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열아홉 살 쇼팽의 젊은 열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한음 한음 터치할 때마다 관객 모두는 소리가 새어나가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음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임윤찬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최근 임유찬과 관련된 핫뉴스가 쏟아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먼저 엄청난 티켓 파워를 또 보여줬다. 지난 11일 2025통영국제음악제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58초 만에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매진됐고, 이어 2초 뒤 그가 협연하는 개막공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Ⅰ’도 솔드아웃됐다.
수상 소식도 잇따랐다. 지난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어워즈에서 지난 4월 데카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쇼팽 ‘에튀드’(연습곡) 앨범으로 2관왕에 올랐다.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경쟁작이 자신의 다른 앨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이었다. 한 부문에 같은 연주자의 음반이 2장 포함된 것 역시 그라모폰상 역사상 처음이다.
‘클래식 음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 상은 영국 클래식 음반 잡지 그라모폰이 1977년 제정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1990년 실내악·1994년 협주곡), 첼리스트 장한나(2003년 협주곡) 등이 있다.
11월에도 기분 좋은 수상 소식을 들려줬다. 프랑스 클래식 음반 전문지 디아파종이 주는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했다. 디아파종은 그라모폰과 더불어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 전문지다.
매달 심사를 통해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달성한 음반을 선정해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여한다. 매년 연말에는 분야별 그 해의 최고작을 선정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시상한다. 임윤찬은 쇼팽 ‘에튀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앨범은 지난 6월 ‘디아파종 황금상’에 선정됐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서곡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바람둥이’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듯 비장하게 시작한 곡은 관악기 등의 선율에 힘입어 밝은 분위기로 바뀌며 마무리됐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한국을 찾은 건 2년 만이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1980년 창단된 비교적 신생 오케스트라다. 예르비는 2004년부터 무려 20년간 예술감독을 맡으며 이 오케스트라가 실내악(캄머) 필하모닉으로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힘썼다. 예르비는 도이치 필하모닉 외에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도 겸임하고 있다.
이어 임윤찬이 등장했다.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조금 더 짧은 느낌이다. 청중들은 큰 박수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맞이했다. 2번은 쇼팽이 19세에 작곡했다. 젊은 시절 쇼팽이 지녔던 순수함, 뜨거움, 기교 등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비슷한 나이의 임윤찬은 유려하면서도 섬세한 타건으로 쇼팽의 서정을 들려줬다.
연주를 끝낸 임윤찬에게 관객은 브라보를 외쳤다. 임윤찬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제1곡 아리아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화답했다. 내년 통영국제음악제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할 곡인데, 미리 맛보기로 보여줬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모차르트 교향곡 41번으로 공연을 이어갔다. 규모가 크고 웅장해 ‘주피터’라는 부제가 붙은 곡이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하면서도 격렬한 연주가 돋보였다.
앙코르곡도 인상적이었다. 시벨리우스 ‘안단테 페스티보’의 선율이 귀를 사로잡았다. 관객의 반응을 살핀 예르비는 클라리넷 연주자를 부른 뒤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역시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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