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년 이어진 천사들의 목소리 비법은 ‘두성’...빈소년합창단 전국 돌며 8번 새해 선물

지휘자 지미 치앙 “머리로 소리내 부드러워”
폭넓은 레퍼토리 연습도 최고의 합창 비결
​​​​​​​‘그리운 금강산’ 등 귀에 익숙한 프로그램 준비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1.19 14:42 | 최종 수정 2024.01.26 17:51 의견 0
빈 소년 합창단의 한국인 단원인 구하율 군이 아트레유 군의 기타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들려주고 있다. ⓒLukas Beck/WCN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천사들의 목소리 비법은 두성(頭聲)이었다. 5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빈 소년 합창단의 맑고 청아한 소리의 비밀이 풀렸다. 지휘자 지미 치앙은 “우리 합창단은 고음을 낼 때 반드시 머리를 울리는 두성을 사용한다. 그래야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고음을 낼 때 가슴을 울리는 흉성(胸聲)을 쓰기도 하는데, 그러면 억지로 소리를 내는 듯해서 부자연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창단만의 또 다른 특징으로 폭넓은 레퍼토리를 꼽았다. “매주 미사에 참여하면서 클래식 음악 등을 많이 부른다.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경험이다”라고 덧붙였다.

빈 소년 합창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팬들을 만난다. 전국 각지에서 총 8회의 공연을 연다. 2024년 투어 주제는 ‘온 스테이지(On Stage)’다.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치앙은 “이번 공연에 연극적 요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붙인 제목이다”라며 “성가, 오페라, 뮤지컬, 영화음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빈 소년 합창단의 한국인 단원인 구하율 군이 아트레유 군의 기타 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들려주고 있다. ⓒLukas Beck/WCN 제공
빈 소년 합창단이 내한공연에 앞서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Lukas Beck/WCN 제공


영화 ‘미션’의 ‘넬라 판타지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는 요한슈트라우스 2세의 ‘조간신문 왈츠’,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뮤지컬 ‘시스터 액트’ 중 ‘하늘의 여왕’, 최영섭 작곡 ‘그리운 금강산’ 등 익숙한 선율을 들려준다.

지난달 취임한 에리히 아르트홀트 신임 대표는 “단원들이 합창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건 다른 문화를 배우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다”라고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도 약 50년 전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1975년에 단원으로서 한국에 왔었다. 좋은 공연장과 관객, 훌륭한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이번에 내한한 21명의 단원 중 구하율 군(11)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하율 군은 시연에서 아트레유(10) 군의 기타 연주에 맞춰 ‘아리랑’을 들려줬다. 1절을 차분히 마치자 10여명의 소년들이 화음이 보태며 아름다운 합창의 힘을 보여줬다.

하율 군은 오스트리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인 부모의 영향으로 음악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입단 계기를 묻자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많이 좋아했다”며 “학교의 퀄리티가 좋고 친구들도 많다. 이런 곳에 다닌다는 게 아직도 놀랍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빈 소년 합창단의 지휘자 지미 치앙이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창단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 비법을 밝히고 있다. ⓒLukas Beck/WCN 제공


하율 군 외에도 단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다국적·다인종으로 구성됐다. 투어에 나선 단원들은 여덟 살부터 열네 살 까지다. 연간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각국의 소년들을 단원으로 선발한다.

아르트홀트 대표는 “제가 단원으로 활동하던 과거엔 단원 대부분 오스트리아인, 특히 빈 출신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국적이 다양해졌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원들의 스케줄이 빡빡해서 투어 사이에 휴식기를 둔다. 투어기간도 최대 9주로 제한했다. 한국에는 12일간 체류하고 빈으로 돌아가 휴식한 뒤 6주간 미국 투어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빈 소년 합창단원들이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ukas Beck/WCN 제공


합창단에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학교가 있고,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에 대해 아이들은 “특별히 힘든 점은 없고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빈 출신의 아트레유 군은 “아버지가 빈 소년합창단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입단하게 됐다”며 “굉장히 만족스럽고, 부모님이 뭐라고 하지 않아 정말 즐겁다”고 말해 웃음을 안겨줬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의 칙령으로 창설돼 올해로 526주년을 맞았다. 보통 100여명으로 구성되는데 브루크너,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라는 이름을 지닌 4개 팀이 돌아가면서 해외 투어와 국내 일요 미사를 담당한다. 이번엔 하이든팀이 내한했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이 합창단 단원이었고,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지휘자, 베토벤은 반주자로 활동했다.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합창단은 19일 대구를 시작으로 울산(20일), 통영(21일)을 거쳐 23일과 24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이후 세종(26일), 춘천(27일), 서울 관악문화재단(28일)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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