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고수들이 펼치는 말로 하는 액션...놀이처럼 시작된 위험한 게임 ‘트랩’

서울시극단 9월 27일부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공연
​​​​​​​기묘한 법정에 끌려 들어가 함정에 빠지는 블랙코미디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8.26 09:54 | 최종 수정 2024.08.26 09:56 의견 0
서울시극단은 하반기 첫 작품으로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한 ‘트랩’을 9월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뒷줄 왼쪽부터 손성호(전 사형집행관), 남명렬(전직 판사 겸 집주인), 이승우(집안 도우미). 앞줄 왼쪽부터 강신구(전직 검사), 김명기(트랍스), 김신기(변호사).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연기 고수들이 펼치는 ‘말로 하는 액션’이 온다. 놀이처럼 시작된 법정 게임에 참여했다가 결국은 자신의 죄를 실토하는 함정에 빠지게 되는 블랙코미디가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은 2024년 하반기 서울시극단의 세 번째 작품으로 9월 27일부터 연극 ‘트랩’을 선보인다. 연극 ‘트랩’은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를 바탕으로 우연히 모의재판에 참가하게 된 ‘트랍스’가 피고 역할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추리극이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다.

트랍스(김명기 분)는 한 섬유회사의 판매 총책임자다. 출장을 떠났다가 자동차 사고로 우연히 시골마을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그는 집주인과 집주인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게 된 재판 놀이에서 피고 역을 맡는다. 처음에는 완강히 결백을 주장하지만 차츰 노신사들의 집요한 추궁에 몰려 함정에 빠지게 된다. “불행하지만 저는 범죄 같은 건 저지른 게 없습니다.”

전직 판사인 집주인(남명렬 분)은 자신의 집에서 은퇴한 노신사들과 모의재판 놀이를 벌인다. 오늘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친구들과 트랍스를 위해 비싼 와인도 서슴없이 대접하는 대범함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우연히, 이따금 손님을 묵게 하는 것이 내겐 즐거움이외다.”

전직 검사 초른(강신구 분)은 집요하게 트랍스의 죄를 묻는다.(독일어 ‘zorn’은 분노라는 뜻이다.) 트랍스의 답변 속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유도심문을 통해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구성한다. “죄를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쿰머(김신기 분)는 경험이 많은 변호사다.(독일어 ‘kummer’는 걱정이라는 뜻이다.) 말 많은 피고를 만나 피곤해하지만 끝까지 이 놀이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 이기려고 노력한다. “쉿! 조심해요, 이것은 일종의 함정이오!”

사형집행관이었던 필렛(손성호 분)은 사형이 선고돼도 집행되지 않아 삶의 활력을 잃고, 오로지 먹는 재미로 살고 있다. 본인이 가장 빛났던 순간을 늘 갈망한다. “자백을 받아냈다! 자백을 받아냈어!”

시모네(이승우 분)는 집주인을 돕고 있는 도우미로, 요리와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다.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향연은 독일말로 법정이라는 뜻도 갖고 있죠. Gericht.”

연극 ‘트랩’은 쉴 새 없이 쏟아 붓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죄를 밝혀내려는 자들과 결백을 주장하는 자 사이의 논쟁을 통해 ‘말로 하는 액션’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파티인 척 보이는 놀이가 실제로는 인간의 숨은 죄를 추적하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마주한 개인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해 다시 사고(思考)하게 한다.

모의재판이 펼쳐지는 법정으로 변신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도 극의 재미와 몰입도를 더한다. 공연은 10월 20일(일)까지 열린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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