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김도연 “유럽무대 바로 데뷔...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덕에 꿈을 이뤘어요”

제76회 대회 앞두고 75회 우승자들 후배에 꿀팁
“뻣뻣 딱딱 안돼...부감감 떨치고 즐기는 기분으로”
​​​​​​​“테크닉보다 맡은 배역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중요”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8.20 00:54 | 최종 수정 2024.08.20 08:53 의견 0
제76회 아슬리코 국제 오페라 콩쿠르 아시아 대회 기자간담회가 19일 세종예술아카데미 서클홀에서 열린 가운데 바리톤 박준혁·김봉미 운영위원장·소프라노 김도연(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병무 기자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바로 데뷔를 했어요.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난 게 정말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리톤 박준혁은 아직도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핑 역할을 맡았을 때의 흥분과 설렘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19일 세종예술아카데미 서클홀에서 열린 ‘제76회 아슬리코 국제 오페라 콩쿠르’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행운을 안겨준 아슬리코 콩쿠르가 무척 고맙다”며 올해 경연에 참가하는 후배들에게 꿀팁을 알려줬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프라노 김도연과 아슬리코 콩쿠르 아시아대회 김봉미 운영위원장(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총감독), 그리고 후원을 맡은 비에이치 이경환 회장과 오알켐 이충호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1949년 첫 대회를 연 아슬리코 콩쿠르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카를로 베르곤치(테너), 레나타 스코토(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소프라노), 피에로 카푸칠리(바리톤), 니콜라 마르티누치(테너), 카티아 리치아렐리(소프라노) 등을 데뷔시킨 세계적인 경연이다.

지난해 처음 아슬리코 콩쿠르 아시아 대회가 개최됐고 올해도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대회 상위 입상자 5명은 40명이 겨루는 이탈리아 본선 세미파이널에 진출한다. 이중 20명이 파이널에서 경연을 펼쳐 최종 우승자 10명을 선발한다. 톱10은 3개월의 캐스팅 교육을 거쳐 정식으로 오페라에 데뷔한다.

박준혁과 김도연은 2023년 콩쿠르 공동우승 10명에 뽑혀 이탈리아 무대에 오를 기회를 거머쥐었다. 오는 9월과 10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오페라 극장 등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모두 8차례 공연한다. 박준혁은 마르첼로, 김도연은 무제타 역할을 맡았다. 한국인 성악가 ‘마무커플’의 탄생이다. 박준혁은 실질적 1위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관객이 뽑은 청중상까지 받아 예외적으로 이미 ‘투란도트’의 핑 역할로 유럽 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제76회 아슬리코 국제 오페라 콩쿠르 아시아 대회 기자간담회가 19일 세종예술아카데미 서클홀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바리톤 박준혁, 소프라노 김도연, 김봉미 운영위원장,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 이충호 오알켐 부사장. ⓒ민은기기 기자

박준혁은 아시아 대회 톱5에게 주어진 혜택이 본선 우승에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로 가기 전 서울에서 미리 4주간 인큐베이팅을 받았다”며 “전문가를 초빙해 이탈리아어 딕션까지 디테일하게 가다듬어 줘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치와 유머를 담당하는 희극적 요소의 핑 역할을 해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도연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이탈리아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해 직접적인 집중훈련을 받았다”면서 “예술적·음악적 성장을 할 소중한 자양분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오페라 작품이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준혁은 ‘노 프라블럼(No Problem)’의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일상 언어뿐만 아니라 무대 언어도 빠르게 습득하고 있어요. 연습 때는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며 디렉션을 해주고 있어 연출자나 지휘자와의 소통에 문제는 없습니다. 가끔 정말 모르는 것이 나오면 ‘눈치로 때려 맞추며’ 배우고 있어요.”

박준혁은 후배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해줬다. 그는 “흔히 한국 성악가들은 뻣뻣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노래가 조금 부족해도 표정과 연기가 살아있으면 커버된다. 딱딱한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즐기는 모습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연은 아슬리코 콩쿠르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밝혔다. 큰 대회를 치르고 나니 자신감이 급상승했다. 그후 참가한 콩쿠르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냈다. 6월 세일한국가곡콩쿠르 여자부 1위에 올랐고, 7월 안동 글로벌 영아티스트 콩쿠르에서는 최종 10명의 수상자에 선정됐다.

“테크닉과 스킬보다 맡은 배역에 얼마나 공감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모든 것에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접근하면 좋은 성적은 저절로 따라 오는 것 같아요.”

제76회 아슬리코 국제 오페라 콩쿠르 아시아 대회 기자간담회가 19일 세종예술아카데미 서클홀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바리톤 박준혁, 소프라노 김도연, 김봉미 운영위원장,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 이충호 오알켐 부사장. ⓒ민은기기 기자

김봉미 운영위원장은 “75년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콩쿠르를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개최해 아시아 성악가에게도 문을 열어준 게 큰 보람이다”라며 “본선 아시아 진출자 5명중 3명이 유럽에서 데뷔해 오페라 주역으로 도약하는 걸 지켜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젊은 보이스의 탁월한 실력이 오페라 메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면서 “신진 오페라 싱어를 유럽 무대에 곧장 데뷔 시키는 콩쿠르라는 점이 다른 경연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아슬리코만의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두 성악가에 대한 칭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준혁과 김도연은 한국인의 ‘죽기 살기 정신’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치켜 세웠다.

아시아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비에이치와 오알켐의 후원도 든든했다. 비이에치 이경환 회장은 “유럽 무대 직행을 노리는 아시아 성악가의 대거 진출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어시스트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고, 오알켐 이충호 부사장은 “늘 기업의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행사에 힘을 보태게 돼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제76회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아시아 대회는 8월 26일 예선과 29일 준결선을 거쳐 9월 6일 결선을 치른다. 상위 입상자 5명 모두에게 항공권, 숙박비를 전액 제공하는 총 3만유로(한화 약 4500만원)의 상금과 본선 통과를 위한 멘토 시스템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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