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오는 9월 21일 서울 롯데콘섴트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195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났다. 15세에 이스라엘로 이민을 왔다. 1975년 열일곱 살 때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처음 얼굴을 내비친 것. 1989년 미국 시민이 됐다.
롯데문화재단은 오는 9월 21일(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 피아노계의 거장 예핌 브론프만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연다.
폭발적인 테크닉과 섬세한 서정성을 겸비한 그는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 및 페스티벌의 단골 협연자로 나서며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전성기로 구가하며 피아니스트, 음악가, 음악애호가, 비평가 모두의 열정적인 찬사와 존경을 받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다.
이번 독주회는 브론프만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꾸민다.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슈만과 브람스,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드뷔시, 그리고 러시아 정통 피아니즘의 계승자인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오는 9월 21일 서울 롯데콘섴트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1부에서는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Op.18)’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f단조( Op.5)’를 통해 깊이 있는 서정과 내면의 열정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드뷔시의 ‘영상 제2권(L.111)’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 내림B장조(Op.83)’로 색채와 역동이 살아 있는 근대 피아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인다.
브론프만은 지난 2023년 롯데콘서트홀에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함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압도적인 비르투오시티를 펼쳐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주에 매우 만족했던 브론프만은 롯데문화재단이 제안한 리사이틀을 흔쾌히 수락하며 신속한 일정 협의를 통해 2025년 무대로 다시 조우할 수 있게 됐다. 브론프만의 이번 내한무대는 협연이 아닌 리사이틀로, 오롯이 브론프만 만의 음색과 해석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2023년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밝히며 한국 청중과의 만남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브론프만의 내한 리사이틀은 2001년 이후 25년 만에 열려 그의 위엄 있는 테크닉과 힘, 서정적인 연주를 고대하는 수많은 팬들을 설레게 한다.
브론프만의 예술관 역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시카고 심포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저는 시장이 원해서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닙니다. 본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더 나아지고자 하는 열망이 저를 움직입니다”라고 말하며 음악가로서의 자기 철학을 밝힌 바 있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오는 9월 21일 서울 롯데콘섴트홀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특히 브론프만은 2015년 런던 심포니와 협연 당시 손가락을 베는 부상에도 피아노 건반에 핏자국을 남기면서까지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 일화로 유명하다. 2023년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이 일화에 대한 질문에 브론프만은 “청중을 실망하게 할 순 없었습니다. 아마도 수술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부터 피가 난 듯한데, 그래서 그날 무대 위에서 바르톡을 연주하는 동안 피가 났지만 그것이 연주에 전혀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말로 음악에 대해 우직하면서도 한결 같은 열정을 보여주며 다시금 그의 위엄을 느끼게 했다.
브론프만의 이번 리사이틀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 예술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깊이와 통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낭만에서 인상주의, 러시아 피아니즘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구성과 해석으로 무장한 이번 무대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티켓 가격은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이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