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은성·작곡 박천휘·연출 조윤지...최강 라인업이 만든 창작뮤지컬 ‘맥베스’ 12월 첫선

드라마적 각색·감각적 연출·속도감 있는 에너지 선사
한일경·성태준·유미·이아름솔 등 국대급 배우들 캐스팅
김덕희 단장 “맥베스의 첫 뮤지컬화 사명으로 생각했다”

박정옥 기자 승인 2023.10.18 10:47 의견 0
뮤지컬 배우 한일경과 유미가 오는 12월 첫선을 보이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맥베스’에서 더블캐스팅 주역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관객들은 각각의 셰익스피어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깊이 있는 텍스트로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서울시뮤지컬단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맥베스’를 뮤지컬로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왔고, 이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이 국내 최초로 창작뮤지컬 ‘맥베스’를 선보이며 이같이 각오를 다졌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작가 김은성, 작곡 박천휘, 연출 조윤지의 최강 창작 제작진과 힘을 합쳐 오는 12월 2일(토)부터 30일(토)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뮤지컬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그린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왕위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동시대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적 각색,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에너지로 올 연말 가장 뜨겁고 매혹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본능과 인간성을 깊이 파고 들어 관객과 공명하는 고전의 매력이 드라마틱한 음악을 만나 한층 강렬하고 밀도 높은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국내 첫 뮤지컬화

뮤지컬 배우 성태준과 이아름솔이 오는 12월 첫선을 보이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맥베스’에서 더블캐스팅 주역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스’는 전쟁영웅이 초자연적 존재의 예언에 휘말려 악행을 저지른다는 원작의 운명론적 구조를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비극적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뮤지컬 ‘맥베스’의 극본을 쓴 작가 김은성은 “원작은 정치권력의 폭력을 다룬 대표적 고전인 반면 뮤지컬 ‘맥베스’는 보다 현대적인 욕망을 가진 권력자의 파멸을 다룬다”며 원작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맥베스가 왕이 된다’라는 원작 속 세 마녀의 예언은 서로 다른 세 인물로 등장한다. 이 세 인물은 맥베스가 욕망을 키우는 동력이 되는 존재들로 운명의 결정적 순간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강인한 힘을 키워 장차 왕이 되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맥베스의 돌아가신 아버지(스콧), 맥베스가 전쟁터를 떠도느라 보살피지 못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앤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내는 용맹한 장군이 되면 언젠가 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 청년 시절 자신의 모습이 환영이 되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세 환영은 퇴로가 없는 전장에서 맥베스로 하여금 다시금 칼자루를 쥐고 내달려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어 왕위계승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한다. 뮤지컬 ‘맥베스’의 이러한 설정은 역사 속에 반복되어 온 권력에 대한 인간 본성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며 시대를 초월한 권력을 향한 인간의 탐욕과 그 덧없는 허망함을 보여준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을 설득해 왕을 암살하도록 하고 왕비가 되지만 죄책감에 몽유병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표적인 악녀 중 하나로 꼽힌다. 뮤지컬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를 맥버니라는 이름의 더욱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린다.

맥버니는 남편 맥베스와 함께 왕의 암살을 도모할 뿐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왕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로 뛰어난 검술을 겸비한 걸크러시한 면모를 갖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맥버니는 용맹한 장군인 남편과 함께 전쟁터를 떠돌며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병으로 잃었고, 결국 왕의 충직한 사냥개에 불과한 존재로 남게 될 것에 분노를 삼켜왔다. 뮤지컬 ‘맥베스’의 이러한 설정은 두 부부의 권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과 집착,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관계에 설득력을 더한다.

뮤지컬 ‘맥베스’는 맥베스 내면의 욕망을 상징하는 세 환영 이외에 극적 흥미를 더할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와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특히 권력의 절정에 위태롭게 서서 두려움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맥베스와 맥버니의 심리가 드러나는 새로운 장면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 고전에 스타일을 더한 매혹적 무대 기대

김은성 작가, 박천휘 작곡가, 조윤지 연출(왼쪽부터) 등이 힘을 합쳐 오는 12월 첫선을 보이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긴장감이 가득한 검투사의 경기장이 떠오르는 잿빛 황량한 무대, 비장하게 꽂혀있는 열다섯 자루의 칼을 비추는 처연한 조명. 그리고 고귀하게 빛나는 왕좌. 음악이 시작되고 맥베스와 열네 명의 병사들은 칼을 뽑아들고 11세기 스코틀랜드 전쟁터로 달려간다.’ 뮤지컬 ‘맥베스’의 한 장면이다.

뮤지컬 ‘맥베스’는 스타일과 형식적 특징을 살린 연출로 극의 템포와 리듬감을 강화한다. 특히 맥베스와 맥버니를 제외한 모든 배역의 배우들이 코러스를 겸해 극의 입체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윤지 연출은 코러스에 대해 “전쟁영웅이기도 하지만 무참한 살인자이기도 한 맥베스가 뮤지컬로 관객과 만날 때, 관객들은 멋지게 노래하고 있는 악인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할 지 갈등하게 될 것이다”라며 “뮤지컬 ‘맥베스’의 코러스는 이 드라마를 관객과 함께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휘몰아치는 욕망의 왈츠, 왕좌를 지켜내기 위한 불안감에 떨고 있는 권력자가 부르는 처연한 발라드 등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맥베스와 맥버니의 드라마를 바라보는 열 네 명의 코러스로 인해 관극의 재미는 한층 더해질 것이다.

시적 언어를 음악적 리듬으로 쌓아올린 셰익스피어 원작의 대사들이 뮤지컬 ‘맥베스’의 음악을 만나 어떻게 변주될지가 애호가들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뮤지컬 ‘맥베스’는 팝, 왈츠, 행진곡, 대관식 찬가(anthem), 원시적 리듬의 주술적 음악을 비롯한 다채로운 음악들을 코러스들의 합창으로 한층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박천휘 작곡가는 “원작의 무게가 많이 부담스러웠으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명쾌하게 그리고자 했다”며 “맥베스와 맥버니의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인해 시작되는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들이 다채로운 음악 속에 펼쳐지고, 그 안에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직면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 뮤지컬 ‘맥베스’ 가장 잘 그려낼 최정예 창작진

‘맥베스’가 올 연말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로 손꼽히는 이유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창작진들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은 “뮤지컬로 만드는 데 가장 어울리는 창작진들과 최고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고 싶었다. 제작 준비가 한창인 요즘 연습실에서의 하루 하루는 언제나처럼 치열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며 창작진들과의 협업에 기대감을 내보였다.

‘재창작의 귀재’로 불리는 김은성 작가가 원작의 서사를 동시대 관객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한 명쾌한 극으로 만들었다. 김은성 작가는 최근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호평 받은 바 있어 이번 뮤지컬 ‘맥베스’의 작가로 최고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작곡은 뮤지컬 장르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박천휘가 함께한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아씨들’ 등 문학작품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에 내공이 깊은 그가 이번 작품에서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어떻게 변주해낼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연출은 첫 데뷔작 뮤지컬 ‘실비아, 살다’로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에 올라 뮤지컬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조윤지가 맡았다. 조윤지는 드라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 세련된 감각을 지닌 연출가로 ‘실비아, 살다’에 이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그리며 급부상 중이다.

솔직하고 과감한 시도에 주저함이 없는 당찬 신예 연출가의 미장센은 ‘무대 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함께 한다. 미학적이고 상징적인 무대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11세기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전쟁터 위에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쓰여진 핏빛 연대기를 검투사의 경기장으로 옮겼다.

‘맥베스’의 열 네 명의 코러스가 부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정준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뮤지컬 ‘맥베스’ 이 밖에 안무감독 최성대, 무술감독 서정주, 조명디자이너 김정태, 음향디자이너 조영진, 의상디자이너 김지영, 소품디자이너 김나은, 분장디자이너 정지윤, 무대감독 이민재 등이 참여한다.

● 제1대 맥베스 커플 ‘한일경·유미’ ‘성태준·이아름솔’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 SNS를 통해 주역들의 강렬한 이미지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맥베스 역에는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작은아씨들’ 등에서 따뜻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호평받은 서울시뮤지컬단의 한일경이 캐스팅됐다.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온 그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맥베스를 준비한다.

더블캐스팅으로 ‘여신님이 보고계셔’ ‘사의 찬미’ 등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배우 성태준이 합류했다. 성태준은 깊이 있는 연기 내공으로 인간 맥베스의 내면을 과감하고 섬세하게 그린다.

맥버니 역은 뮤지컬 ‘애니’ ‘지붕위의 바이올린’ 등에서 코미디는 물론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서울시뮤지컬단의 간판 배우 유미가 맡았다. 유 미는 이번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걸크러쉬한 맥버니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또 다른 맥버니는 뮤지컬 ‘프리다’ ‘식스 더 뮤지컬’ 등에서 호소력 넘치는 무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이아름솔이 캐스팅됐다. 이아름솔은 섬세한 연기로 강인하지만 처연한 맥버니의 다양한 매력을 표현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뮤지컬 ‘맥베스’는 10월 26일부터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공연개막 첫 주인 12월 2일부터 12월 8일 공연에 한해 프리뷰 할인을 30% 제공하며, 11월 11일까지 조기예매 권종 예매자에 한해 누구나 2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뮤지컬과 함께하는 연말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관객들을 위해 관람인원에 따른 패키지 할인도 35%까지 가능하다. 관람료 정가 3만원~7만원.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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