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축제서 잇따라 러브콜...독주회 기회 잡은 이해수 “비올라 찐매력 널리 알릴 것”

지난해 ARD 콩쿠르 우승후 위상 급상승
서울스프링·평창대관령·힉엣눙크 출연

8월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
‘4개의 얼굴’ ‘도리포로스’ 낯선 곡도 연주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8.24 00:50 | 최종 수정 2024.08.26 14:39 의견 0
지난해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사람 목소리처럼 짙은 호소력으로 비올라의 매력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힉엣눙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비올라를 시작하고 나서는 항상 연습이 즐거웠어요.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거나 콩쿠르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늘 상상하며 연습했죠. 지금 하나 둘씩 소망을 이뤄가는 게 꿈만 같아요. 비올라 덕분에 해피합니다.”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이해수(25)는 22일 서면인터뷰에서 비올라는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친구라고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 주는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확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접착제처럼 서로 다른 악기들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사실 비올라는 ‘손해 보는 악기’다. 소리에서는 바이올린에 밀리고, 또 크기에서는 첼로에 뒤처진다. 그러나 이해수에게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샌드위치의 속처럼 균형을 꽉 잡아준다”며 “늘 다른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즉시 반응해야 하는 바쁜 악기다”라고 털어 놓았다.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지난 4월 27일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선민(Chosen People)’에서 멘델스존의 현악 오중주 2번을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조진주, 바이올린 대니구, 첼로 심준호, 비올라 이해수, 비올라 신연 황.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탄탄하게 실력을 쌓은 그는 국내 팬들에서 점차 얼굴을 알리고 있다. 굵직굵직한 음악축제에 잇따라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처음 참여해 두 번(4월 27일 ‘선민’, 4월29일 ‘선구자’) 공연했다. 내로라하는 월드 클래스 연주자들과 함께 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저를 가르친 신연 황(대만 출신 비올리스트) 교수님과 함께 ‘멘델스존 현악 오중주 2번’을 연주했어요. 스승님과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습니다. 바로 옆에서 연륜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죠. 물론 다른 사람 공연도 많이 감상했어요. 아마 많은 관객들도 그렇겠지만, 저 또한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지난해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지난 8월 2일 평창대관령음악제 ‘국제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에서 김신 작곡가의 ‘세 개의 즉흥곡’을 세계 초연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정규빈.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7월과 8월에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실내악 공연뿐만 아니라 솔리스트로 나와 김신 작곡가의 ‘세 개의 즉흥곡’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주로 고전음악을 연주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대음악을 공부할 때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현대음악은 작곡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해수에게는 ‘행운의 곡’이 있다. 바로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이다. ARD 콩쿠르(2023년)와 프림로즈 콩쿠르(2018년) 우승을 안겨줬다. 어린 시절부터 애정하는 작품으로 비올라의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는 곡이다.

그는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연주할 때에도 아름다움이 피부에 닿는다”며 “비올라 협주곡이 많지 않지만 이 곡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100%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작곡가 음악 특유의 멜랑콜리한 느낌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면서 “연주할 때마다 저의 달라진 음악적 견해와 조금은 더 성장된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는 곡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해수는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하는 1590년 제작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를 사용하고 있다. 깊고 풍성한 음색이 특징이다. ARD 콩쿠르 네 차례의 경연에서 이 악기로 바로크, 고전, 현대곡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개성 있는 음색과 해석으로 선보여 우승을 거머쥐었다.

“저에게 온지 1년 6개월 정도 됐어요. 다크 초콜릿 같은 색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소리마저도 중후한 게 매력이죠. ARD 콩쿠르 6개월 전부터 이 명기를 사용했어요. 악기를 바꿀 때마다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딱 적절한 때 받아서 너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해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이해수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사람 목소리처럼 짙은 호소력으로 비올라의 매력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힉엣눙크 제공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와 작품을 물었다. 그때그때 다르다고 답했다. 그래도 하나만 콕 찍어 달라고 하자 “늘 애정하는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다. 억압되어 있지만 솔직하게 표현되는 감정들이 정말 감동이다. 한번 들었을 때 쇼스타코비치 음악이 바로 이해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숨은 감정들을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야만 느낄 수 있어 더 굉장하다”라고 감상 포인트를 짚어줬다.

이해수는 설레는 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에 선발돼 독주회를 개최하는 것. 미래의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모두의 베팅인 셈이다.

선곡에 공을 많이 들였다. 새로운 곡과 익숙한 곡을 골고루 준비했다. 1부에서 다리우스 미요의 ‘네 개의 얼굴’, 알베르토 포사다스의 ‘도리포로스’, 요크 보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Op.54)’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비올라 편곡 버전)를 들려준다.

“전반의 곡들은 조금 낯 설수도 있어요. 원래부터 비올라를 위해 쓰인 곡을 찾던 중 미요와 보웬의 곡을 듣게 됐어요. 미요는 사실 이 곡을 알기 전엔 깜깜이 였는데, ‘네 개의 얼굴’을 듣는 순간 반했어요. 각기 다른 도시에서 온 여자들의 성격과 특징을 음악으로 풀어놓았어요, 특히 사람 목소리에 가장 비슷한 비올라로 연주함으로써 마치 네 명의 여성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아주 재미있는 곡입니다. 비올라를 위한 곡들 중 숨은 명곡을 발견한 기분이 들어 꼭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지난 4월 27일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선민(Chosen People)’에서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 a단조를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 무하딘 뒤루올루, 바이올린 김다미, 비올라 이해수, 첼로 심준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지난해 ARD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지난 7월 28일 평창대관령음악제 ‘디어 슈베르트’에서 슈베르트의 ‘현악 삼중주 B플랫장조’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기욤 쉬트르, 비올라 이해수, 첼로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포사다스의 ‘도리포로스(Doryphoros)’는 ARD 콩쿠르 때 세미파이널에서 연주한 과제곡이다. 당시 6명의 준결승 진출자들을 위해 위촉된 신곡이다. 도리포로스는 ‘창을 든 청년’이라는 뜻으로 고대 그리스의 7등신 조각상 이름이며, 황금비율의 원리를 상징한다.

그는 “콩쿠르를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곡들 중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며 “작곡가의 설명, 그리고 정보 없이 오로지 저의 지식과 상상력으로 곡을 해석해야 했고 테크닉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워 많은 시간을 연습해야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콩쿠르가 끝난 후 꼭 다시 배워서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드디어 한국 관객께도 들려드릴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준비하는 기간 동안 포사다스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곡을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해수는 ARD 콩쿠르 우승 후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독일 오스나브뤼크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 상반기와 하반기에 모두 두 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다. 또 지난 5월에는 직접 실내악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함께 실내악 연주를 선보였다.

“가장 재미있는 활동은 지역의 학생들과 소통하는 일입니다. 학생들이 와서 연주를 듣고 직접 궁금한 점들을 저에게 물어보며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직접 학교로 찾아갈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주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단원들이 늘 저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고 저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늘 즐겁다고 말해줍니다. 정말 배움이 가득한 시간들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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