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신준이 오는 12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노르딕: 언베일드(NORDIC: UNVEILED)’라는 제목으로 독주회를 연다. ⓒ가온클래식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겉으로는 차갑고 투명하지만, 그 안에는 섬세하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습니다. 이 음악들은 과장보다는 정직함, 외침보다는 고요함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 균형을 피아노 하나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해온 프로그램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신준은 ‘아이디어 뱅크’다. 틀에 박힌 리사이틀을 지양하며 매년 테마가 명확한 기획 독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곡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서사’로 촘촘하게 엮어 호평을 받았다.
폭넓은 레퍼토리와 탄탄한 기획력으로 주목받는 김신준이 다시 실력을 발휘한다. 오는 12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북유럽의 자연·신화·정서를 담은 피아노 독주회 ‘노르딕: 언베일드(NORDIC: UNVEILED)’를 연다.
‘노르딕(Nordic)’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을 가리킨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기에 왼쪽으로 치우친 십자가가 들어있다.
이번 공연은 이들 나라 중 3국(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을 대표하는 카를 닐센(칼 닐슨), 장 시벨리우스,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피아노 작품을 중심으로 꾸며지며, 국내에서 드물게 북유럽 피아노 문헌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획 공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피아니스트 김신준이 오는 12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노르딕: 언베일드(NORDIC: UNVEILED)’라는 제목으로 독주회를 연다. ⓒ가온클래식 제공
공연 제목 ‘노르딕: 언베일드’는 ‘베일을 벗겨 드러나는 북유럽의 본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작곡가는 각기 다른 국가적 배경과 미학을 지니지만, 전반적으로 자연·신화·민족적 서정성이라는 공통 축을 가지고 있다. 공연 포스터도 북유럽의 감성이 느껴지는 칼 라르손의 그림 ‘트리 꾸미기’를 활용했다.
닐센은 덴마크 민요의 단순하고 인간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구조적으로 엄격한 피아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자연의 광활함, 서늘하고 투명한 음향 세계를 서정적으로 음악 안에 녹여냈다. 또한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민속적 리듬과 전통선율을 통해 신화적 정서를 가장 시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음악가다.
김신준은 세 작곡가를 하나의 음악적 흐름 속에 배치함으로써 ‘북유럽 음악의 정체성’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는 닐센의 ‘5개의 피아노 소품(Op.3)’ ‘유모레스케 바가텔(Op.11)’, 시벨리우스의 즉흥곡·연습곡·애가·왈츠 등 대표적인 피아노소품 모음곡, 그리그의 ‘트롤하우겐의 결혼식(Op.65)’ ‘페르귄트 모음곡(Op.46, 55)’ 등을 연주한다.
프로그램은 모두 소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작품의 성격과 감정의 결이 정교하게 이어지도록 서사적 배열을 갖췄다. 이번 무대 역시 북유럽이라는 지리적·문화적 배경과 그 속에서 태어난 음악의 고유한 색채를 면밀히 읽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음악을 바라보는 그의 지속적인 태도—즉, ‘주제적 관점에서 작품을 재구성하고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방식’—이 이번에도 유효하게 적용되며, 하나의 음악적 에세이와 같은 구조를 이룬다.
김신준은 과천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에 수석 입학 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유학을 떠났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학사·석사·최고 연주자과정을 모두 수석 졸업하며 연주력과 학문적 연구를 겸비한 연주자로 평가받아왔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해 왔으며, 매년 ‘From Mozart to Glass’ ‘낭만의 빛’ ‘The Art of Variations’ ‘Lyricism of the North’ 등 테마가 명확한 기획독주회를 선보이며 피아노 레퍼토리 연구의 폭과 질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