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첼리스트의 삶을 살면서 죽기 전에 한번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가 감사하게도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배워 오기도 했고, 첼로 연주의 일부이자 기본처럼 여겼던 곡인데, 이번에 음반을 내면서 새롭게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바흐 무반주 1번을 녹음한 데뷔 앨범에서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깔끔하고 정갈한 소리와 음악을 추구했었다면,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소리와 음악의 흐름에 대해 몰두했어요. 바흐가 작곡할 당시 생각하고 또 듣고 싶어 했을 무한한 가능성과 공간감, 자유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첼로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리사이틀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는 10월 26일(토) 오후 2시와 8시에 걸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하루 두 차례 공연으로 바흐의 영혼을 울리는 첼로 소리를 선물한다. 오후 2시에 모음곡 1·2·3번을, 오후 8시에 모음곡 4·5·6번을 들려준다.
이번 리사이틀은 문태국에게 뜻 깊은 시간이다. 국내에서 3년 만에 갖는 독주회며, 2014년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 아시아인 최초 우승 이후 10년이 되는 해다. 또한 만 서른을 맞이하며 준비하게 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리사이틀은 워너클래식 두 번째 음반 발매와 함께 이뤄지며 서울을 포함해 김해, 안양 등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작곡 이후 약 200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쾨텐에서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던 1717년과 1723년 사이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작곡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13세 때 우연히 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잠들어 있던 악보(바흐의 자필 악보는 사라지고 아내인 안나 막달레나의 필사본)를 발견해 12년이나 연구하고 어렵게 세상에 선보인 작품이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이 곡은 오늘날 첼로 솔로를 위해 쓰인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받으며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카잘스는 프랑코 정권의 파시즘에 대항하는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했고, 로스트로포비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이 곡을 연주했다. 또한 9·11 테러 추모식, 르완다 학살 추모식, 에드워드 케네디의 장례식장에서도 연주됐으며 무용 배경음악, 스포츠 피겨스케이팅의 배경음악과 CF나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되며 세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곡이 됐다.
이 곡은 6개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모음곡은 전주곡 1개와 춤곡 5개로 모두 합하면 총 36개의 곡이 된다. 곡마다 전주곡(프렐류드)으로 전체적인 성격을 제시하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다섯 가지 춤곡을 묶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문태국은 이번 음반 녹음과 연주회를 앞두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바로크 활을 쓰고, 현도 평소에 사용하던 것과 다르게 거트현(양의 창자를 말려 꼬아 만든 현)으로 녹음했다. 또한 5번을 녹음할 때는 튜닝도 오리지널에 맞춰 낮추고 6번을 녹음하기 위해 피콜로 첼로도 구입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해 “음악의 알파벳이자 모든 첼리스트의 시작점”이라는 표현을 했고, 카잘스는 “단지 음악이 아닌, 인생 그 자체다. 그것들은 영감의 원천이며, 진정한 생명의 양식이다”라고 말했다.
서른을 맞이하며 큰 도전을 시작한 첼리스트 문태국. 깊이 있는 그의 음악 여정에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의 관객이 되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태국 첼로 리사이틀 ‘바흐(BACH)’ 티켓 가격은 5만원, 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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