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리뷰] 브론프만 앙코르때 출입구 옆에 서서 감상한 루이지...이게 바로 ‘RCO의 힘’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6년만의 내한공연
브론프만 ‘리스트 협주곡 2번’ 감동 터치

루이지 ‘차이콥스키 5번’ 느린 템포 선사
‘벨벳 현’ ‘황금 관’ 사운드로 명성 증명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1.13 17:29 | 최종 수정 2023.11.16 08:41 의견 0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피아니스트 예핍 브론프만이 앙코르를 연주하자 출입구 옆쪽에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흔한 말로 ‘벨벳 현’과 ‘황금 관’으로 불리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실력은 기대를 한참 뛰어 넘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SNS에 앞다퉈 후기를 올리며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지난 135년 갈고 닦은 사운드는 누구도 흉내 내거나 따라할 수 없는 ‘언터처블 클래스’였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협연자 예핌 브론프만, 그리고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클래식 팬들에게 잊지 못할 11월을 선물했다.

11일(토)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열었다. 1888년 암스테르담에서 콘세르트헤바우(콘서트홀이라는 의미)가 개관할 때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립된 이후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과 정상을 다퉈 왔다. ‘로열’이라는 칭호는 창단 100주년을 맞은 1988년에 공식 수여받았다.

포디움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파비오 루이지가 섰다. 그는 투잡을 뛴다.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 직업도 가지고 있다. 직접 만든 향수를 몸에 뿌리고 판매도 한다. “음악을 만드는 것과 향기를 만드는 것이 비슷한 작업이다”고 말한다. 섬세하고도 세련된 그의 지휘에 아름다운 향기가 풍기는 이유는 냄새 못지않게 귀를 사로잡는 선율을 만들어 내는 탁월한 조음(調音) 능력 덕분이리라.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 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지휘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첫 곡부터 RCO의 색깔을 제대로 펼쳐냈다. 독일 낭만파 오페라를 열어젖힌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오베론’ 서곡. 대표작인 ‘마탄의 사수’에 가려 덜 연주되지만 작품성이 높은 오페라다.

이야기는 요정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요정의 왕 오베른과 왕비 티타니아가 다툰다. 이들은 어떤 고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는 커플을 만나게 되면 그때 화해하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오베른은 마음이 조급하다. 빨리 왕비가 자기에게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묘안을 짜냈다. 인간 세상에 사는 기사 후온을 이용한다. 후온이 레지아 공주와 어떤 역경을 겪더라도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왕비와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른의 느린 선율로 음악이 시작됐다. 오베른이 후온에게 건네준 뿔피리 소리를 표현했다. 저 멀리 호른의 연주가 들려오고 뒤를 이어 플루트도 지저귀며 요정 나라의 시간이 흐른다. 부드러움 속에 동화 나라가 한장 한장 책장 넘기듯 눈앞에 아른거린다. 매끄럽게 펼쳐지는 현악의 날개를 타고 관악이 화사하게 뻗어나갔다. '이제 스타트했을 뿐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음악 감동이 대기하고 있을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협연하고 있다. 지휘는 파비오 루이지. ⓒ롯데콘서트홀 제공


다음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시간이다. 레전드 사진 ‘피 묻은 피아노’로 화제가 됐던 거장이다. 2015년 10월 12일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때의 사진이다.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연주를 강행해 하얀 건반이 핏자국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손에서 피가 나든, 또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일이 바로 옆에서 일어나든, 연주자는 연주에만 몰두해야 한다”며 “고통스럽다고, 불편하다고 집중력을 잃으면 안된다. 연주자는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인데 좋은 연주를 못 보여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전부 변명일 뿐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연주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연주한 곡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A장조(S.125)’. 화려하고 과시적인 요소가 많은 1번에 비해 2번은 진중하다. 시적인 순간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통적인 협주곡 틀에서 벗어나 6개의 피트로 이루어진 단악장 형태로 작곡됐다. 그런 이유로 작품의 양식보다는 제시된 아이디어가 어떻게 변용되고 어떤 기능을 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 단악장이지만 감상의 편의를 위해 네 개의 악장으로 쪼갤 수 있다. 분위기나 템포가 굉장히 자주 바뀌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드러낸다.

브론프만은 덩치가 크다. 그랜드 피아노가 작아 보였다. 목관악기로 아름다운 주제를 제시하며 작품이 시작됐다. 이어 피아노가 살짝 육중한 무게의 첫 음을 낸 뒤 서정적 멜로디를 뿜어낸다. 끊임없이 물안개를 피워내더니 결국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자욱한 선율이다. 현악기 그룹이 짧게 한방향으로 연속해서 활을 그어대며 무거운 소리를 토해낸다. 후반부는 급박하게 이어지며 1악장이 마무리됐다.

2악장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피아노가 넌지시 말을 걸자 첼로가 조용하게 대답한다. 두 악기의 대화는 때로 귓속말을 주고받는 속삭임이 떠오르기도 한다. 작품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없었던 사랑까지 조작해서 만들어내게 하는 하모니다. 이 대목이 2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단지 피아노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균형을 잘 맞춰가는지를 보여줬다.

다시 돌변해 거칠게 3악장이 시작됐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도 충분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중간 이후부터 얼굴을 드러낸 피아노 선율은 귀에 계속 달콤한 말을 집어넣었다.

4악장은 채 2분이 되지 않았다. 발랄하게 시작돼 와일드하게 소리를 밀어붙였다. “피니시 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어”라고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모든 파워를 동원해 피치를 올렸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협연하고 있다. 지휘는 파비오 루이지. ⓒ롯데콘서트홀 제공


연주를 마친 뒤 브론프만은 피아노를 가로질러 첼로 수석 그레고르 호르쉬 앞까지 직접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2악장에서 최고의 연주로 호흡을 맞춰준 연주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브론프만은 앙코르 2곡을 들려줬다. 슈만 ‘아라베스크 C장조(Op.18)’와 쇼팽 ‘에튀드 12번 혁명(Op.10-12)’. 첫 번째 앙코르곡을 연주한 뒤 무대 인사를 위해 나오자 악장은 ‘한곡 더 해달라’는 재치 넘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더니 ‘혁명’을 터치했다.

브론프만이 연주하는 동안 루이지는 출입구 옆에 서서 2곡을 끝까지 들었다. 협연자에 대한 지휘자의 개인적 존경심의 표현일수도 있지만, 이런 것이 RCO 내부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전통이라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RCO의 힘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브론프만도 마찬가지였다. RCO와 함께 하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했다. 오케스트라보다 하루 일찍 한국에 입국해 목요일부터 리허설룸에서 연습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무대 위에 피아노 2대를 꺼내놓고 계속 음색을 비교했다. 토요일 오후가 돼서야 비로소 연주할 피아노를 골랐다고 한다. 그는 토요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RCO와의 아시아 투어를 끝냈다. 일요일(12일) 새벽 출국이 예정된 탓에 공연이 끝날 때까지 단원들을 기다렸고, 퇴장하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굿바이 인사를 나눴다. ‘친절한 브론프만’이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 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지휘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2부에서 루이지와 RCO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e단조(Op.64)’로 콘서트장을 찢어놓았다. 전체적으로 느리게 느리게 템포를 유지했지만 빠르게 달릴 땐 확실하게 속도를 냈다. 5번은 4번이 작곡되고 무려 11년 만에 탄생(1888년)했다. 공교롭게도 RCO가 설립된 해에 작곡됐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나데츠다 폰 메크 부인에게 “드디어 영감이 떠올랐다”고 편지를 쓰고 작품에 몰입했다. 대작을 창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금세 나올 줄 알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 교향곡을 만드는 일은 그에게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교향곡의 특성상 형식적인 전개를 바탕으로 하는데, 스스로도 이 부분을 약점으로 꼽았다. 오히려 리스트나 베를리오즈처럼 자유롭게 음악을 펼쳐내는 새로운 낭만시대의 음악에 더 적합한 작곡가였다.

1악장은 무거운 분위기로 막이 올랐다. 격렬하지는 않지만 불길하고 암담했다. 첫머리에 클라리넷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운명’의 동기로 불리는데, 작품 전체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 2, 3, 4악장에서 잊을만 하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계속 등장한다.

2부가 시작되기 전 인터미션 때, 클라리넷 수석이 미리 나와 솔로 파트를 연주하며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첫 파트를 완벽하게 보여주려는 노력이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도 이렇게 준비하고 준비하는구나. 흐뭇한 장면이다. 이후 음악은 조금씩 밝아지지만 여전히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듯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첫 악장이 끝났다.

2악장에서는 잊기 어려운 호른 선율이 등장한다. 현악기 위로 호른이 아름다운 테마를 연주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부르는 소리다. 멜로디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차이콥스키는 단순히 멜로디에 대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이 멜로디가 어떻게 하면 돋보일 수 있을까 그 방법까지 잘 알고 있었다.

호른의 주제는 아주 여린 소리로 연주될 뿐만 아니라,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를 끊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순간으로 꼽힌다. 호른 수석 케이티 울리가 압박을 이겨내고 멋지게 미션 클리어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힘을 합쳐 열기를 발산하더니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막판에 급박한 분위기 전환 후 서서히 잦아들며 마무리했다.

3악장은 왈츠가 이끌어갔다. 차이콥스키는 다양한 장르에서 왈츠를 활용했지만, 교향곡에 왈츠를 넣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말미에는 악장들을 서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운명’의 동기가 불쑥 머리를 내미는 순간도 있었다.

4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1악장에서 제시됐던 비극적 ‘운명’의 동기는 승리를 예감하듯 모습을 바꿔 등장한다. 이후 모든 악기들은 빅토리의 노래를 부르고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한다. 마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처럼 모든 비극을 물리치며 어둠에서 광명으로 나아갔다.

앙코르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를 연주했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 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지휘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백브리핑1> 파비오 루이지가 이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몇 가지 그들만의 ‘전통’이 엿보였다. 그것을 알아채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먼저 무대 매니저 3명의 활약이다. 공연 시작 전 단원들이 하나 둘 무대로 나와 자리에 앉는 동안 매니저들은 멤버들을 세심하게 살폈다. 2부에서 한 연주자가 깜박 잊고 악보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서둘러 대기실에서 찾아다가 건네주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음을 조율하는 장면도 신선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단원들이 음을 조율할 때 오보에가 기준이 되는 ‘라음(A)’을 불어주고, 다른 악기들이 오보에 소리를 따라 음을 맞춘다. 보통 오보에 연주자는 자기 자리에 앉아 소리를 내는데, 특이하게도 RCO의 연주자는 일어나 한바퀴 빙 돌면서 소리를 냈다. 작은 배려지만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무대 조명이 환하게 들어왔을 때도 단원들은 먼저 일어나지 않았다. 객석의 관객들이 먼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 일어나 서로 등을 두드려주며 포옹을 나눴다. ‘관객 먼저’를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줬다.

RCO에는 한국인 단원이 한 명 있다. 제2바이올린 제2부수석인 이재원으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다. 오보이스트 함경은 2016년에 입단했다가 2018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으로 옮기면서 현재 한국인 단원은 그뿐이다. 이재원은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라는 수식어보다는 연주 자체의 가치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하나가 되어 관객에게 감동을 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프라이드를 드러냈다.

RCO를 상징하는 것은 전용홀 콘세르트헤바우의 음향이다. 이곳은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음향이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이재원은 “콘세르트헤바우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들린다고 할 정도로 어쿠스틱(자연음향)이 특별하다”면서 “무엇보다 지난 135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전통과 변화, 변하지 않은 장소와 계속 변하는 음악가·관객들 등 모든 것들의 조화를 추구하는 게 우리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CO는 2018년 다니엘레 가티가 성추행 혐의로 물러난 뒤 수석지휘자가 없는 상태다. 다만 2027년 수석지휘자로 취임이 확정된 젊은 스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난해부터 ‘아티스틱 파트너(예술적 동반자)’로서 연간 5주 이상 지휘하고 있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가 11일 올해 창단 135주년을 맞은 로 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지휘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백브리핑2>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선율미가 풍성하다. 후대 음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아예 선율을 가져다 쓰기도 했다. 그래서 표절 시비가 있었다.

민해경의 노래 중에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박건호 작사·이범희 작곡)라는 히트곡이 있다.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어쩌면 좋아요” 귀를 세우고 들어보면 교향곡 5번의 일부와 무척 닮았다. 작곡가 이범희는 “2악장과 4악장을 발췌해서 편곡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러 뒷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훌륭한 편곡을 거쳐 창조적인 변형을 이룬 노래라는 평가에 무게가 쏠린다. ‘민해경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존 덴버의 노래 중에 ‘Annie’s Song’이 있는데, 이 곡도 2악장의 호른 솔로 파트를 리메이크했다. 만약 차이콥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돈 주고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백브리핑3>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12일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했다. 이날 공연은 ‘신한은행 우수고객 초청 콘서트’로 열렸기 때문에 일반 관객은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교향곡만 2곡 들려줬다. 비제의 ‘교향곡 1번 c장조’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그리고 앙코르는 11일과 똑같이 ‘예프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를 선사했다.

비제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질환으로 숨졌는데 일생동안 교향곡을 3곡 작곡했다.그는 죽기 직전 후세에 남기고 싶지 않다며 교향곡 모두를 불태웠다. 교향곡 모두가 사라졌지만 세상을 떠난 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 파리 음악원 도서관에서 초고가 발견됐다. 1935년 스위스 바젤에서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의 지휘로 초연된 이후부터 이 곡은 여러 나라에 연주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지금까지 남겨진 비제의 교향곡은 제1번 한 곡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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