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제 춤이 고여 있지 않기를 바라며, 더 젊어지고 싶어서 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국수호)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입니다. 현대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 서사와 추상, 유형과 무형 등 국수호 선생님과 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김재덕)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이 가을 시즌을 맞아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를 10월 31일(목)부터 11월 3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국수호는 1948년생, 김재덕은 1984년생이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36세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세대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또한 전통과 현대 무용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장르의 장점을 융합한 공연이다.
전통 한국춤의 대가 국수호와 현대무용가 김재덕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이번 작품은 계절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움직임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세대와 장르, 안무 스타일에서 뚜렷이 다른 국수호와 김재덕은 단순한 더블빌(한 무대에 두 작품을 올리는 공연)이 아닌, 서로의 창작을 보완하며 대본·연출·음악 등 모든 과정을 함께 구상한 협업 공연을 완성했다.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명확한 대비와 대조를 교차해 보여준다. 김재덕의 폭발적인 움직임과 국수호의 정중동의 깊은 움직임, 일렉트로닉 음악에 전통악기의 라이브 연주, 여백미를 강조한 무대에 모던하고 세련된 의상 등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는 정반합(正反合)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김재덕은 봄과 여름, 국수호는 가을과 겨울의 안무를 맡아 각각의 계절을 표현했으며, 두 사람은 상호 보완을 통해 계절의 순환 속에서 시간의 영원성과 반복되는 순환의 의미를 담아냈다.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동양철학의 근본 원리인 ‘무형에서 유형’ ‘양에서 음’로 이어지는 순환의 원리를 바탕으로 “사계의 시간은 자연이자 인간의 몸”이라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안무가들은 서울시무용단원들과 함께 움직임의 원리와 각 무용수의 사계를 탐구하기 위해 한 달간 워크숍도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영상 등 미디어 장치를 최대한 배제해 신체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무대 세 면을 활용한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여백의 미를 극대화했다. 무대 디자인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국내 최고 무대미술가로 손꼽히는 박동우가 맡았다. 의상은 홍콩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영친(Yeung Chin)이 맡았다. 그는 홍콩패션위크, 뉴욕패션위크 등에 자주 참여하는 디자이너로 홍콩시티컨템포러리댄스컴퍼니(CCDC)와 홍콩발레단과 주로 작업했다. 이번 작품에서 영친은 무용수의 춤사위와 신체 선이 최대한 돋보일 수 있는 감각적인 의상을 구현해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세련미를 선사한다.
음악은 서울시무용단 ‘일무’ 음악으로 주목을 받은 안무가 김재덕이 맡았다. 그는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국악기의 라이브 연주를 입혀 한국적 선율을 추가한 음악을 선보인다. 그가 작업했던 음악과는 다르게 한국적인 색채가 더욱 입혀져 작품의 의미를 더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무대다”라며 “국내외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만큼, 한국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국수호와 김재덕이 서로 장점과 단점을 상호 보완하며 한국무용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총 4회 공연한다. 관람료는 4만~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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