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악기로 또박또박 정밀하게 그려낸다...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음악의 본질’ 탐구

브람스·프랑크와 더불어 수크·시마노프스키 연주
​​​​​​​내년 5월 2년만의 리사이틀서 독창적 해석 선보여

박정옥 기자 승인 2024.10.22 09:10 | 최종 수정 2024.10.22 09:11 의견 0
독일 정통 바이올리니스트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내년 5월 2년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살면서 베토벤, 브람스의 사중주를 연주해보지 못한다면 정말 슬픈 인생이 될 것입니다.”(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독일 정통 바이올리니스트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안네-소피 무터, 프랑크 페터 짐머만과 함께 독일의 간판 연주자로 손꼽힌다. 196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6세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하며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교회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한 후에도 가족들과 소박하게 하우스 콘서트를 즐기고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등 여타 천재 음악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의 누이인 첼리스트 탄야 테츨라프와 함께 테츨라프 현악 사중주단을 결성했고, 평생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라르스 포그트(1970~2022)와 함께 피아노 삼중주에도 몰두하며 실내악에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을 불태웠다. 라르스 포그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의 제자인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이 그 자리를 이어 현재까지도 테츨라프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테츨라프는 독일 음악 연주에 특히 강점을 보이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평소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이는 레퍼토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수십 년에 걸쳐 체득하고 경험한 것들을 세 번의 음반 녹음에 각기 다른 해석으로 담아 독일 레퍼토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입니다.”(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끊임없이 탐구하며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테츨라프는 레퍼토리와 음악적 한계를 벗어나 청중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쇤베르크 협주곡을 연주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바흐, 멘델스존, 베토벤의 작품을 비롯해 다수의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녹음해왔다.

테츨라프는 널리 알려진 작품 외에도 요아힘, 수크, 시마노프스키 등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을 꾸준히 다루며 시대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개성을 담은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등의 유명한 고악기 대신 현대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고악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깊은 울림의 음색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현대 악기의 음색은 때때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테츨라프의 악기는 그의 음악적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며 음악을 마치 말하듯 또박또박하고 정밀하게 그려내어 그가 현대 악기를 선택한 이유를 깨닫게 만든다.

바로크부터 고전, 낭만,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진정성 있는 연주로 사랑받아 온 테츨라프는 베를린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며 음악계에서 존재감을 증명해왔다.

독일 정통 바이올리니스트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내년 5월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사진)과 함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2019년에는 서울시향의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 국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테츨라프가 2023년 바흐, 이자이, 버르토크, 쿠르탁의 무반주 독주회 이후 2년만의 리사이틀을 통해 바이올린 역사에 남은 걸작들을 선보인다. 내년 5월 1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키벨리 되르켄이 피아노 반주를 맡는다.

“테츨라프는 극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속에 세련미와 강렬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뉴욕타임즈)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 중 한 명이다.”(그라모폰)

1부에서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수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Op.17)’과 독일 작곡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Op.108)’을 연주한다. 수크는 작곡 초기에 드보르자크와 브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브람스적 면모는 이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한다. 브람스의 후기 작품 중 하나인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서는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 절제미와 성숙한 음악성을 느낄 수 있다.

2부는 시마노프스키가 가장 아끼던 작품 ‘신화(Op. 30)’ 중 ‘드리아데스와 판’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작품인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꾸며진다. ‘신화’를 통해 바이올린의 새로운 표현 양식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피아노와의 유기적인 호흡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각 작곡가가 바이올린을 사랑한 방식과 이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테츨라프의 음악이 다가오는 리사이틀을 통해 펼쳐진다.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7만원, B석 5만원.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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