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라트리 “오르간 장점은 다재다능함...한국 아내 편곡곡도 연주”

노트르담 대성당 전속 오르가니스트 6년만의 내한공연
다양한 레퍼토리 준비...‘깜짝 즉흥연주’ 한번 더 기대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5.02 23:16 | 최종 수정 2023.05.03 00:08 의견 0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가 오는 5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올리비에 라트리(61)는 빼어난 즉흥연주로 유명하다. 그는 2017년 롯데콘서트홀 공연 당시 깜짝쇼로 화제를 모았다. 사전에 관객들이 메모지에 적어낸 멜로디 가운데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음’을 즉석에서 골라 다양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변주를 선보였다. 연주 중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닿도록~” 관객 떼창을 유도해 잊지 못할 진풍경을 만들었다.

“즉흥연주는 큰 도전이 필요할 만큼 어렵지만 나중에 청중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작곡되며 마지막 음이 끝나면 즉시 사라집니다. 아주 근사한 의미를 담고 있죠.”

6년 전 파이프오르간의 멋진 변주를 들려줬던 올리비에 라트리는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난다. 공연을 앞두고 2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음악은 영역이 넓기 때문에 한 가지 레퍼토리만 계속 연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한평생 모든 곡을 다 연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탐구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즉흥연주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시도다. 이번 공연에서도 즉흥연주를 펼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즉흥연주는 청중, 악기, 그날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 달라”며 여운을 남겼다.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가 오는 5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라트리는 파이프오르간에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1984년 최연소 나이인 스물셋에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노트르담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는 현재 50여명이다.

“오르간은 다재다능합니다. 소리가 매우 넓고 다채로워 들을 때마다 항상 압도됩니다. 현대 작곡가들은 이런 오르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오르간의 미래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어요."

실제 파이프오르간은 한 번에 한 음만 내는 단선율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선율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 ‘악기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다.

그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악기를 연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이러한 악기는 최고의 스승이다”라며 “30년 이상 연주한 음악이 어떤 오르간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것을 발견할 때면 항상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를 열면 매번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어 전통과 진화는 함께 작용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라트리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1막 서곡,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 프랑크의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5번 바단조’를 연주한다.

이 가운데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인 오르가니스트 이신영이 편곡한 버전이다. 그는 “공연은 없었지만 아내가 한국인이라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 한국을 찾았다”면서 “아내가 편곡한 곡은 상당히 훌륭해서 직접 연주해보고 싶었다”라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가 오는 5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나머지 곡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는 뿌리 깊은 오르간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 출신이다”며 “그래서 프랑스 작곡가인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의 음악을 선택했고, 특히 마지막 5악장 ‘토카타’로 유명한 비도르의 5번 교향곡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그램에서 연주되는 모든 작곡가들은 마치 음악 대가족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며 “바그너와 리스트는 세 명의 프랑스 작곡가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노트르담 대성당은 엄청난 자랑이다. “노트르담은 제 마음뿐만 아니라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어요. 낮의 미사, 저녁 리허설과 공연, 또 하루의 강의가 끝나면 늘 이곳을 찾죠. 여행이나 하루 일과로 지쳐 피곤한 몸으로 도착해도 이곳에 가면 완전히 활력이 넘쳐요. 그 건물아 주는 힘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한 덕분일까요?”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가 오는 5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라트리는 2019년 화재가 난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복구 경과도 밝혔다. 오르간은 참사 당시 다행히 망가지지 않았고, 건물을 복구하며 현재 다시 설치 중이다. 내년 12월 재개관에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이 나고 몇 달 동안 오르간을 꺼내 청소하고 리빌딩했고, 보이싱(음색 조정) 작업을 할 예정이다”라며 “음향 측면에서 건물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마치 즉흥연주처럼 그때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트리는 자신이 어떠한 오르가니스트로 기억될지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성당에서 연주하거나, 콘서트를 열거나, 후학을 양성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당에서 연주할 때 저는 듣는 이들의 영혼을 위해 연주하고, 그들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노력합니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저는 그들의 마음이 자신들의 영혼에 닿을 수 있도록 연주합니다. 와서 보세요. 들으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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