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살 로시니의 유쾌함 담은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국내 초연

국립오페라단 2월22~25일 국립극장 무대에
30대 젊은 지휘자 이든 국내 오페라 데뷔
​​​​​​​‘로시니 스페셜리스트’ 키아라 아마루 등 출연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2.05 11:21 의견 0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오는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초연된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사벨라 역)과 테너 이기업(린도르 역)이 연습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스물한 살 로시니의 유쾌함과 명랑함을 담은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국내 초연된다. 오케스트라 피트에는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오른 30대 젊은 지휘자 이든이 자리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로시니 스페셜리스트’인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와 1인 음악극을 통해 음악적 도전을 지속하고 김선정 등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2024년 첫 번째 정기공연으로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2월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나흘간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한다. 국내 초연작이자 국립오페라단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희극 오페라다.

◇ 로시니의 대표 오페라 부파...리드미컬 음악·익살스러운 스토리 가득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로시니가 21세 때 단 27일 만에 완성한 가장 로시니다운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이 작품을 두고 “오페라 부파(희극적 오페라) 양식의 완성”이라고 극찬했다. ‘세비야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신데렐라)’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로시니의 대표작이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주인공 이사벨라가 재치를 발휘해 알제리의 태수인 무스타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가 익살스럽다. 무스타파는 부인인 엘비라에게 싫증을 느낀다. 그를 떼어내기 위해 해적에게 납치돼 노예가 된 린도로와 이어주고자 한다. 이때 소식도 없이 사라진 린도로를 찾아 헤매던 이사벨라가 난파를 당해 알제리에 도착하고, 무스타파는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무스타파는 린도로에게 엘비라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날 것을 명령하지만 다행히 이사벨라와 린도로는 재회하게 된다.

이사벨라는 탈출을 위해 기지를 발휘한다. 무스타파에게 다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모른 척 침묵하며 먹고 마시는 ‘파파타치(흡혈성 곤충인 ‘모래파리’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탈리아어로 ‘먹고 조용히 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짐)’ 게임을 제안한다. 무스타파는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이사벨라와 린도로뿐만 아니라 함께 납치됐던 이탈리아인들이 탈출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다.

이번 작품에서 로시니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로시니 크레센도’를 들을 수 있다. ‘점점 세게’라는 뜻의 음악용어에서 따온 것으로 가사에 맞춰 피아노, 피아니시모로 작게 시작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 로시니만의 비법이다. 음악이 리드미컬하다. 또한 반복이 많은 로시니의 음악에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가수들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 브장송 지휘콩쿠르 활약 이든 국내 데뷔...한국 대표 오페라 연출가 최지형 연출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오는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초연된다. 지휘를 맡은 이든이 연습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작품을 위해 한국 예술가들이 뭉쳤다. 이번 프로덕션 지휘는 제57회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인 결승에 올라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30대 젊은 지휘자 이든이 이끈다. 그는 최근 열린 제1회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국제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플로브디프 극장 등에서 총 4개의 오페라 지휘자로 초청받는 등 라이징 스타 지휘자다. 이번 공연이 전막 오페라 국내 데뷔 무대며, 이든 지휘자가 풀어낼 젊은 감각에 많은 관객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연출은 다양한 오페라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오페라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는 최지형이 맡았다. 극작가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과거 국립오페라단에서 비상임 연출가로 일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라 보엠’ ‘카르멘’ ‘운명의 힘’ 등을 연출하며 오페라 속 한국적 감성을 찾아내는 연출로 평가 받았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메트오페라합창단, 스탈릿컴퍼니도 함께 한다.

● ‘로시니 스페셜리스트’ 키아라 아마루 등 떠오르는 신예 성악가 총출동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오는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초연된다. 연출를 맡은 최지형이 연습을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로시니 레퍼토리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아마루를 비롯해 신예 성악가들을 소개한다. 이사벨라 역을 맡은 키아라 아마루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뿐만 아니라 2019년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세비야아의 이발사’에 출연했다. 마드리드 왕립극장에서 ‘이탈리아의 터키인’ 차이다 역으로 데뷔할 예정으로 현재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린도로 역에는 테너 발레리 마카로프가 맡는다. 발레리 마카로프는 2019년부터 볼쇼이 극장의 챔버 앙상블로 활약하고 있으며 로시니의 ‘이탈리아의 터키인’로 데뷔해 꾸준히 ‘세비야의 이발사’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특히 2021년 도밍고 오페랄리아 콩쿠르, 스페인 비냐스 성악콩쿠르 결승 무대를 오르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젊은 성악가다.

이들과 함께 무스타파 역으로 호흡을 맞출 이는 베이스 권영명이다. 그는 독일 비스바덴 국립극장에서 데뷔 후 20년 이상 독일을 중심으로 하노버 국립극장, 니더바이언 주립극장 등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전속 베이스 주역 가수를 역임하고 현재 슈베린 국립극장 전속 주역가수로 활동 중인 노련한 성악가다.

한국 성악가들도 풍성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1인 음악극을 통해 음악적인 도전을 지속하고 있으며 ‘카르멘’ ‘신데렐라’ 등으로 국립오페라단과 인연을 맺어온 한국의 대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이사벨라 역을 맡았다. 린도로 역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깨끗한 목소리의 소유자 테너 이기업이 맡아 국내 오페라 데뷔를 치른다. 베이스 전태현 역시 무스타파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전태현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바질리오 역으로 북미 무대에 데뷔했으며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윌리엄 텔’ ‘플라테’ 등에서 활약했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서도 선보인다. 이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24일(토) 오후 3시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 통해서 랜선 관객들을 만난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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