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레 벙 프랑세(Les Vents Français)는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프랑수아 를뢰(오보에), 폴 메이어(클라리넷), 질베르 오댕(바순), 라도반 블라트코비치(호른) 등 5명의 목관 연주자와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로 구성돼 있는 목관 앙상블이다.
“음악의 연금술사와 같은 이 앙상블의 세련된 음색은 마치 황금빛 안개 속에서 광채를 띠는 것 같다.”(바흐트랙) “찬란하게 반짝이는 연주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한다.”(파이낸셜타임즈)
지난해 내한 당시 목관 앙상블이 주는 포근한 울림으로 한국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은 레 벙 프랑세가 내년 3월 20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세 번째 내한공연이다.
각 악기를 대표하는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레 벙 프랑세는 브람스와 베르디 작품의 재해석과 더불어 그들의 주요 레퍼토리인 프랑스 후기 낭만음악, 그리고 세계 초연 작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사해 목관 앙상블의 매력을 청중들의 마음에 불어넣을 예정이다.
레 벙 프랑세는 “각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앙상블로서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멤버들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부터 지휘자, 음악감독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약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들이 레 벙 프랑세로 한 자리에 모일 때는 팀으로서도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와 그의 실내악 파트너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쥬는 다소 강한 개성의 관악기 주자들 가운데서도 서로의 소리를 배려하며 음향적으로 앙상블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연주자들 모아 드림팀을 구성했고, 실제로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음향은 개개인이 지닌 소리의 매력을 넘어 그 이상의 따뜻한 울림을 형성해 많은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솔로이스트로서도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연주자들인 만큼 각자 뚜렷한 음악적 개성을 쌓아온 이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모일 때마다 각자의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결합을 하는 순간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적 성취를 이뤄낸다고 말한다.
“우리의 역할은 작곡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생명과 숨결을 불어넣고, 우리의 목소리로 더 멀리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작곡가의 확성기입니다.”(에마뉘엘 파위) 레 벙 프랑세는 연주 활동뿐만이 아닌 음반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레퍼토리부터 라벨, 풀랑크, 미요 등의 프랑스 음악에 특히 집중하며 투일레, 슈포어, 온슬로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작곡가의 목관 앙상블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나아가 리게티, 힌데미트 등 근현대음악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위촉해 현대음악 연주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악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곡의 분석을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몰두하는 이들의 자세는 많은 후배 음악가들에게도 귀감이 되며, 관악 레퍼토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레 벙 프랑세의 노력은 목관 음악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 영국의 유명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이 앙상블은 가장 이상적인 드림팀으로, 각자의 음악적 개성을 완벽히 담아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창의력을 하나로 엮어내는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레 벙 프랑세는 관악기의 무한한 가능성과 각 악기의 다채로운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부 첫 곡으로는 독일 낭만 음악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왈터 편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하이든의 ‘성 안토니 코랄’을 바탕으로 브람스가 작곡한 관현악 변주곡으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코랄풍의 주제가 변화무쌍한 여덟 개의 변주를 거쳐 환희에 찬 파사칼리아 풍의 피날레에 도달한다.
이어 연주되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중주 e단조’(레히트만 편곡)는 원래 베르디가 남긴 유일한 현악사중주로,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음악적 감각과 극적 요소, 그리고 기악적 표현력이 결합된 작품이다.
레 벙 프랑세는 이 두 곡을 목관오중주로 연주해 원곡과는 다른 관악기만의 음색과 해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2부에서는 알베르 루셀, 루트비히 투일레의 육중주로 목관오중주에 피아노의 음색을 더해 풍성하고 입체적인 음향의 후기 낭만 음악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또한 오보이스트이자 프랑스 현대 작곡가 질 실베스트리니의 육중주를 세계 초연하며 목관 앙상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인간의 숨소리로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내년 3월 레 벙 프랑세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관객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R석 13만원, S석 11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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