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기자간담회는 난생 처음이라 두근두근 떨려요. 1주일에 세 번 단체 연습을 합니다. 어떤 단원은 가사를 못외울까봐 뇌영양제를 먹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집안 곳곳에 가사를 붙여 놓았는데, 너무 많이 붙여 놓으니 남편이 ‘이젠 내가 외울 지경이다’라고 말합니다.”(시민예술단 대표 김혜순)
“아마추어가 오페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참여하게 돼 너무 좋아요. 저도 기자간담회는 처음입니다. 평생 오페라를 두 편 봤는데 지난해에 무대에 서면서 새로 다섯 편을 감상했습니다. 제 인생은 오페라 공연 전과 후로 나뉩니다.”(시민예술단 대표 허경석)
오는 11일과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두 번째 야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참여하는 시민예술단원들이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다음 생애에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오페라 출연이 실제로 일어나 꿈속에서 사는 기분이다” “아마추어가 감히 상상하기 어렵던 오페라 무대에 서면서 모두 만족해하고 문화생활 경험도 넓어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이번 오페라에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123명의 시민예술단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탈리아 원어 가사를 외우며 연습에 적극 참여하는 등 공연에 대한 높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배경인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골의 기사도’라는 뜻이다. 합창곡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와 오케스트라 간주곡이 유명하다. 특히 간주곡은 영화 ‘대부3’와 ‘분노의 주먹’에 삽입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비제의 ‘카르멘’을 선보였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오페라의 저변을 확대하고 관객들을 극장 안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골랐다”며 “단막이라 60분이면 끝나는 데다 유명한 곡이 있다 보니 길을 지나가다가 보는 관객, 한 번쯤 오페라를 체험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적합한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지루할 틈 없이 전개가 빠르다”는 점도 입문자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박 예술감독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친환경 캠페인에 맞춰 서울시오페라단도 이번 공연을 친환경 오페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LED로 무대를 꾸미고, 무대 배경도 입체 영상을 활용한다. 또 텀블러나 리유저블컵 등 친환경 다회용기를 지참한 관객에게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연출을 맡은 엄숙정 연출가는 “광장의 광활한 스케일에 맞춰 무대와 음악 등을 꾸몄다”면서 “극장에서 벗어나 LED로 꾸며진 야외무대에서 편안하게 오페라를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엄 연출은 시민예술단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작진이 따로 디렉팅하지 않아도 시민예술단 단원들이 알아서 잘 연습하고 있다”며 “첫 연습부터 가사를 다 외워 오는 것을 보고 저희보다도 더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정병목 영상감독은 “가우디의 성당 건축물과 고흐, 클림트 등의 명화가 오페라 음악과 어우러질 예정이다”라며 “무대 위의 출연진이 영상에 압도되지 않고 더 빛나게 하면서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 겠다”고 말했다.
산투차 역에 소프라노 조선형, 투리두 역에 테너 정의근·이승묵, 알피오 역에 바리톤 유동직·박정민, 루치아 역에 메조소프라노 송윤진, 로라 역에 메조소프라노 정세라가 출연한다. 연주는 김덕기 지휘로 군포필하모닉이 맡았다.
모두 무료인 총 2000석의 객석은 이미 선착순 예매로 3분 만에 매진됐지만, 야외무대라라 티켓 없이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소프라노 조선형은 “야외 오페라다 보니 날씨가 가장 걱정이다. 매일 체크하는데, 공연하는 날 날씨가 좋다는 예보가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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