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픽콘서트] 뛰어난 서정 표현...그 여운 즐길 시간을 주지않은 ‘백건우의 모차르트’

‘건반위의 구도자’ 시간에 쫓기듯 연주 아쉬움
​​​​​​​연주는 체력싸움이란 말 실감 났던 리사이틀

손민수 객원기자 승인 2024.07.09 11:10 | 최종 수정 2024.07.09 11:15 의견 0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있다. ⓒ판테온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를 처음 들었던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이었다. 아마도 족히 40여년 전이었지 않나 싶다. 음악을 좋아했던 어린 소년이었던 나에게는 매우 큰 영향을 미쳤던 시간이다. 그 후로 오랫동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남아 있다.

이후 종종 백건우의 연주를 찾아 듣곤 했다. 많은 협연을 듣기도 했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946년생으로 70대 후반의 나이가 됐다. 한마디로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피아노계의 거장이 됐다. 그의 연주 하나하나가 기록에 남을 만큼 눈부시다.

이번 6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모차르트 음반 출시로 인한 투어 연주회 중 하나로 모든 곡들이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됐다. 지난 시간 동안 연주해 오던 프로그램들이 아닌 모차르트였기에 그의 손끝에서 나올 모차르트에 대해 기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연주하던 다른 레퍼토리를 기억해 봤을 때 살짝 우려 되는 부분도 있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있다. ⓒ판테온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열고 있다. ⓒ판테온 제공


실제 공연에서는 소나타 2번에서 12번으로 변경됐다. 변경된 이유는 모르지만 노신사는 입장했고 관객에게 인사했다. 왠지 그런 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음악 외에 다른 얘기들로 인한 감정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첫 곡이 연주되면서 그의 깊은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전반부에는 총 3곡을 들려줬었다. ‘환상곡 d단조 K.397’ ‘론도 D장조 K.485’ ‘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로 역시 거장답게 훌륭한 연주였다.

그러나 첫 곡이 끝났을 때 그 곡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로 두 번째 곡이 시작됐다. 아쉽다. 전반부 모두 이러한 패턴의 연주였다. 청중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무엇에 쫓기는 듯 그리 빨리 넘어갔을까. 혼자 연습하는 것처럼, 그냥 프로그램을 악보를 보며 쭉 쳐보는 느낌이었다. 청중들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그의 깊은 연주의 여운을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후반부도 시간에 쫓기듯 바로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보니 도입에 조급함이 묻어있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연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판테온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의 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연 뒤 팬사인회를 열고 있다. ⓒ판테온 제공


2부에서는 ‘안단테 F장조 K.616’ ‘아다지오 b단조 K.540’ ‘지그 G장조 K.574’ ‘환상곡 c단조 K.396’ ‘전주곡과 푸가 C장조 K.394’가 연이어 연주됐다.

그가 구현해 내는 한 음 한 음은 역시 건반의 구도자라는 별칭답게 화려하면서도 섬세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필자가 생각하고 익숙한 모차르트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음악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정적인 부분은 생각보다 깊은 연주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페달을 깊이 사용하다보니 음이 뭉개지기도 했다. 나이를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것이 레코딩과 라이브의 차이였다. 연주력은 체력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그동안 공연장에서 박수를 쳤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늘 존경하고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커튼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노구(老軀)의 신사에게 존경의 박수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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