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하모니코리아는 오는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와 브람스의 곡으로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끊임없는 도전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쌓아가고 있는 필하모니코리아가 19세기 독일 음악계를 양분했던 두 축, 리하르트 바그너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상반된 미학을 대비시키며 음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바그너의 극적 서사와 형식을 고수하며 전통을 이어간 브람스의 절제된 서정성. 필하모니코리아는 이 대조적인 미학의 긴장 속에서 낭만주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필하모니코리아는 오는 5월 10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매 공연마다 국내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우면서도 깊이 있는 레퍼토리로 화제를 모아온 필하모니코리아는 이번에도 남다른 기획력을 보여준다.
정헌 지휘자의 지휘 아래 2015 쇼팽 콩쿠르 준우승자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 서울시향의 부악장 웨인 린이 함께하며 필하모니코리아 특유의 견고한 해석과 섬세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5 쇼팽 콩쿠르 준우승자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은 오는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필하모니코리아와 협연한다. ⓒJulienFaugere/더브릿지컴퍼니 제공
공연의 서막을 여는 첫 곡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Die Meistersinger von Nürnberg Overture)’이다. 바그너가 말년에 완성한 이 곡은, 형식과 전통을 뛰어넘으려는 그의 음악 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특히 젊은 기사 발터가 구시대적 심사 기준을 깨뜨리며 음악적 자유를 쟁취하는 오페라의 줄거리는, 현실의 음악계에서 바그너 자신이 겪은 투쟁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어지는 무대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준우승자이자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샤를 리샤르-아믈랭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f단조, 작품번호 21(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을 선보인다. 콩쿠르 당시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무대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후반부를 장식할 작품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1번 g단조, 작품번호 25(Piano Quartet No.1 in g minor, Op.25)’를 아놀드 쇤베르크가 오케스트라를 위하여 편곡한 버전이다. 쇤베르크는 이 편곡을 두고 “나는 이 곡을 좋아한다. 이 곡은 연주가 드물다. 연주가 되더라도 형편없는데, 그것은 피아니스트가 뛰어날수록 그가 크게 연주해 현의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에 모든 소리를 듣고 싶었고, 그래서 이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실내악의 밀도 있는 구조와 교향곡의 풍성한 음향이 결합된 이 작품은 브람스의 절제된 낭만성과 구조미를 오케스트라적 언어로 재해석한 독특한 시도로, 쇤베르크는 이를 “브람스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지 ‘대조’의 나열이 아니다. 바그너와 브람스, 표제음악과 절대음악, 감정과 구조의 사이를 탐험하며, 필하모니코리아는 익숙함 너머의 새로움을 제안한다. 낭만시대의 심장부에서 길어 올린 이들의 목소리가, 오늘의 관객에게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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