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이명주가 지난 8월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2층 카메라타에서 열린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소프라노 이명주의 ‘밤은 고요히...그 사랑을(Tacea la notte...Di tale amor)’과 테너 국윤종의 ‘아! 그렇소, 나의 사랑이여(Ah! si, ben mio)’가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오프닝을 연다. 두 사람은 개막작인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주역을 맡아 대구를 오페라로 물들인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오는 9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한다.

올해는 ‘영원(Per Sempre)’이라는 주제 아래, 오페라가 지닌 영속적인 아름다움과 예술의 불멸성을 통해 오랜 시간 울림과 감동을 전해온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자 정신에 대한 연결성을 드러내 보인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축제로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쌓아온 오페라 역사를 토대로 대중과 함께 지속적인 오페라 발전에 대한 염원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축제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온 네 편의 오페라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베르디, 비제, 모차르트, 글룩으로 이어지는 오페라 거장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축제 라인업은 작품 자체가 지닌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무대로 ‘영원히 사랑받는 오페라’라는 축제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구현한다.

#1. 뒤바뀐 운명과 복수의 불꽃 :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이재성 국장이 지난 8월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2층 카메라타에서 열린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이번 축제는 격정적 선율과 운명적 서사가 어우러진 베르디의 명작으로 시작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하고 대구에서 초연하는 ‘일 트로바토레’(9월 26일·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개막작으로 올려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랑과 복수, 가족의 비밀이 얽힌 비극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며 세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전의 아름다움에 세련된 감성을 더한 현대적인 해석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시각화를 실현하고, 시대를 초월해 예술로 승화된 불멸의 감정을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선보인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개막에 앞서 지난 8월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2층 카메라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축제의 기획 방향과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간담회 현장에는 정갑균 관장을 비롯해 ‘일 트로바토레’ 지휘자인 부천시립교향악단 아드리앙 페뤼숑, 연출가 이회수, 영남오페라단 이수경 단장, 그리고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 이재성 국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일 트로바토레’에서 ‘만리코’ 역을 맡은 테너 국윤종과 ‘레오노라’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명주가 주요 아리아를 노래해 올해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고, 기대감을 높였다.

#2.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새 : 비제 ‘카르멘’

두 번째 전막 오페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초청, 영남오페라단 제작으로 선보이는 ‘카르멘’(10월 16일·18일 대구오페라하우스/11월 2일 아양아트센터)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영남오페라단이 함께하는 의미 깊은 무대가 된다.

오페라 ‘카르멘’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치명적 대가를 그린 비제의 천재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매혹적인 명곡들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로서 이번 축제를 통해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 작품임을 증명해 보인다. 사랑을 중심으로 ‘생과 죽음’이라는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담아, 오늘날까지 관통하는 대중성과 영원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3. 유머를 겸비한 통찰력 있는 사회 비판 :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세 번째 전막 오페라는 전 세계 신진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10월 24일·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이다. 이번 공연은 ‘2025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 오페라 분야에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선정되어 세계 각국의 최정예 신진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경쾌한 음악과 재치 있는 희극적 전개, 그리고 계급 풍자를 담아낸 작품으로 익숙하고 친근한 작품이다. 시대가 변해도 작품에서 보여주는 인간관계 속 유머와 진실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극 중 인물에 투영된 관객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공연의 몰입도를 높인다.

복잡하지만 보편성을 가진 다양한 관계를 다루며 고전과 현대를 연결하는 작품으로 특별히 이번 공연은 ‘오페라’를 통해 글로벌 성악가와 극장이 함께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의미 있는 무대가 된다.

#4.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의 서사 :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폐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 7월 오페라의 심장, 유럽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축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선보였던 자체 제작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1월 7일·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다.

오페라 개혁가로 불리는 글룩의 걸작이며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친숙하게 다가온 오페라다. 사랑하는 이를 되찾기 위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오르페오의 여정을 그린 서정적인 작품으로 사랑과 의심 속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구조를 통해 영속적 메시지를 전하고, 죽음마저 초월할 수 있다는 믿음의 ‘영원성’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다.

네 편의 전막 오페라와 함께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창작·제작 콘체르탄테인 진영민의 ‘미인’(10월 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도 무대에 오른다.

콘체르탄테 ‘미인’은 조선시대 회화에서 여성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자 간송 전형필의 문화보국 정신이 지켜낸 보물인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 삼은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들의 삶과 관계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상상력과 음악이 더해져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오페라로 탄생하게 된다.

이번 축제는 특별히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한·일·중 갈라 콘서트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10월 30일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공연한다.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는 동아시아의 3국을 대표하는 한국 대구오페라하우스, 일본 후지와라가극단, 중국 국가대극원이 참여해 화합의 무대를 선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문화예술교류를 이어온 역사를 축하하고,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적 연대와 평화의 가치를 함께 만드는 오페라 무대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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