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시코드·피아노로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한국바로크음악제’ 6월4일 개막

송은주·페터 폰 빈하르트 듀오콘서트로 ‘활짝’
​​​​​​​올해는 세번의 음악회로 통주저음 매력 선사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5.28 14:19 | 최종 수정 2024.05.29 07:17 의견 0
한국하프시코드협회가 주최하는 ‘2024 한국 바로크 음악제’가 오는 6월 4일·15일·16일 열린다. 개막 연주회는 송은주(왼쪽)와 페터 폰 빈하르트의 듀오콘서트다. ⓒ한국하프시코드협회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바로크 음악(Baroque Music)은 유럽을 중심으로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유행한 음악이다. 바로크 음악 앞에 르네상스 음악이 있고, 뒤에는 고전 음악이 위치한다. 르네상스와 고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크라는 용어는 ‘찌그러진 진주’ ‘일그러진 진주’라는 의미를 가진 포르투갈어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르네상스 추종자들이 바로크 시대의 장식적인 건축과 회화에 대해 풍자의 뜻으로 한 말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규격에 딱 맞는 르네상스 양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바로크 시대에 들어 이런 것들이 불균형한 것으로 타락했다는 비난 섞인 단어다. 1920년대 바로크라는 표현이 처음 음악사에 사용됐을 때 용어 자체에 있었던 모멸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는 이미 사라졌고, 하나의 트렌드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바로크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이탈리아어로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로 불리는 ‘통주저음(通奏低音)’이다. 하프시코드, 오르간, 류트, 비올라 다 감바 등의 악기가 계속해서 저음을 연주하는 것을 일컫는다. 작곡가는 하나의 선율과 통주저음만을 악보에 표기했다. 여러 악기들이 통주저음의 리드를 따라가면서 각자의 선율을 채워 넣어 화음을 만들었다. 통주저음은 음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음악의 추진력을 만들어낸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다.

통주저음을 이끄는 대표적인 악기가 하프시코드(Harpsichord)다. 독일어로 쳄발로(Cembalo), 프랑스어로 클라브생(Clavecin)이다. 영롱하고 깨끗한 소리가 매력적이며, 바로크 시대에는 ‘오케스트라의 혼’으로 불렸을 만큼 필수악기였다. 겉모습은 피아노를 닮았지만 속은 예민하고 섬세하다. 관리하기도 어려워 한동안 잊힌 고악기로 취급받았다.

피아노와 하프시코드의 차이는 소리를 내는 방식에 있다. 피아노는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낸다. 이에 반해 하프시코드는 ‘플렉트럼’이라는 작은 돌기가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처럼 건반을 누르는 힘을 조절해 음의 강약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오르간처럼 여러 스톱 장치를 조합해 다양한 음색을 구사한다.

하프시코드를 중심으로 한 바로크 음악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바로 ‘2024 한국 바로크 음악제’다. 한국하프시코드협회 주최로 오는 6월 4일(화)·15일(토)·16일(일)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페스티벌이다.

개막무대는 송은주(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와 페터 폰 빈하르트(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피아노과 주임교수)의 듀오 콘서트로 준비했다. 6월 4일 오후 7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씨어터에서 열린다. 강주호(한국하프시코드협회 홍보이사)의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두 사람이 선사할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8세기 초 작센의 영주이자 신성로마제국의 주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바흐에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수면제 같은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백작은 자신이 고용했던 젊은 연주자 요한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에게 잠이 들기 전 이 곡을 연주하게 해 숙면을 취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온다. 악보 출판업자가 곡을 의뢰한 사람이 아니라 연주한 사람을 더 높여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제목을 정한 것이 이채롭다.

‘아리아-30개의 변주곡-아리아’의 3개의 틀로 구성돼 있다. 전반부(아리아~변주곡 16)는 퍼스트 하프시코드(송은주)와 세컨드 피아노(페터 폰 빈하르트)로, 후반부(변주곡 17~아리아)는 퍼스트 피아노(페터 폰 빈하르트)와 세컨드 하프시코드(송은주)로 연주한다. 하프시코드와 피아노가 서로 번갈아 가며, 또한 연주자도 서로 로테이션하며 연주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곡에 살짝 변화를 가미한 센스가 빛난다.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부르벡이 작곡한 ‘Points on Jazz’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모두 8곡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코랄(제6곡), 왈츠(제7곡), 아 라 투르크(제8곡)를 역시 송은주와 페터 폰 빈하르트가 듀엣으로 들려준다. 고색창연한 바로크 음악과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재즈를 같은 무대에서 선보이는 발상이 참신한다.

두 번째 콘서트(6월 15일 오후2시 영은미술관 영은홀)는 ‘하프시코드로 그리는 독일 바로크 음악’이라는 주제로 이옥재, 이경희, 최상미, 최유미가 출연한다.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그의 아들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둘째),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넷째)의 곡을 연주한다. 또한 요한 야콥 프로베르거, 게오르크 뵘, 요한 크나우 등의 작품을 하프시코드의 찐매력으로 선사한다.

세 번째 콘서트(6월 15일 오후2시 영은미술관 영은홀)의 테마는 ‘하프시코드와 피아노의 배색’이다. 송은주, 최유미, 이지영, 이옥재, 양윤정, 강주호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이혜경, 황문희, 이주연이 피아노를 맡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강은수 작곡가의 신작 ‘녹차에 하얀 매화’. 세계 초연이다. 쳄발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곡으로 송은주와 황문희가 연주한다. 강은수는 “쳄발로와 피아노가 서로 갈등하다가 잠시의 휴식이 찾아오고, 다시 더 큰 대립의 세계로 들어가는 웨이브를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크 뒤플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요하네스 브람스도 곡도 들려준다.

송은주 회장은 “각박하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AI시대에도 옛것의 편안함과 영원불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로크 음악을 선물하겠다”며 “미술 전시와 함께 바로크 시대악기를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흘 축제를 마친 뒤 한국하프시코드협회는 오는 9월 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피아노의 역사-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포르테피아노, 그리고 피아노’라는 제목으로 정기연주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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