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아이 그림으로 앨범 재킷...백건우 “고향 찾듯,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어요”

68년 연주 인생 첫 모차르트 앨범 발매...18일부터 전국 투어
​​​​​​​“이제 음악과 나뿐...어린아이의 순수함 그 자체 전달하고 싶어”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5.17 16:03 | 최종 수정 2024.05.17 18:26 의견 0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앨범 발매 및 전국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니버설뮤직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고향을 찾듯, 모차르트로 시작해서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어요.”

‘건반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생애 첫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작품 앨범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Ⅰ’을 발매했다. 그는 이번 음반을 ‘고향으로의 회귀’라고 정의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작곡가가 말년에 고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음악가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모차르트로 시작한 그때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를 예로 들었다. “부조니도 처음엔 리스트를 탐구하다가 바흐를 거쳐 맨 마지막엔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68년 연주 인생에서 수많은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지만, 이번 앨범 녹음은 전에는 미처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20대와 40대, 60대 때마다 악보를 읽는 것이 확실히 달라진다”며 “전에는 모차르트 스타일에 맞게 잘 연주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음악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앨범 발매 및 전국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니버설뮤직 제공


모차르트 음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덜어내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어느 작품보다도 모차르트 음악은 연주자가 그의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연주인 것 같다”며 “연주자가 자기를 오히려 없앨 수 있을 때 가장 적절한 연주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백건우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전곡을 최초로 녹음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이 남긴 유명한 말를 인용해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지금 이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모차르트 앨범 재킷은 10세 초등학생 팬이 그린 초상화를 선택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모차르트 음악을 순수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앨범 표지에도 잘 나타난다. 10세 초등학생 팬이 그린 초상화를 앨범 재킷으로 선택했다. ‘모차르트와 백건우’를 주제로 공모전을 열어 직접 그림을 골랐다.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하며, 사진전도 연 백건우는 그동안 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음반 표지로 사용해 왔다.

“거짓 없는 어린아이의 눈길이랄까, 그런 게 그리웠습니다. 아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언인가가 있겠다 싶어 공모전 아이디어를 냈어요. 열살 아이가 그린 그림인데 굉장히 강렬하고 생명력이 있어요.”

백건우의 새 앨범에는 피아노 소나타 12번과 16번, 환상곡 D단조(K.397)와 론도 D장조(K.485), 그리고 ‘아다지오’ ‘지그’ 등 모두 7곡이 수록됐다. 순수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입체적인 연주로 풀어냈다.

이번 음반은 그의 모차르트 프로젝트 3부작 중 첫 음반이다. “길이를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들을 골라 곡을 선정하다 보니 3부작 분량이 됐다”며 “첫 음반에 뭘 담고, 두번째에 뭘 담겠다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 곡의 흐름을 더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은 듣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니까 흐름에 맞춰 곡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앨범 발매 및 전국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해 1월 사별한 아내 윤정희의 이야기도 나왔다. 심경을 묻자 잠시 침묵한 뒤 특유의 느릿한 어투로 답했다.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 없어요. 그게 옳은 태도인 거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제가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어떤 작곡가를 하게 될지 알게 될 겁니다. 여행할 때도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가다 보면 새로운 게 눈에 띄고 느껴지거든요. 음악도 그렇게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백건우는 모차르트 앨범 발매를 기념해 전국 투어도 나선다. 오는 18일 부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인천, 여주, 서귀포 등 10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서울 공연은 6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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