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작곡가를 기리는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4월 5일 김천고등학교 세심관에서 열린다. ⓒ이안삼가곡제운영위원회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1943~2020) 작곡가는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부친의 고향인 경북 김천으로 돌아와 성장했다. 김천고등학교 시절, 그는 트럼펫을 잘 불었던 학생이었다. 음악적 재능이 드러나고, 그 재능이 더욱 발전하던 시기였다.
1961년 고교 졸업 후 서라벌예대(후에 중앙대에 인수) 기악과에 입학했다. 이때 작곡의 길로 이끈 평생의 스승 김동진 선생을 만난다. ‘가고파’ 등의 명곡을 쓴 선생이 어느 날 작곡과로 전과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악기를 다루는 재능보다 오히려 곡을 쓰는 실력이 더 뛰어남을 단박에 알아봤다. 이 한마디에 트럼펫 대신 오선지를 들었다. 스승이 경희대 음대로 자리를 옮기자 그도 스승을 따라 경희대 작곡과로 따라갔다.
1964년 대학 4학년 때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1967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송설당교육재단이 운영하는 김천중학교·김천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했다. 스물네 살에 부임해 38년 동안 수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3년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3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김천고등학교는 이안삼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오는 4월 5일(토) 오후 4시 김천고등학교 세심관에서 이안삼 가곡제가 열린다. 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온 소중한 공간에서 열리는 뜻 깊은 무대다.
음악회 탄생 비하인드가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제4회 이안삼 가곡제'가 열렸는데, 김상근 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김천고 재학 시절 이안삼에게 배웠고, 그를 통해 한국 가곡의 참맛을 알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공연이 끝난 뒤 한국 가곡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이안삼을 기억하는 음악회를 모교에서도 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번 공연을 적극 추진했다. 김천고는 2030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념해 4월 김천시 벚꽃축제 기간에 맞춰 동문 초청 100주년준비축제행사로 올해 처음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
“쓸쓸한 고향 들판 한마장 지나올 때/ 바라보는 산천마다 제넋에 잦아들고/ 먼산구름만 꿈처럼 꿈처럼 펼쳐지는데/ 산허리 돌아돌아 물소리 귀가에 진다/ 돌아보면 처량하게 빈산우는 소리/ 저무는 저녁길 나홀로 돌아 오누나”
김천고가 주최하고 김천고와 이안삼가곡제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귀향’이다. 라홍연이 시를 쓰고 이안삼이 곡을 붙인 ‘귀향’에서 따왔다. 오프닝곡이기도 하다. 같은 김천 출신의 바리톤 이응광이 불러 더욱 의미가 있다.
이안삼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정상의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소프라노 김성혜·김지현·이윤숙·임청화·정선화, 메조소프라노 이주영, 테너 이재욱·이정원·이현, 바리톤 이응광이 이안삼이 작곡한 명품 가곡을 부른다. 피아노 반주는 이성하와 장동인이 번갈아 맡는다.
‘위로’(고옥주 시) ‘천년사랑’(김성희 시) ‘갈망의 봄’(조재선 시) ‘나지막한 소리로’(고영복 시) ‘솟대’(김필연 시) ‘매화연가’(황여정 시) ‘마음 하나’(전세원 시) ‘그런 거야 사랑은’(최숙영 시) ‘다시 묻지 않으리’(노중석 시) ‘송강 찬가’(공한수 시)를 연주한다.
이어 ‘고독’(이명숙 시) ‘어느 날 내게 사랑은’(다빈 시) ‘들꽃의 향기처럼’(서공식 시) ‘그대가 꽃이라면’(장장식 시) ‘사랑하는 아들아’(유자효 시) ‘그리움의 크기’(한상완 시) ‘금빛 날개’(전경애 시) ‘월영교의 사랑’(서영순 시) ‘가을을 보내며’(이향숙 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를 들려준다.
피날레곡은 이안삼의 최대 히트곡 ‘내 마음 그 깊은 곳에’(김명희 시)를 모든 출연자가 합창한다. 이안삼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생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성악가들인 만큼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 버린 그대여”에서 모두들 울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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