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더 업그레이드한 ‘양철지붕’...오페라팩토리 새해 첫 작품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

신성희·김예은·박의현 등 새 얼굴 합류
​​​​​​​안효영 작곡가 “변주로 긴장감 고조시켜”

박정옥 기자 승인 2024.11.29 16:14 의견 0
오페라팩토리는 안효영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을 더 업그레이드해 2025년 새해 첫 작품으로 1월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사진은 2023년 초연 모습. ⓒ오페라팩토리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살려달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사람도 나처럼 외롭고 두려웠을까.” 포스터에 선명하게 적힌 노랫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안효영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 오페라팩토리는 지난 2023년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을 업그레이드해 2025년 새해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오는 1월 17일(금)과 18일(토)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양철지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지원사업인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2023년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초연 후 2024년 2차제작지원에 선정돼 수정 보완을 거친 후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관객을 만난다.

● 복수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

오페라팩토리는 안효영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을 더 업그레이드해 2025년 새해 첫 작품으로 1월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사진은 2023년 초연 모습. ⓒ오페라팩토리 제공


‘양철지붕’은 2011년 경기희곡창작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고재귀 작가의 희곡으로 2012년에 연극으로 성공을 거뒀고, 작곡가 안효영의 손끝에서 창작오페라로 재탄생했다.

1987년 여름, 경기도 파주의 건설공사 현장에 있는 함바집. 양철지붕으로 된 간이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 유현숙(메조소프라노 신성희)은 언어장애를 지닌 여동생 유지숙(소프라노 김예은·배우 주은주)을 보살피며 과거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살아간다.

자매에겐 비밀이 있다. 14년 전 동생 유지숙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사고사로 위장해 불태웠다. 그런데 당시 유현숙을 도와 양부를 살해한 연인 구광모(바리톤 최병혁)가 출소 후 함바집으로 찾아온다. 동시에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정체를 숨긴 채 공사장에 취업한 의붓동생 조성호(테너 강현욱)도 함바집으로 찾아온다.

오페라팩토리는 안효영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을 더 업그레이드해 2025년 새해 첫 작품으로 1월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사진은 2023년 초연 모습. ⓒ오페라팩토리 제공


구광모는 자신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쳤던 유현숙에게 다시 폭력을 행사하며 도박 비용을 갈취한다. 조성호의 정체를 알게 된 유현숙은 구광모의 손을 빌려 조성호를 살해하고, 자신을 짝사랑하는 작업반장 박기태(베이스 박의현)의 손으로 구광모를 처치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 보였던 마지막 장면에서 박기태까지도 유지숙을 성추행해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의 악순환을 뚜렷이 부각한다.

폭력과 복수,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반전을 그린 ‘양철지붕’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약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많은 이들, 혹은 힘겹게 뱉은 말조차 외면 받는 현실에 놓인 이들과 연대하고 싶은 목소리를 오페라에 담았다.

이번 공연은 음악적인 부분을 추가 보완해 극적 인과성을 더 높여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유현숙 역할은 메조소프라노 신성희, 유지숙 역할에 소프라노 김예은, 박기태 역에는 베이스 박의현이 새롭게 출연해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공연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테너 노경범(정갑수 역), 테너 위정민(반성웅 역), 바리톤 한진만(김진구 역) 등이 출연한다. 예술감독 박경태, 지휘 백윤학, 음악코치 이미나, 연주 오케스트라이음이 힘을 보탠다.

● 감각적이고 새로운 시도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

오페라팩토리는 안효영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을 더 업그레이드해 2025년 새해 첫 작품으로 1월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사진은 2023년 초연 모습. ⓒ오페라팩토리 제공


‘양철지붕’은 막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부터 구광모의 등장을 지나 박기태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가볍고 무겁게, 작고 크게 모든 장면에서 인간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유지숙은 말 못 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설정으로 극 중 가장 나약한 위치에 있으며 모든 것을 지켜보고 겪어내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그의 시점에서 이입해 작품을 따라가는 시선이 된다.

장애를 지닌 유지숙 역을 무대 위에서 배우가 수화로 연기하고 무대 아래에서는 성악가가 노래하게 해 극적인 효과를 더욱 높였다.

연출 장서문은 “음악극에서만 가능한 이 새로운 시도는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라며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리는 성악가의 소리의 융합이 비현실적인 감각을 표현해내는 신비로운 효과로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곡가 안효영은 지속적이고 점차적으로 극대화되는 긴장감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를 주요 포인트로 잡았다. 계속 새로운 음악을 제공하기보다는 인물과 상황의 모티브들을 집요하게, 그리고 조금씩 계속 변주하여 되뇌이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오페라 장르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재미있는 오페라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안배돼 보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오페라가 공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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