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DNA에는 브루크너가 흐른다”...교향곡 9번에 진심인 안드리스 넬손스

11월 16일 예술의전당서 고풍스러운 사운드 선사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속 2곡도 연주

김일환 기자 승인 2023.11.10 15:16 | 최종 수정 2023.11.21 15:29 의견 0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1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DNA에는 브루크너의 음악이 흐른다”고 단언한다. 1743년 창단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 Leipzig)는 280년의 긴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민간 관현악단이다.

게반트하우스는 독일어로 ‘직물회관’이라는 뜻이다. 18세기 중반부터 돈 많은 직물 상인들이 회관을 지어 유능한 연주가를 초청해 소규모 공연을 하면서 정규 오케스트라의 창설이 논의됐다. 그래서 직물회관을 거점으로 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창단됐다. 멘델스존부터 리스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서양 음악사의 거장들이 직접 지휘대에 오르며 그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의 긴 역사를 써왔다.

오랜 시간 악단의 호흡이 지속된 만큼, 그들의 사운드는 단단하게 단련돼 있으며 곡의 흐름에 충실한 울림이 남는 연주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현재 그들과 함께하는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자랑하는 지휘자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장으로도 활동하며 단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음악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단원들의 노련함과 여유에서 나오는 완벽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은 그들만이 가진 고풍스러운 음색으로 구현되며, 신들린 듯한 보잉과 시원하고 깔끔한 금관의 소리는 공연장의 관객들을 그들의 음악에 압도되게 만든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1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관계는 역사가 깊다. 1884년 아르투르 니키슈의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세계 초연했다. 그 후로도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녹음해왔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이렇듯 브루크너 음악에 특히 큰 강점을 보여 왔는데, 이는 수세기동안 이 악단이 성 토마스 교회의 토마스 합창단과 함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를 매주 연주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도 보인다.

브루크너의 음악에는 과도한 기교를 피하는 순수성과 연주자들을 음악에 몰두하게 만드는 진지성이 있다. 바흐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지점들이 많은데, 그들이 가진 특유의 고상함과 엄청난 사운드는 이 악단이 얼마나 브루크너 음악에 이상적인 단체인지 실감하게 해준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들은 새로운 사령탑 넬손스와 함께 10월에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발매했다. 이 녹음은 넬손스가 카펠마이스터로 합류하기도 전인 2016년부터 작업이 시작돼 올해 10월 전집을 완성했다.

넬손스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함께한 쿠르트 마주어의 브루크너 음반을 들으며 자랐다. 그는 이 작품을 처음 들었던 청소년기의 감동과 전율을 회상하며 “브루크너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의심으로 가득 찬 인간적인 면과,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영적인 충만함이 아직까지도 저를 매료시키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1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브루크너에 대한 넬손스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교향곡 전곡 녹음을 마친 뒤에도 그는 “브루크너의 음악은 저에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며 “이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넬손스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11월에 사흘(15·16·17일)에 걸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특히 16일(목)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수년간 작업해온 브루크너의 교향곡 중 9번을 선사할 예정으로 클래식 마니아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이날 공연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오는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도 함께 연주된다.

바그너는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바그너의 음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기애 강한 인간 본연의 영혼이 담겨있다. 바그너를 매우 존경했으나 그와는 철저히 다른 노선의 음악을 만들어온 브루크너의 음악에서는 그 만이 가진 인내와 겸손의 미덕이 음악의 진중함과 무게감 속에서 드러난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16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하루 앞서 열리는 15일 예술의전당 공연은 프로그램이 다르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멘델스존의 작품과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슈만의 작품을 준비했다. 멘델스존의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로 시작해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사해 낭만시대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통해 오케스트라 특유의 진지하고 풍부한 음향을 선보인다.

16일 예정된 ‘안드리스 넬손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34만원, S석 27만원, A석 20만원, B석 13만원, C석 7만원.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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