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노트가 지휘하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7월 5일과 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Niels Ackermann/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스트라빈스키를 가장 잘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Orchestre de la Suisse Romande·이하 OSR)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별명에 걸맞게 스프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와 ‘봄의 제전’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음악감독 조나단 노트가 포디움에 서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선다.

2025년 여름,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현악단이자 유럽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7월 5일(토)과 6일(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9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롯데콘서트홀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이번에는 양인모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음악감독 조나단 노트의 지휘 아래 펼쳐질 이번 내한 공연은 어느 하나만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 따를 만큼 두 차례의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엄선돼 관객을 기다린다. 5일에는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비롯해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를 들려준다. 또한 6일에는 특별히 윌리엄 블랭크의 42개의 악기를 위한 ‘모포시스’ 아시아 초연을 포함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해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선다. 5일에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6일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선보인다. 이미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을 통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의 완성도를 증명한 양인모의 무대는 모두가 한번쯤 실연으로 보고 싶은 연주임에 틀림없다. 이와 더불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양인모가 한국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점에서 또한 각별하다.

파가니니와 시벨리우스 콩쿠르를 동시에 석권한 세계적 실력을 바탕으로, OSR과 양인모가 함께 펼칠 깊이 있는 시벨리우스와 멘델스존의 무대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전통과 현재를 잇는 예술의 정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조나단 노트가 지휘하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7월 5일과 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Niels Ackermann/롯데콘서트홀 제공


OSR은 1918년 지휘자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제네바에서 창단한 이후, 유럽 클래식계에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며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OSR은 프랑스 및 러시아 근현대 음악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여주며 오랜 기간 스트라빈스키, 라벨, 드뷔시 등과의 긴밀한 작업을 통해 확립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음색과 해석을 구축해왔다.

이번 공연은 특히 지휘자 조나단 노트가 이끄는 근현대 음악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자랑하는 전통적 강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OSR의 현주소를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와 더불어 이번 공연은 조나단 노트가 음악감독으로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해에 펼쳐지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그는 OSR의 정체성과도 같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이번 내한 공연을 지난 8년의 음악적 여정을 총정리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무대로 각인시킬 것이다.

● 근현대 레퍼토리의 명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OSR은 제네바와 로잔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내는 탁월한 역량을 지닌 오케스트라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근현대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해석력과 유려한 사운드다. 이는 앙세르메 시절부터 이어져온 정체성이자, OSR을 세계 클래식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준 원동력이다.

OSR을 창설한 앙세르메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났고, 1910년 몽트뢰에서의 콘서트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면서 데뷔했다. 그 후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와 친분을 갖고 1918년 OSR 창설부터 1967년 사임까지 반세기에 걸쳐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활약했다. 그는 OSR의 전용홀인 제네바 빅토리아 홀의 우수한 음향을 바탕으로 뛰어난 밸런스 감각과 색채가 돋보이는 숱한 명연들을 녹음했다.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OSR의 음색은 특별하다. 앙세르메가 직접 스트라빈스키와 협업하며 구축한 그 전통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리듬에 대한 정교함과 세밀한 균형감은 OSR만의 장점으로 부각된다.

또한 최근에는 예술적 확장을 꾀하며, 다양한 상주 아티스트와 부지휘자 제도를 통해 젊은 감성과 미래 지향적인 프로그램 운영으로 다양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윌리엄 블랭크의 ‘모포시스’ 또한 그러한 OSR의 변화된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42개의 악기를 위한 이 작품은 현대 음악의 미세한 구조적 아름다움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곡으로, OSR의 정밀한 연주력과 조나단 노트의 지휘가 더해져 신선한 음악적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 감성과 테크닉 겸비한 이 시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오는 7월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여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Sangwook Lee/ⓒ롯데콘서트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제54회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2015년)와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2022년)를 모두 석권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한 아티스트다. 그는 유수의 콩쿠르 우승 이력을 지닌 것을 넘어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동시에, 내면의 성찰을 녹여낸 섬세한 해석력으로 각광받으며 유럽과 북미에 걸쳐 빠르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양인모에 대해 “음악을 통해 내면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능력을 지닌 연주자”로 극찬했다. 그가 5일 연주하는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단순히 차가운 북유럽의 정서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음악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의 결들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2024년 롯데콘서트홀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비외탕 협주곡을 협연하며 보여준 집중력과 음악적 완성도는, 이번 OSR과의 협연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게 한다.

6일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양인모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양인모가 지금껏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무대는 더욱 각별하다. 순수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따뜻하고 밝은 음색으로 표현해내며, 작품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이번 무대는 그가 가진 풍부한 해석력, 구조에 대한 치밀한 이해, 그리고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양인모 티켓가격은 R석 27만원, S석 22만원, A석 16만원, B석 9만원, C석 5만원이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