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아리랑 100주년 기념 세계평화기원 서울 아리랑 국제코랄페스티벌’이 오는 10월 열린다. 페스티벌의 공동조직위원장에는 국제문화공연교류회 회장 양평수(왼쪽)와 ‘영화아리랑개봉백년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 김연갑이 맡는다. ⓒ아리랑국제코랄페스티벌조직위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1926년 4월 서울 안암동에서 촬영을 시작해 10월 1일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나운규가 각본·배우·감독 1인 3역을 맡았다. 상영과 동시에 대박을 터뜨렸다. 밀려드는 관객 때문에 극장 문이 부서지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마 순사까지 출동했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3·1운동으로 고문을 당해 정신이상이 된 주인공 영진이 누이동생을 범하려는 악덕 지주의 청지기(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을 들던 사람)이자 왜경 앞잡이인 기호를 낫으로 찔러 죽인다. 영진은 살인범으로 왜경에게 체포돼 두 손이 포승줄에 묶긴 채 아리랑고개를 넘어갈 때 백성들이 모두 함께 아리랑을 부른다.
이때 영화의 주제가처럼 쓰인 아리랑이 ‘본조아리랑’이다. ‘본조아리랑’은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흔히 우리나라 4대 아리랑으로 불린다. ‘본조(本調)’는 1940년대 말 국악계에서 사용한 용어다. 음악적 원류(源流)나 본류(本流)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리랑의 확산 장르에서 본(本)·원(元)·중심(中心)이라는 의미로 불리는 용어다. ‘각 장르 아리랑 표제 작품에서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아리랑’이라는 의미에서 다른 아리랑과 구분 짓기 위해 1960년대에 일반화된 것이다.
나운규의 ‘아리랑’은 흑백무성영화로 서양의 무성영화는 자막으로 처리돼 감상했지만, 조선의 무성영화는 변사가 스크린 옆에서 캐릭터의 모든 극중 역활과 더불어 해설까지 도맡아 담당했다. 안타깝게도 ‘아리랑’ 영화 필름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본조아리랑’은 ‘서울·경기아리랑’을 기반으로, 노랫말과 곡조를 나운규와 단성사의 김영환(감독·변사·작곡가)이 만들었다. 1920년대 중반의 트렌드에 맞게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과 일본 음악의 혼종 어법인 왈츠풍 4분의 3박자를 수용해 대중의 정서에 영합한 신아리랑이다.
영화 개봉 직전에 저항적인 일부 사설(辭說)이 삭제당하는 탄압을 받았다. 이러한 압제는 오히려 대중 사이에서 ‘본조아리랑’이 전파되는 것을 부추겼다. ‘아리랑’이 대흥행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영화보다도 주제가가 1930년을 전후해 전국에서 빅히트했다.
2026년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상영 10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지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국제 합창 축제가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공연장은 추후 공지)에서 열린다.
‘본조아리랑 100주년 기념 세계평화기원 서울 아리랑 국제코랄페스티벌’은 아리랑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되새기고, 국경과 세대를 넘어 인류 공동의 평화와 연대를 노래하는 국제 합창 축제로 기획됐다.
아리랑은 특정 작곡가가 아닌 민중의 삶 속에서 생성되고 전승된 노래다.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을 계기로 민요를 넘어 근대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민족 공동체의 감정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번 페스티벌은 그 전환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아리랑의 본질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예술 형식인 합창을 통해 오늘의 시대적 메시지로 확장된다.
아리랑 국제코랄페스티벌은 아리랑을 단순한 문화유산의 보존 대상이 아닌, 오늘의 시민들이 직접 부르고 공감하는 ‘살아 있는 무형유산’으로 재조명하며, 국내외 합창단들이 한 무대에 모여 평화, 화해, 연대의 가치를 음악으로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페스티벌의 공동조직위원장에는 국제문화공연교류회 회장 양평수와 ‘영화아리랑개봉백년기념사업회’ 공동위원장 김연갑이 참여해 행사의 역사적 정통성과 국제적 확장성을 함께 이끈다.
제작감독은 퍼포밍파크 이사 박은용이 맡아, 공연예술 전문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완성도를 갖춘 국제 코랄 페스티벌로 구현할 계획이다.
평생 아리랑 연구와 보급에 헌신해 온 김연갑 공동조직위원장의 참여를 통해,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의 역사적 맥락과 ‘본조아리랑’의 문화사적 의미를 함께 조명하는 상징적 행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조직위원회는 “1926년은 아리랑이 민중의 노래에서 대중의 노래로 확산된 역사적 분기점이다”라며 “본조아리랑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국제코랄페스티벌이 세대와 국경을 넘어 평화를 노래하는 문화외교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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