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더 많은 시간 쓰고 싶다”...초등 입학 한달만에 홈스쿨링 이혁 롱티보 콩쿠르 공동1위

임동혁 이후 21년만에 한국인 우승...노희성은 5위

민은기 기자 승인 2022.11.14 09:46 의견 0
피아니스트 이혁이 13일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혁이 지난 3월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에투알클래식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라며 초등 입학 한달 만에 홈스쿨링을 선택한 피아니스트 이혁(22)이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혁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결선에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1등 자리를 꿰찼다. 상금으로 3만5000유로(약 4800만원)를 받는다.

결선에는 모두 6명이 진출했으며,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한 일본의 피아니스트 마사야 카메이(20)와 1등의 영예를 나눠 가졌다. 이번 결선에 함께 진출한 또 다른 한국인 피아니스트 노희성(25)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1943년 창설된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1위에 오른 것은 2001년 임동혁 이후 21년 만이다. 2012년에는 안종도가 1위없는 2위를 했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13일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혁이 지난 3월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에투알클래식 제공

이혁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결선에 올랐지만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당시 그는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게 행복하다. 이미 꿈은 이뤄졌다. 경연에 함께한 모든 참가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고 말해 한충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실력은 금세 빛을 발했고 같은 해 12월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두 살 무렵부터 음악 소리가 들려오면 몸을 흔들고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놀았다고 해요. 어머니가 장남감 키보드를 가지고 놀아주셨는데, 어느날 제가 모든 건반의 음을 보지 않고도 다 맞혔다고 해요. 장난감 바이올린을 가지고 놀 때도 동요의 선율을 알려주면 바로 따라서 잘 켰다고 합니다. 세 살부터 동네에 있는 음악교실에 놀러 다녔고, 그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된 것이 제 음악의 시작이었어요.”

2000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혁은 한 인터뷰에서 음악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밝혔다. 초등학교 입학 한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통해 음악에 집중했다. 그는 두 악기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음악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싶어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그는 “어렸을 때도 악기 연습을 한 번도 지루해한 적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신기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13일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결선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혁이 지난 3월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에투알클래식 제공


선화 예술학교 예비과정에서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이혁은 2009년 리틀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우승 및 최우수 협주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에는 ‘스타 피아니스트 등용문’으로 불리는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2016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 들어갔고,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교수 문하에 있다가 올해 2월 휴학했다.

이혁은 체스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엔 아마추어로서 모스크바 오픈 체스 토너먼트에 출전하기도 했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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