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다솔은 오는 10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A Night of Chopin’이라는 타이틀로 리사이틀을 연다. ⓒ판테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각 작품을 한 편의 장으로 삼아, 피아노라는 악기를 넘어 ‘저의 소리’를 들려주겠습니다.”

김다솔이 진솔한 음악 고백을 건넨다. 섬세한 감성과 탁월한 해석으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그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서정과 열정, 고독과 환희가 교차하는 음악으로 자신만의 사운드를 선사한다. 이를 통해 ‘사유하는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한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오는 10월 23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쇼팽의 작품으로만 채운 리사이틀을 연다.

공연 타이틀은 ‘A Night of Chopin(쇼팽의 밤)’. 화려한 무대 경험 속에서도 끝내 외면하지 않았던 김다솔의 내면적 갈망을 응축한 공연이다. 쇼팽의 곡을 통해 음악가로서의 성찰과 청중과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새롭게 다짐한다. 단순한 레퍼토리 선택을 넘어 그의 음악 여정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무대다.

쇼팽은 19세기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정점에 서 있는 작곡가로, 섬세한 서정성과 독창적인 화성을 통해 피아노를 가장 시적이고 내밀한 악기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기교적 과시를 넘어 내면의 감정과 시대적 정서를 담아낸 고유의 언어로 평가받는다. 김다솔은 쇼팽이 펼쳐낸 이런 손끝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변환해 들려준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쇼팽 후기 양식을 대표하는 ‘폴로네즈-환상곡(Op.61)’은 유영하는 루바토와 환상적 전개로 즉흥과 질서 사이에서의 첨첨한 서사를 빚어낸다. 서정과 격정이 공존하는 대작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Op.58)’에서는 선언적인 긴장과 노래하는 제2주제의 대비(1악장), 수정처럼 맑은 스케르초(2악장), 기도문 같은 라르고(3악장), 토카타적 에너지의 피날레(4악장)까지 구조의 호흡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시적 선율미가 돋보이는 ‘발라드 3번(Op.47)’은 목가적인 빛과 갑작스러운 그림자의 교차 속에서 내면의 파동을 그려내며, ‘녹턴 Op.32-2’의 뜻밖의 단조 코다와 ‘녹턴 Op.27-2’의 벨칸토 선율은 숨 고르는 침묵의 시간을 확장한다. 또한 ‘연습곡 Op.25-7’에서는 왼손 칸틸레나가 한숨처럼 길게 이어진다.

마지막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즈(Op.22)’는 고요한 독백(Andante)에서 외향적 응답(Polonaise)으로 이어지는 ‘자기 대화’로, 한 밤의 여정을 정점으로 이끈다.

이 모든 흐름을 한 무대에서 꿰어내는 일은 단순한 기교의 과시가 아니라 해석과 호흡, 침묵과 발화에 대한 고백이며 김다솔이 쇼팽 앞에서 새로 쓰는 음악가의 선언이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오는 10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A Night of Chopin’이라는 타이틀로 리사이틀을 연다. ⓒ판테온 제공


김다솔에게 이번 독주회는 단순히 쇼팽의 작품을 연주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랜 시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통해 ‘사유하는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한 그는 이제 낭만주의의 정수라 불리는 쇼팽과의 깊은 마주함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장을 연다.

쇼팽의 음악 속에서 그는 내면의 서정과 외향의 열정, 고독과 환희가 교차하는 인간적 스펙트럼을 건반 위에 펼쳐내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성찰과 고백을 담는다. 이번 ‘쇼팽의 밤’은 단순한 독주회가 아니라, 김다솔이 다음 단계의 음악적 여정을 선언하는 무대이자 관객과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김다솔은 뉴욕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으며 독창적인 해석과 깊은 통찰로 청중과 진정성 있는 교감을 이어왔다. 특히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주하며, 단순한 기교를 넘어 치밀한 사유와 통찰을 담아내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

1989년생 김다솔은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통영 윤이상 국제콩쿠르, 미국 YCA 국제 오디션, 프랑스 에피날 국제 피아노콩쿠르, 독일 키싱엔 클라비어올림프 국제 피아노콩쿠르 등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또한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서도 주목받으며 국제 음악계가 가장 신뢰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교수,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게랄드 파우트 교수를 사사했으며 이후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재직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차세대 피아니스트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