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서울시향이 4월 2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II: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를 열었다.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실내악 정기공연으로 젊은 거장 하델리히가 합류해 더욱 주목받았다.
하델리히는 이날 공연에 앞서 25일과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장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줬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12번. ‘단악장 사중주’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슈베르트가 전에 작곡했던 현악 사중주곡들 같은 고전적인 단아함보다는 격정적인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긍정과 부정, 부드러운 선율과 날카로운 소리의 대비가 자아내는 음악적 드라마가 귀를 사로잡았다.
이어 하델리히가 바이올린 독주곡 두 곡을 선보였다. 하나는 미국 작곡가 데이비드 랭의 ‘미스터리 소나타’ 전 일곱 악장 가운데 3악장 ‘슬픔 이전’을 연주했다. 이 곡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 하인리히 비버의 ‘미스터리 소나타’를 바탕으로 ‘환희’ ‘슬픔’ ‘영광’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데이비드 랭의 미스터리 소나타 전곡은 지난 2014년 4월 카네기홀에서 하델리히의 연주로 초연됐다. 당시 ‘뉴욕 타임즈’는 “권위가 있는 침착함, 고요한 통제”를 보여 줬다는 찬사를 보냈다.
나머지 한 곡은 외젠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발라드’다. 소나타 3번에는 ‘발라드’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단 하나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은 제오르제 에네스쿠에게 헌정됐으며,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를 만끽할 수 있어 이자이가 남긴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6곡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마지막으로 펠릭스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로 대미를 장식했다. 재작년 차이콥스키 ‘피렌체의 추억’으로 서울시향 단원들과 인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하델리히가 함께 참여했다.
멘델스존이 16세에 작곡한 이 곡은 현악 사중주를 두 배 늘린 현악 팔중주로서 확고한 균형 감각으로 교향곡을 지향하고 있다. 현악 팔중주라는 특이한 편성에서만 가능한 풍부한 울림, 귀에 쏙 들어오는 주제 선율, 가볍고 묘사적인 스케르초에 이르기까지 다이나믹의 표현 범위가 매우 넓다. 제1바이올린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하델리히가 중심을 잡아 서울시향의 풍부한 선율을 이끌어 냈다.
앙코르는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 3악장을 한 번 더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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