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명 칼군무 다시 춘다...지난해 빅히트 ‘일무’ 올해 4막으로 업그레이드

서울시무용단 5월 25~28일 총4회 세종대극장 공연
새로운 3막에 ‘죽무’ 추가해 더 강렬한 남성미 발산
의상색깔도 화려하게 변화 줘 ‘그림같은 무대’ 선사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4.11 09:54 | 최종 수정 2023.04.11 09:56 의견 0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무용수 55명이 선사하는 ‘칼군무’를 다시 본다.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관객을 만난다. 3막에서 4막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더욱 화려해진 의상과 함께 남성미 넘치는 ‘죽무’ 파트까지 보강해 공연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은 ‘일무’를 오는 5월 25일(목)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작년 5월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무’는 제작극장을 표방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무용 초연으로는 이례적으로 3022석 세종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을 펼친 ‘일무’는 75%라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구호의 연출과 디자인, 정혜진·김성훈·김재덕의 안무, 그리고 안무가 김재덕의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전통춤의 저력과 현대 무용의 미학이 만난 오늘을 대변하는 멋진 공연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문화유산 종묘제례악에서 출발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되는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기악과 노래, 춤을 말한다. 그 중 제례무를 일컬어 ‘일무(佾舞)’라 하는데 하나로 열을 맞추어 춤을 춘다는 뜻이다.

‘일무’는 종묘 제례무를 모티브로 하지만 원형의 재현이 아닌 새롭게 창작된 춤이다. 서울시무용단의 총 55명 무용수가 열을 맞춰 대형군무를 선보이는 ‘일무’는 장엄함과 웅장함을 넘어 한국예술의 특징인 조화와 균형미를 담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를 펼쳐 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일무’를 통해 서울시예술단의 성공 가능성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국내외에서 많은 팬 층을 지니고 있는 현대 무용가 김성훈(영국 Akram khan 무용단 단원)과 김재덕(싱가포르 T.H.E 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자)이 안무를 맡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연출과 미장센을 맡아 초연의 탄탄한 팀워크를 재연한다. 이들은 ‘일무’가 서울시무용단의 대표레퍼토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더 보탰다.

● 더욱 화려해진 의상과 남성미 넘치는 ‘죽무’까지 더해져 장관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초연과 달라진 부분은 전체 구성이 기존 3막에서 4막으로 바뀌었다. 2023년 새롭게 선보이는 ‘일무’는 1막 ‘일무연구’, 2막 ‘궁중무연구’, 3막 ‘죽무’, 4막 ‘신일무’로 재편성했다. 특히 2막 ‘궁중무연구’는 ‘춘앵무’만 남기고 ‘가인전목단’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4막 ‘신일무’로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3막인 ‘죽무’를 추가해 극적 에너지를 응축해, 4막에서 강하게 발산하도록 했다. 새로 추가된 ‘죽무’는 큰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들의 춤으로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창작 무용이다.

‘일무’는 전체적으로 한국 전통무용의 형태와 구성을 살리되, 현대적 응용으로 우리 춤의 새로운 발전과 계승을 돕는다. 또한 1막의 ‘일무연구’ 의상 중 ‘전폐희문지무’의 진한 남색의상은 흰색으로, ‘정대업지무’의 암적색의상은 주황색으로 변화를 주어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또한 선과 색감을 이용한 무대장치와 영상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정구호만의 미장센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 음악하는 안무자 김재덕과 연출 정구호의 예술적 결합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해 초연에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새롭게 단장돼 5월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조상에게 한해 무탈하게 살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계속 잘 보살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종묘제례악의 무용이 ‘일무’다. 1425년 종묘에서 제례악을 듣던 세종대왕은 우리 음악으로 조상을 모시기를 원했고, 그로부터 10년 후 종묘제례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종묘제례악은 세조 때에 와서 비로소 현재 모습을 갖추고 종묘에서 사용됐는데, 음악이 다소 ‘경쾌’하게 변모했다.

이러한 종묘제례악의 음악이 현대 무용가 김재덕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고 1막에서 ‘일무’의 전통을 최대한 살려 재해석했다. 1막의 음악은 총 15개의 악기(축, 박, 절고, 노래, 대금, 장구, 좌고, 아쟁, 어, 피리, 해금, 방향, 편경, 편종)가 사용되며, 특이하게 더블베이스를 추가했다.

막이 진행될수록 음악은 전통에서 현대로 시간을 관통하며 재구성됐다. 태평소와 같은 전통악기를 일부 제외해 좀 더 단순하고 흡입력 있게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냈고, 리듬도 갈수록 빈틈없이 촘촘하고 빠르게 진행돼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바야흐로 김재덕 안무가의 음악작업이 일렉사운드와 어쿠스틱사운드의 조화를 추구하는 연출가 정구호의 예술적 의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일무’는 세종대극장에서 모두 4회 공연하며, 입장료는 3만~8만원이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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