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깨지도록 해보겠다”...91세 여성국극 조영숙 명인도 ‘싱크넥스트24’ 참가

배우 김신록·코미디언 곽범 등 10개팀 참여
세종문화회관 7월5일~9월8일 S씨어터 개최
​​​​​​​MZ세대 겨냥 성수동에 팝업까지 오픈해 붐업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5.18 17:52 | 최종 수정 2024.05.18 18:05 의견 0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출연자들이 성수동 팝업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한 시대를 장식했던 여성국극이 사라지고 있고, 당시 활동한 사람은 다 하늘나라로 가고 저 혼자 남은 듯합니다.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어금니가 깨지도록 이 악물고 해보겠습니다.”

올해 91세인 여성국극 조영숙 명인이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에 참여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둥글게 스크럼을 이뤄 파이팅을 외치는 포즈도 척척 해내면서 의욕을 보였다.

세종문회회관 주최로 올해 3회째를 맞는 ‘싱크 넥스트’는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적 예술 활동을 해온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7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S씨어터에서 열린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출연자들이 성수동 팝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출연자들이 성수동 팝업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개최에 앞서 17∼19일 사흘간 성동구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Y173에서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선보일 ‘싱크 넥스트’ 콘텐츠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공연장을 낯설어 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해 ‘힙스터들의 성지’ 속으로 뛰어든 것.

이번 시즌에는 여성국극 1세대 명인 조영숙, 배우 겸 연출가 김신록, 코미디언 곽범, 소리꾼 유태평양, 작곡가 김오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미술작가 우국원 등 모두 10개 팀이 참여한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이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6일 Y17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시대에나 예술은 처절하게 관객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변신해왔다”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날 수 없던 새로운 관객을 성수 팝업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싱크 넥스트’가 표방하는 주요 메시지인 동시대라는 것은 과거와 미래의 어느 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세종문화회관이 전통적인 공간이라면 성수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이다”라고 소개했다.

팝업에는 ‘싱크 넥스트’ 참여 아티스트의 작업관이 엿보이는 전시와 우국원 작가의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등이 마련됐다. 김동하의 스탠드업 코미디와 백현진·최유화의 낭독과 즉흥 퍼포먼스 등 스페셜 쇼케이스도 볼 수 있다. 공연 예매를 게임을 통해 해보는 이벤트, 포스터 꾸미기 등 관객 체험형 행사도 준비됐다.

본공연(7월 5일~9월 8일 S씨어터)에서는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와 국악, 합창, 연극 등 상이한 장르를 결합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의 바스키아’로 불리는 미술작가 우국원은 오페라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회화 작업을 더한 ‘오리지널리티’(9월 6~8일)를 선보인다. 우 작가는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가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저도 처음 도전하는 장르라 아직 작업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참여하는 김신록 배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TV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유괴의 날’에서 강한 연기를 보여준 김신록은 시각예술가 손현선 작가와 협업한 ‘없는 시간’(8월 2∼4일)늘 선사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선형적인 이해 속에서 탈락한 여러 조각을 미술작품과 텍스트, 소리, 말, 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동갑내기 소리꾼 유태평양과 함께 ‘돌고 돌고’(7월 11·12일)를 준비한다. 이 두 사람의 음악을 류성실이 무대 설치미술을 맡아 빛내준다. 유태평양은 “젊은 청년들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음악으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며 “사계절을 대입시켜 인생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공연을 보여드리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참여하는 코미디언 곽범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여성국극, 코미디, 굿 등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장르도 만날 수 있다.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의 만담·스탠드업 공연 ‘코미디 어셈블(8월 15∼17일)이 대표적이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는 “우리 콘텐츠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싱크 넥스트’에서 관객을 만나면서 우리의 농담도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KBS TV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한 곽범은 “오늘은 코미디언이 아니라 만담가 곽범이다”라며 “저를 선택해준 세종문화회관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재치 넘치는 멘트를 보여줬다.

굿이 지닌 종합 예술적 성격에 주목해온 이스트허그(미디어아트그룹)와 육사크사나(밴드)는 ‘군문열림’(8월 23·24일)에서 가곡 명인 강권순과 굿의 본질인 치유와 회복에 집중한 ‘컨템퍼러리 굿판’을 보여준다.

김오키(색소폰)를 중심으로 진수영(피아노)과 전수민(베이스)이 함께 하는 새턴발라드는 음악극 ‘러브 인 새턴’(7월 5·6일)을, 싱어송라이터 유라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8월 9·10일) 공연을 선보인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참여하는 여성국극 조인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51년부터 여성국극의 맥을 이어온 조영숙 명인은 ‘조 도깨비 영숙’(7월 26·27일)을 통해 무대에 선다. 음악감독 장영규와 가수 박민희가 함께한다. 박민희는 “도깨비는 선생님의 어린 시절 별명이었다고 한다”며 “선생님께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조영숙 명인은 “국극은 성격상으로 외국의 오페라나 뮤지컬 같은 거다”라며 “판소리와는 다른 국극의 매력을 혼신을 다해 여러분들한테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말했다.

민중의 목소리가 모이는 역사적 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과 축제의 장소이기도 한 ‘광장(廣場)’을 소재로 ‘싱크 넥스트 23’에서 처음 선보인 ‘광광,굉굉’(8월 31일)은 ‘싱크 넥스트 24’ 앙코르 무대에 오른다. 성시영을 중심으로 결성된 창작그룹 ‘SMTO 무소음’은 첫해보다 더욱 인상적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란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내한 공연 ‘블라인드 러너’(7월 18∼21일)도 눈에 띈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의 도화선이 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보도한 기자 닐루파 하메디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이번이 아시아 초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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