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공연하는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 “코러스 적극 활용해 관객 눈귀 사로잡아요”

12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
박천휘 작곡가 “왈츠를 죽음의 박자로 활용”
조윤지 연출 “빠르고 스피디하게 진행”
김은성 작가 “‘왕실 누아르’로 만들었다"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2.08 14:05 | 최종 수정 2023.12.08 14:08 의견 0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맥베스 한일경과 맥버니 유미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악인이 주인공입니다. 관객들이 감정몰입과 거리두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언론시연회에서 지난 2일 개막한 신작 뮤지컬 ‘맥베스’에 대해 “주제의식은 그대로 담았지만 달라진 엔딩은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뮤지컬의 장점은 100마디 대사를 노래로 압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원작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퀀스 안에 음악적 구조로 응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연극으로 진지하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뮤지컬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무게를 내려놓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서 맥베스 성태준과 맥버니 이아름솔라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스’는 첫날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오는 30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왕위 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은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진행된다. ‘맥베스가 왕이 된다’는 원작 속 세 마녀의 예언은 서로 다른 세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맥베스(한일경·성태준 더블캐스팅)가 욕망을 키우는 동력이 되는 존재들로 운명의 결정적 순간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표적인 악녀 중 하나로 꼽히지만, 뮤지컬에서는 맥버니(유미·이아름솔라 더블캐스팅)라는 이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과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스’에서는 다양한 음악 장르가 펼쳐진다. 맥베스와 맥버니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끌고 가는 욕망의 왈츠를 포함해 처연한 발라드, 씩씩한 행진곡, 엄숙한 대관식 찬가, 원시적 리듬의 월드뮤직 등이 촘촘하게 흐른다. 박천휘 작곡가는 “왈츠를 밝은 4분의 3박이 아니라 죽음의 소용돌이를 몰고 가는 박자로 활용했다”며 “또 불규칙한 박자들을 사용해 긴장감을 높이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원형 경기장 아레나를 떠오르게 하는 무대 연출도 돋보였다. 장면 전환을 최대한 자제해 몰입감을 높였다. 조윤지 연출은 “막 전환을 의미 있는 단계에서 3번만 하고, 스피디하게 극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맥베스가 행하는 살인을 3단계로 나누고, 이 단계마다 막을 바꿨다. 맥베스에게 왕위를 넘겨주지 않은 던컨 왕을 죽이는 1단계,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동료 뱅코를 죽이는 2단계, 양민을 죽이는 3단계다. 스마트한 연출이다.

고전을 무대에 올리는 만큼 지금 시대 관객들이 보기에 무리가 없도록 각색에도 신경을 썼다. 원작에서 이야기의 중심 소재인 세 마녀의 예언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현대인이 납득할 수 있는 전개로 결말을 변경했다. 김은성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유려한 대사와 촘촘한 서사가 정말 잘 짜인 명작이다”라며 “동시대 극장에서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는 부분에서 ‘왕실 누아르’로 전략을 잡고, 장르적인 대본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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