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이 오는 5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개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하는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양성원은 첼로를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온 3개의 협주곡이 있다.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다. 이 협주곡들은 음악의 길을 꿈꾸게 한 원동력이자, 연주자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성원이 클래식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프로그램과 라인업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 세 작품을 한번에 연주한다. 첼로를 잡은 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오는 5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한 작곡가의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는 2023년 ‘신창용의 프로코피예프’ ‘백혜선의 브람스’ ‘박재홍의 베토벤’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그 시작을 알렸고 큰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2024년 ‘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며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후 국내 첫 정식 무대였는데, 공개되자마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어 바이올린과 첼로로 영역을 확장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첼리스트 심준호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슈만 첼로 협주곡,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완벽하게 선보여 악기와 레퍼토리의 한계 또한 뛰어넘었다고 평가받았다.
2025년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가 다시 한 번 달린다.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 양성원의 첼로와 함께한 50년을 집약시킨 공연으로, 그가 걸어온 50년 음악 여정을 되새기는 무대이자 그가 처음 매료되었던 작품부터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작품까지 첼로 협주곡의 모든 것을 조망하는 무대다. 윌슨 응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1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를 연주한다. 차이콥스키의 작품은 고전적 품격과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며, 양성원이 처음으로 깊이 매료된 협주곡이다. 첼리스트 빌헬름 피첸하겐이 개작한 버전이 대중적으로 연주되고 있지만, 양성원은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원전판을 꾸준히 연구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엘가 협주곡은 인생과 예술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오랜 시간 그의 음악적 동반자로 자리해 왔다. 특히 올 4월, 데카 레이블을 통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한스 그라프 지휘로 녹음한 엘가 협주곡 음반을 발매하며 올 한해 더욱 엘가 레퍼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가 연주된다. 흔히 세계 3대 첼로 협주곡이라 일컫는 작품 중 하나로, 장엄한 스케일과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2012년 파리 살 플레옐 극장에서 콜론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당시 큰 감동을 선사했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 곡을 피날레로 선택한 것은 그의 음악 여정의 특별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양성원은 이번 공연에 대해 “예술의전당에서 이 세 작품을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것은 저의 음악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매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기쁨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기대감과 벅찬 소감을 밝혔다.
양성원은 단순한 ‘첼로 연주자’가 아닌, 그가 이룩한 것들을 통해 사회에 보답하기 위한 새로운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2011년부터 ‘페스티벌 오원’의 예술감독을 맡아 한국 문화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고, 한국·프랑스 문화 교류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1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 ‘슈발리에’는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으로, 기사 작위와 동급의 권위를 지닌다.
또한 2023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에 이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제4대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어 새로운 예술적 성취와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6월 17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개최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갈라 콘서트’에서 예술감독으로 참여해 양국간 문화적 화합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양성원은 음악을 통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 자신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위대한 유산, 음악을 나누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고 공감과 감동을 전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음악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 – 양성원의 첼로와 50년’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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