착실하게 추진해 빠르게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9월 취임 기자 간담회 때 크게 3가지의 비전을 설명했다. 그 중 첫 번째가 ‘순수예술 장르 활성화를 통한 예술의전당 본연의 역할을 다한다’라고 했다. 이것에 대한 성과는 무엇이 있나.
“예술의전당은 원래 순수예술 장르 활성화를 위해 건립되고 운영되어 온 공간이자 기관이다. 개관 이래 지속적으로 그러한 노력을 다 해 왔지만 그 본연의 목표를 재점검 하고 집중하고자 했다. 마침 올해가 전관 개관 30주년이다. 그래서 순수예술 장르의 기획 공연을 확대하고 장르별 특성에 맞게 건립된 전용공간의 특성을 더 부각시키는 기획을 각 공간에 배치했다.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클래식 음악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그 활약의 범위가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또 예술의전당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이 예술의전당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에게는 우리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고 또 우리 예술가들에게는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저희가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용극장인 오페라극장에 오페라 작품을 확대하는 기획은 성악, 기악, 무용, 무대미술, 연출 등 다방면의 예술인들이 더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줄 것이고 동시에 관객들에게 양질의 오페라를 더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2022년 가을에 열린 ‘오페라 갈라’ 공연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했던 공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진짜 무대 클래식 공연에 목말랐던 오페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또 올 여름에는 2019년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투란도트’를 재공연 해 레퍼토리 공연의 가능성을 재 증명한 바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10월에 있는 오페라 ‘노르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게다가 영국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으며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 설명해 달라. 비하인드 스토리도 같이 말해 달라.
“‘노르마’는 올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야심차게 추진한 오페라 작품이다. ‘노르마’를 선택한 이유는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로 불리는 이 오페라는 아름다운 아리아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난도의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웬만한 실력자들이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그래서 자주 공연되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오페라 프로덕션을 한국 관객들에 소개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은 전통의 오페라하우스인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2000년대 초반부터 교류해 왔다. 초청작들은 모두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잊을 수 없는 오페라들로 손꼽혀왔다.
검증된 프로덕션의 완성도 높은 무대에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을 잇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여지원 외에도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활약중인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베이스 박종민 등 예술의전당이 직접 캐스팅한 월드클래스 성악가와 지휘자의 합류로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무대를 즐기실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 향유 플랫폼을 선도해 고품격 서비스에 나선다’고 비전을 밝혔다. 스마트 공연장을 추구하고자 공연티켓을 모바일로 전환한 것이 가시적인 성과로 보인다. 그런데 완전한 스마트 공연장으로 보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에 1회성 종이 프로그램북을 모바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 프로그램북도 대부분 종이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모바일로 전환할 생각은 없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모바일 티켓 등이 그 대표적인 부분이다. 말씀해 주신 프로그램북 온라인 서비스 등도 이미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고 환경적인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시대 상황을 보더라도 그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단지 예술의전당을 이용하는 관객층이 너무 다양하고 넓다 보니 새로운 시도와 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저희가 도입한 모바일 티켓 또한 지금 종이 티켓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이용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들은 저희도 적극 검토해 활용할 것이다.”
-게다가 예술의전당 로비에 비치되는 각종 다른 공연 안내 전단지도 전부 종이다. 이것을 가져가는 사람은 100장당 1~2장 밖에 안된다. 공연이 지난 것은 대부분 관리자가 수거해서 버린다. 이렇게 낭비되는 종이를 단순 계산해 보니까 1년에 1톤 트럭 1000대 분량이다. 30년생 나무 10만 그루가 없어진다. 이 부분도 다른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포스터를 띄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혹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이뤄지는 예술의전당에서 보면 시대의 변화가 읽힌다. 예전에는 포스터 전단 인쇄가 기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부분 포스터 인쇄는 공연 당일, 공연장 장식을 위해서 몇 장만 준비한다. 전단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리고 전단 배포처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
저희도 기본적으로 전단 인쇄 규모는 줄이고 있다. 포스터 인쇄는 최소 필요한 만큼만 인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 회원앱이나 SNS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저희 공연 혹은 전시 행사의 내용을 편리하게 찾아보실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것을 확대하고 있다.”
-다시 극장 운영으로 돌아가서 예술의전당이 그동안 누적된 적자가 크다고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줄 안다. 그래서 제작을 통해 적자를 해소 할 계획이라고 보여지는데 그 외 다른 계획은.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예술의전당이 재정적인 문제를 갖게 된 것은 30여년간 노후된 공간의 개보수 비용 등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던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예술의전당은 예술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공공법인으로 운영되면서도 높은 재정자립도를 요구받는 기관이기도 하다. 여기에 매년 일정 부분의 수입을 거둬야 하는 상황에서도 투입비용을 그대로 티켓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예술 사업을 통해 수익구조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다.
순수예술사업을 기획으로 올리는 작업은 분명 기존의 운영에 비해 비용적으로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부분이 무리하지 않도록 전체 사업 속에서 경영 밸런스(수지)를 맞추는 부분을 고려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희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관객들과 괴리된 프로그램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우리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완성도 높은 기획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들과 입문자들을 저희 극장에 더 많이 유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그래서 작게는 예술사업의 수지차를 개선하고 방문자도 늘이고 다른 공간도 더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면 결국 기업과 국가의 지원도 함께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적자 해소에 대관 사업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외부에서는 오페라하우스의 뮤지컬 공연 대관 사업에 말들이 많다. 이것은 딜레마라고 본다. 이런 불만을 달래면서 대관 사업을 할 묘안은 없나.
“뮤지컬 대관은 주로 방학기간에 하고 있다. 이른바 오프시즌을 통해 뮤지컬 등 상업화된 공연 장르에 장기 대관을 유치하던 시스템도 사실 대관 수입 때문이 아니라 극장의 활용도를 위해 오페라와 발레계의 비수기라 일컫는 방학시즌을 장기대관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와 지금은 공급(예술행사)과 수요(관객)의 규모가 많이 변했다. 제가 취임하고 보니 오페라극장은 그 전용극장의 특징에 맞게 더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서울에 있는 극장 중 오페라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극장이다. 그런데 한해 공연되는 오페라 작품의 수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1년 365일 일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학시즌도 오페라, 발레를 위해 활용해 보자고 생각했다.
특히 이미 얘기했지만 성악가 등 관련 분야의 우리 예술가들의 역량이 엄청나게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는 완성도 높은 공연 제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가족오페라 등 방학 때 관객 수요를 봐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오페라 작품 확대는 성악, 기악, 무용, 무대미술, 연출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의 기량을 더 높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을 더 많은 장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용이 가능한 예술의전당이 되고자 한다.”
-전국적으로 오페라하우스 짓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산은 이미 짓고 있고 그 외 강원도와 제주도에서도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시에서도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는다. 전체 공연계를 보자면 좋은 일이긴 한데 문제는 하드웨어(공연장)만 있고 소프트웨어(작품)와 그걸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술의전당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저희 예술의전당은 1988년 개관 때부터 대한민국 공연장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부심을 갖고 운영해오고 있다. 이런 기관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단지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개관 당시부터 잘 알고 있고 개관 이래 새로운 기관 혹은 새로운 공연장 건축을 위해 문의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해 드리고 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기획 공연들을 고품질로 영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영상 콘텐츠 배급을 확대해 K클래식 전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이 그동안 고퀄리티의 공연 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것을 공연이 없는 때에 오페라하우스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실제 오페라를 시간이나 여건상 관람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면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의전당은 공연 영상만을 위한 공간과 영화제작까지 가능한 장비 및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는 공연영상 스튜디오 ‘실감’을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다. 오픈 이래로 영상 제작 경험이 없는 단체들도 제작 시행착오를 줄이고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자. 단순한 영상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공연, 전시 영상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직접 제작이나 대관 외에도 공연 영상 제작을 원하는 중소 예술단체 혹은 예술가를 위해 공연 영상 제작 지원사업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실감은 촬영 공간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콘서트홀을 비롯한 예술의전당 내 공연장들의 영상을 송출하고 녹화하는 미디어센터로서 기능도 하고 있다. ‘교향악축제’를 비롯한 많은 공연이 실감의 장비를 통해 고품질 영상으로 실시간 송출된 바 있다.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촬영된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들도 공연 영상 스튜디오 실감을 이용해 후반작업 중이며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콘텐츠들을 관객들이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만나 볼 수 있도록 자체 플랫폼을 개발 진행 중이다. 실연 공연장에서의 감동과는 또 다른 색다른 관객 체험이 가능한 공연 영상들을 조만간 모바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제 10월에 오페라 ‘노르마’의 공연을 시작으로 24년도와 25년도에 계획하고 있는 제작 사업들이 있는 걸로 안다. 소개해 달라.
“먼저 2024년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저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관객들께 선보이기 위해 꼭 마련돼야 하는 시스템이 선기획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2025년, 2026년 무대에 올릴 공연들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오는 12월쯤에 내년도 2024년 예술의전당 기획 프로그램을 정리해 관객들께 곧 안내해 드릴 예정이다.”
-끝으로 예술가이자 교수로서의 장형준과 경영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의 장형준을 비교해 달라.
“아마도 제가 취임 전에 예술의전당을 가장 많이 찾았던 사장 중 한명이다. 관객으로 연주자로 많이 방문했던 경험은 지금 사장으로서 이곳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경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았는데 앞으로의 3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 방향성을 세우고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저를 비롯한 예술의전당 모든 식구들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저는 관객과 예술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예술의전당의 위상과 명성이 지속되고 더 확대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다하겠다.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예술의전당 30주년 개관기념 야심작 ‘노르마’는>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린다. ‘벨(bel: 아름다운)’+‘칸토(canto: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로 넘어 오면서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진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다.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의 여인’ 같은 벨칸토 오페라 걸작들을 만들었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바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다. 1951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마리아 칼라스는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주역을 맡아 천상의 목소리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벨칸토 오페라가 진정으로 드라마틱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리아 칼라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 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벨칸토를 설명했다.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칼라스 자신도 토스카나 비올레타가 아닌 바로 이 노르마 역을 가장 사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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