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이 하반기 정기연주회를 모두 1990년생 협연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쉬킨,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색소포니스트 제스 길럼,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KBS교향악단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최근 ‘클래식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클래식 음악의 관객층이 젊어지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기반으로 한 편리한 접근성, 세련된 무대 연출, 그리고 세대와 감성을 반영한 큐레이션은 더 이상 클래식을 낯설고 무거운 장르가 아닌 ‘지금의 음악’으로 즐기게 만들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5년 하반기 정기연주회를 모두 1990년대생 협연자들로 구성해 Z세대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각기 다른 문화와 음악적 배경을 지닌 이들 연주자들은 공통적으로 클래식을 ‘지금’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세대의 중심에 서 있으며, 새로운 관객층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유튜브 채널 출연으로 국내 대중적 인지도 높인 드미트리 시쉬킨
한 클래식 유튜브 채널 출연으로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드미트리 시쉬킨(1992년생)이 하반기 첫 무대인 816회 정기연주회(7월 18일 롯데콘서트홀)의 문을 연다.
뛰어난 기교와 정제된 낭만주의 해석으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는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으로 Z세대 팬들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로 펼쳐질 이날 무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이와 함께 KBS교향악단은 라벨의 ‘볼레로’,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가 연주될 예정이다.
● ‘동양의 모차르트’ 후지타 마오 국내 교향악단과 첫 협연
‘동양의 모차르트’로 불리며 주목받는 후지타 마오(1998년생)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은메달리스트 출신(2019년)으로, 이번이 국내 교향악단과의 첫 협연 무대(817회 정기연주회·8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다.
섬세한 페달링과 절제된 감성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을 선보이며, 지휘는 정명훈이 맡는다. 2부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연주된다.
● 클래식계의 아이콘 제스 길럼...존 애덤스 색소폰 협주곡 국내 초연
영국 출신 색소포니스트 제스 길럼(1998년생)은 BBC 프롬스 ‘라스트 나이트’에 오른 최연소 솔로이스트이자, 데카 클래식과 전속 계약을 맺은 최초의 색소포니스트다.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음악, 팝, 미니멀리즘까지 아우르는 그는 818회 정기연주회(9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존 애덤스의 색소폰 협주곡을 국내 초연한다. 지휘는 젬마 뉴가 맡으며,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과 코플런드의 ‘교향곡 3번’이 함께 연주된다.
● 떠오르는 신예 랜들 구스비...어머니는 재일교포 3세
줄리어드 출신의 랜들 구스비(1996년생)는 재일교포 3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클래식 음악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타임즈와 BBC 매거진이 ‘세대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극찬한 그는 819회 정기연주회 무대(10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날은 피터 운지안의 지휘 아래 조앤 타워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모음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KBS교향악단의 이번 하반기 정기연주회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클래식 음악의 동시대성을 증명하는 무대다. 젊은 협연자들의 해석은 전통 레퍼토리에 신선한 생기를 불어넣고, KBS교향악단은 이를 통해 ‘과거의 재연’이 아닌 ‘현재의 구현’이라는 새로운 클래식의 방향을 제시한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해석이 더해진 이번 무대들은 Z세대 관객들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클래식이 더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세대를 위한 ‘지금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함께 확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어지는 제820회 정기연주회(11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2025년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가 협연자로 예정되어 있다. 10월 결선 이후 등장할 새로운 스타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816회~제820회 정기연주회는 NOL 티켓과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KBS교향악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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