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30일과 31일 다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한여름 밤의 꿈’은 카운터테너에게 꿈의 무대입니다. 카운터테너가 맡는 역할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이죠. 이 오페라가 한국 관계들에게 그동안 맛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겁니다.”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오베른 역할을 맡았던 장정권은 카운터테너의 찐매력을 보여 주겠다며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 그는 공연 당시 소프라노 뺨치는 아름다운 음색으로 각종 언론 매체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관객들에게 카운터테너의 성부를 제대로 소개시켜줬다.

장정권이 ‘한여름 밤의 꿈’으로 다시 한 번 팬들을 만난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8월 30일(토)과 31일(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연다. 초연 당시 “유쾌한 현대판 셰익스피어” “관객 모두 박장대소!” 등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영어 오페라라는 신선함, 앙상블의 조화, 높은 완성도 덕분에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주최해 다시 한 번 초연의 감동을 느끼고 싶은 관객과 아쉽게 초연을 놓쳤던 관객들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홍석원이 지휘봉을 잡고, 한경아르떼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독일 출신의 볼프강 네겔레가 지난해에 이어 또 연출을 맡는다.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30일과 31일 다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30일과 31일 다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원작으로 영국의 오페라 작곡가 브리튼이 작곡한 보기 드문 영어 오페라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의 갈등과 두 커플의 이야기가 주축이 된 이야기다. 라이샌더와 헤르미아는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야반도주를 하고,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오베론은 디미트리어스의 마음을 돌리려고 요정 퍽에게 사랑꽃 심부름을 시킨다. 그 꽃엔 눈을 뜬 직후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퍽의 실수로 엉뚱한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때마침 마을에선 연극 준비가 한창이다. 이 모습을 본 퍽은 연극 준비를 하고 있던 보텀의 머리를 당나귀로 만들어 버린다. 한편 사랑꽃을 받게 된 티타이나는 잠에서 깨어나 의도하지 않게 당나귀 머리를 한 보텀과 사랑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젊은 연인들 사이에 싸움이 시작되고, 이 싸움은 티타니아와 보텀에게까지 번진다. 싸움에 지쳐 모두 잠이 들자 퍽은 이들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잠에서 깬 이들은 이 모든 것이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고 여긴다.

이번 ‘한여름 밤의 꿈’은 지난해 출연진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 초연의 감동을 재연한다. 당시 국립오페라단의 다양한 공연에서 합을 맞춰온 국립오페라단 솔리스트들이 앙상블로 대거 출연하여 무대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노래, 연기, 작품을 소화해 내는 세련된 감각을 두루 갖춘 성악가들의 이상적인 앙상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 공연에서 사랑스러운 퍽 역으로 처음 오페라에 도전했던 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가수 겸 배우로서 쌓아온 내공을 유감없이 뽐내며 좋은 발성과 인위적이지 않은 가벼움을 역할에 담백하게 담아내 퍽 역에 제격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실수로 재앙을 낳는 귀여운 요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질 예정이다.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30일과 31일 다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지난해 4월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오는 8월 30일과 31일 다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맑고 고운 음색’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카운터테너 장정권이 오베론 역으로 돌아온다. 티타니아 역으론 독일 킬 국립극장, 독일 킬스루에 국립극장 등에서 전속 주역 가수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테너 김효종, 바리톤 최병혁, 메조소프라노 정주연 등이 출연한다.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은 다양한 장르에서 변주되어 왔으며,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다. 브리튼은 법정에서 테세우스가 나오는 원작의 장면을 삭제하고 숲 속 요정들의 등장으로 작품을 시작하는데, 해당 부분을 제외하고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셰익스피어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나 신화 속 인물로 그리기 보다는 부부싸움을 하는 등 우리의 삶에 어딘가 존재할 법한 인물로 그려냈다. 브리튼도 의도적으로 작품의 초점을 두 인물에 맞춰 부부싸움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뒀다.

이번 공연에서도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 요정의 왕으로 그리기 보다는 현실적인 노부부의 모습으로 그린다. 숲 속 오두막집 안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 풍경으로 부엌 식탁에서 부부싸움이 일어난다. 하지만 작품의 환상성은 변함이 없는데, 퍽은 고블린으로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며 오베론은 노인에서 셰익스피어 시절 젊은 귀족으로, 19세기 영국 신사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들이 사는 마법의 숲에서는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인물들의 생각대로 눈앞에 펼쳐지며 마법에 걸린 듯 계속해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오베론 왕이다. 카운터테너가 소화하는 해당 역할은 남성이 내는 고운 목소리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하프, 글로켄슈필을 활용해 장면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입히고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섬세한 조합은 서늘한 공기를 표현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관객들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브리튼은 캐릭터의 성격, 관계 등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작품에 적용했다. 오베론과 티타니아 부부와 두 쌍의 연인에게는 로맨틱한 음악을, 연극을 준비하는 마을사람들에게는 민요풍의 소박한 음악을 만들었다.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장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 새롭게 등장하는 출연진은 헬레나 역에 우아함을 지닌 목소리를 자랑하는 소프라노 윤상아, 테세우스 역에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하며 주목받아 온 베이스 류지상, 히폴리타 역에 독일과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메조소프라노의 매력을 선보여온 류현수다. 기존 출연진들과 새로운 출연진들의 새로운 호흡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