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리뷰] 역시 음악이 최고의 면역력!...한국가곡연구회 54회 정기연주회 성황
성악가 10명 힐링무대 선물...젊은 감각 맞춘 편곡버전 선보여 갈채
박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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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10:49 | 최종 수정 2023.03.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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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지난 1993년에 창단했으니 올해로 28년 됐습니다. 우리만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을 선사하려고 늘 애썼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가 극성일 때는 ‘음악이 최고의 면역력’ 입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여러분께 오늘 저희가 부르는 한국가곡이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가곡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정선화 회장의 바람이 고스란히 이루어졌다. 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한국가곡연구회 제54회 정기연주회를 감상한 관객 모두는 위로·위안의 치료제를 맞은 것처럼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상의 성악가 10명이 ‘삶! 언제나 소망’이라는 콘서트 타이틀에 걸맞게 멋진 무대를 펼쳤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점은 한국가곡이 더 세련되게 업그레이드된 것.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게 편곡된 작품을 많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가곡은 ‘구닥다리’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소프라노 김지현의 ‘못잊어(김소월 시·조혜영 곡)’와 테너 이재욱의 ‘얼굴(심봉석 시·신귀복 곡)’이 대표적이었다. 두 곡 모두 쉬운 노랫말로 구성돼 있는데다 요즘 감각에 맞게 베리에이션을 줘 새로웠다. 거기에 베테랑의 관록과 기량까지 덧붙여져 관객 마음을 ‘들었다 놨다’ 매직 퍼레이드를 벌였다. 김지현은 ‘아리랑연가(고영복 시·나실인 곡)’, 이재욱은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이안삼 곡)’에서도 실력을 뽐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들 오리니” 소프라노 정선화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시킨 시·김효근 역·김효근 곡)’를 불러 삶에서의 긍정 마인드를 다시 한번 환기시켜줬다.
소프라노 김순향은 사랑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고 있는 ‘파도의 노래(조재선 시·김성희 곡)’와 ‘그런거야 사랑은(최숙영 시·이안삼 곡)’을, 소프라노 류문규는 한 사람을 향한 엔드리스 러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동심초(설도 시·김억 역·김성태 곡)’와 ‘첫사랑(김효근 시·곡)’을 노래했다.
소프라노 이윤숙 역시 ‘어느날 내게 사랑이(다빈 시·이안삼 곡)’와 ‘한 여인의 전설(김생기 시·정애련 곡)’을 선보여 브라바를 이끌어냈다.
테너 김정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있는 ‘가고파(이은상 시·김동진 곡)’와 삶에 대한 관조가 돋보이는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곡)’을 들려줬다.
스리 바리톤 무대도 브라보 행진이었다. 오동국은 ‘화초장타령(홍보가 중·전인평 곡)’과 ‘마중(허림 시·윤학준 곡)’을, 송기창은 ‘잔향(이연주 시·윤학준 곡)’을, 그리고 박경준은 ‘박연폭포(경기민요)’와 ‘그리워(이은상 시·채동선 곡)’를 연주했다. 특히 오동국은 ‘화초장타령’에서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입담까지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정선화와 송기창은 남성듀오 유심초가 불러 히트한 대중가요 ‘사랑이여(최용식 시·곡)’를 불렀고, 정선화·김지현·이윤숙의 스리 디바는 예쁜 노랫말과 서정적 멜로디가 일품인 ‘남촌(김동환 시·김규환 곡)’으로 완연한 봄을 선물했다.
피아니스트 정영하와 김건와가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춰 최고의 무대를 빛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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