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오는 11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년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바이올린은 또 하나의 제 목소리입니다. 저는 제 악기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대하고는 합니다. 때로는 까다롭고, 심술궂을 때도 있어요.”(미도리)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1971년생)는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11세의 어린 나이에 전설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86년, 15세 때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사건이 일어났다. 탱글우드 페스티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와 협연 도중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 그는 악장의 악기를 건네받아 연주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어진 연주 중 악장의 바이올린 현마저 끊어지자, 미도리는 침착하게 부악장의 악기로 다시 한 번 교체해 연주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총 3대의 바이올린으로 이어진 이 극적인 장면은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를 자아냈고,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그의 탁월한 집중력과 신동적인 기량,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진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으로 남았다. 이 날의 연주는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의 연주는 이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본 셈이었다.”(핀커스 주커만)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해온 미도리가 오는 11월 23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무대는 한국에서 약 20년 만에 성사되는 리사이틀로, 오랜 시간 그의 독주를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도리는 오랜 시간 동안 바이올린의 선율을 자신의 삶의 언어로 삼아왔다. 세인트루이스 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은 “미도리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음 하나하나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연주할 때의 강렬함이 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완전히 몰입한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며 그의 연주가 지닌 진정성을 강조했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음악이 가진 감정의 결을 연주하는 그의 음악적 해석은 어린 시절의 데뷔 시절부터 거장이 된 지금까지 세계무대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는 오는 11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년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미도리는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교육과 사회 기여를 통해 음악의 울림을 확장시켰다.”(뉴욕 타임스)

1992년, 미도리는 21세의 나이에 음악을 통해 사회적 소외와 교육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비영리 단체 ‘미도리와 친구들(Midori & Friends)’을 설립해 지금까지 뉴욕의 공립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사회에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의 아동 및 청소년과도 교류하며 음악을 통해 공감과 치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후 2007년 유엔(UN)의 ‘평화 메신저(Messenger of Peace)’로 임명됐으며, 2018년에는 음악과 교육을 통해 인류에 기여한 공로로 ‘케네디 센터 공로상(Kennedy Center Honors)’을 수상했다. 그가 보여주는 음악을 통한 사회적 실천은 오늘날까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미도리의 연주는 맑은 음색, 흠잡을 데 없는 음정, 절제된 강렬함이 특징이며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스트라드)

미도리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고전, 낭만, 그리고 20세기 음악의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유기적으로 엮어 그만의 해석으로 폭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1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Op.24)’으로 시작하며 서정적인 선율과 봄날처럼 온화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로 리사이틀의 서막을 올린다. 이어지는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D.934)’으로 열정과 내면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고전에서 낭만으로 향하는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2부는 풀랑크 특유의 섬세한 서정성과 음악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FP 119)’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클라라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Op.22)’와 로베르트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Op.94)’에서는 두 작곡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그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마지막 곡인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화려한 론도(D.895)’에 이르기까지, 이번 공연에서 미도리는 피아니스트 이에바 요쿠바비추테와의 긴밀한 호흡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 사조와 그 정서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청중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달한다.

‘미도리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NOL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티켓가는 R석 13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될 수 있습니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