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카르미나 부라나는 운명이라는 굴레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쁨과 절망, 희망과 슬픔 등 마치 우리 삶의 모습과도 같은 순환 구조를 구현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이 어려운 시기가 끝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께 전달하고 싶습니다.”
국립합창단 윤의중 단장 겸 예술감독이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칼 오르프(1895~1982)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공연을 앞두고 팬데믹으로 시름에 빠진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국립합창단 기획공연 ‘위대한 합창시리즈’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오는 3월 2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휘자 윤의중이 포디움에 서고 박미자(소프라노), 박의준(테너), 한명원(바리톤) 등이 독창자로 나선다.
1895년 독일 뮌헨 출신의 칼 오르프는 오페라, 음악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며 20세기 현대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지휘자, 음악교육가다. 1921년 독일의 작곡가 하인리히 카민스키(1886~1946)를 사사한 그는 뮌헨·만하임·다름슈타트에서 지휘를 공부했고, 1936년 일생일대의 역작 오라토리오 ‘카르미나 부라나’를 완성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카르미나(Carmina)는 라틴어로 노래를 뜻하는 carmen의 복수형이고, 부라나(Burana)는 보이에른(Beuern)의 라틴어 이름이다. 따라서 카르미나 부라나는 ‘보이에른의 시가집’이란 뜻이다.
이 작품은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립오페라극장에서 일부 초연됐고, 3부작 전곡의 초연은 1953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성악 및 합창, 오케스트라, 춤, 무대장치 등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작품으로, 1803년 독일 보이에른 지방에 위치한 베네딕트 보이렌 수도원에서 발견된 250개의 필사본 중 칼 오르프가 25곡을 발췌해 만든 무대 음악형식의 칸타타(성악곡)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카르미나 부라나’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됐다. 서곡은 제1곡과 제2곡으로 나뉘며, 제1부 ‘새봄’(제3곡~제10곡), 제2부 ‘술집에서’(제11곡~제14곡), 제3부 ‘사랑의 정원’(제15곡~제24곡)을 주제로 하며, 제25곡은 처음 제1곡이 다시 반복되는 구조를 지닌다. 시작과 마지막 곡인 ‘O! Fortuna(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강렬한 합창의 선율로 드라마나 영화 또는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돼 대중들에게 이미 친숙한 곡이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라틴어와 독일어가 혼합된 가사로 사랑, 종교, 도덕, 술, 자연에 대한 묘사 등 다양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정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리듬, 독특한 화성적 구조, 팀파니·글로켄슈필·실로폰·심벌즈·트라이앵글 등의 대규모 타악기 배치, 소프라노·테너·바리톤·독창 및 대합창·소합창·어린이 합창의 편성, 장엄한 대형 오케스트레이션 등 현대적이면서 독창적인 칼 오르프만의 독특한 음악 양식을 구축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8월에 열린 ‘베르디 레퀴엠’과 12월에 열린 ‘2021 송년음악회’ 등 국립합창단과 여러 차례 협연하며 화려한 기교와 폭넓은 음색으로 호평을 받은 소프라노 박미자(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 현재 국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부드럽고 깊은 음색의 테너 박의준, 세계적 명성의 각종 콩쿠르 석권 및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한명원과 광명시립합창단, TBC·수성아트피아 소년소녀합창단, 클림오케스트라까지 성악 및 합창,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무대로 20세기 현대음악의 진수를 선사한다.
티켓은 1만~3만원이며 오는 1월 26일(수) 오후 1시부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및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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