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올해는 힘겨운 싸움...빈필·베를린필·로열콘세르트헤바우와 승부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 메인공연 진행
축제기간 동안 명문 오케스트라와 일정 겹쳐

이안 보스트리지 ‘인문학 강연’ 참신 아이디어
​​​​​​​바닥에 앉아서 듣는 ‘베이비 콘서트’도 눈길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9.14 11:36 의견 0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힉엣눙크 갈라콘서트 공연 모습. ⓒ힉엣눙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들과 정면대결을 벌인다. 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교향악단의 내한이 이어지는 2023년 가을, 6회째를 맞이하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11월에 6개의 메인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로 한판 승부를 준비한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빈필하모닉, 베를린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등 쟁쟁한 오케스트라와 겨뤄야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아이덴티로 맞서겠다는 각오다.

얼핏 보면 발음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영어 ‘히어 앤 나우(Here and Now)’를 생각하면 수월해지는 ‘힉 엣 눙크(Hic et Nunc)’.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비정형성(非定型性)을 특징으로 하는 차별화된 클래식 음악 축제다. 창작과 연주를 골자로 하는 다수의 클래식 음악 축제와는 다르게, 미묘하게 변화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트렌드를 우선 담아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형태를 정의하지 않고 경계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무정형성과 무경계성은 ‘힉엣눙크!’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자 다른 수많은 음악 축제들과 구분 짓는 확실한 태그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현대 음악제를 표방하지는 않으나 음악계 내외부의 변화에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반영하는 축제다.

이와 아울러 수백 년 동안 내려오는 고전음악을 21세기의 환경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선구자적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제를 함께 만든 아티스트들은 피아니스트 신수정·다비드 프레이·비킹구르 올라프손·프랑수아 자비에 포아자·유영욱·임주희,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클라라 주미 강·알렉스 이구데스만·데이비드 첸·윌리암 웨이·필립 퀸트·프랭크 황,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올레 아카호시·김정환·사라 산암브로지오, 더블베이시스트 에드가 마이어,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클라리네티스트이자 작곡가 외르크 비트만,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 퍼커셔니스트 김한규와 배우 윤석화 등이 있다.

● 고전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근본’을 생각해보는 페스티벌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힉엣눙크 갈라콘서트 공연 모습. ⓒ힉엣눙크 제공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힉엣눙크!’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총 6개의 메인 행사와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홀,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트렌드를 점검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축제답게 매년 별도의 축제 타이틀을 지정하지 않는다. 마치 잘 차려진 셰프 특선 요리처럼 세종솔로이스츠가 다각도로 엄선한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축제는 고전 음악의 근본(Fundamental)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띄는데 인문학에 대한 탐구를 담은 렉처, 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콘서트가 새롭게 기획됐다. 스타 음악가와 세종솔로이스츠와의 음악적 협업, 라이징 스타를 발굴하는 노력,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나는 접점에 대한 기획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다.

● 역사학 박사 테너 이안 보스티리지의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 렉처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테너 이안 보스티리지는 인문학 강연과 공연을 동시에 진행한다. ⓒ힉엣눙크 제공


그 시작은 11월 9일(목)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중의 한 사람인 이안 보스트리지(1964년생)의 렉처로 출발한다.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을 가진 이 렉처는 경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다.

이안 보스트리지가 음악가가 되기 이전 역사학자로 옥스퍼드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학자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로 불렸던 그가 인문학적 성찰에 대해서 풀어놓는 국내 최초의 기회다. 이 렉처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문학 지원 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와 공동 주최한다.

‘2023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한 분들과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선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자세한 세부사항은 세종솔로이스츠 홈페이지 및 소셜 미디어에 공개할 예정이다.

11월 14일(화) 두 번째 행사는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콘서트로 이안 보스트리지와 축제의 호스트인 세종솔로이스츠가 꾸미는 무대다. 전반부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이번 축제를 위해 엄선한 작품들이 연주되고 후반부엔 영국의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일뤼미나시옹(Op.18)’을 선보인다.

전반부는 작곡가 브리튼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작곡가 프랭크 브리지(1879~1941), 줄리어드 스쿨 교수인 작곡가 앤드류 노만(1979년생)의 작품에 이어 하이든(1732~1809)의 교향곡 45번 ‘작별’을 연주한다.

후반에 연주되는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의 천재 시인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9개의 산문시에 브리튼이 곡을 붙인 작품이다. 가곡 역사상 시인과 음악가의 매혹적 만남을 꼽으면 늘 거론되는 작품이며 하이 보이스(High voice, 높은 음역 성악)와 현악을 위한 편성으로 작곡됐기 때문에 테너뿐 아니라 소프라노의 무대도 자주 볼 수 있다.

보스트리지는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동명의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작품 해석의 완전함으로 인해 일련의 노래라기보다는 미니 오페라처럼 보이게 만든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음악회는 원래 2020년 기획했다가 코로나로 미뤄져 3년이 지나 무대에 오른다. 2023년 한국·영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더욱 뜻 깊은 음악회가 됐다.

● 아기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듣는 ‘베이비 콘서트’ 눈길

11월 15일(수) 낮에는 음악계가 소홀하기 쉬운 관객층을 위한 콘서트 ‘Songs My Mother Taught Me’가 진행된다. 미래의 관객인 영유아를 대상으로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연이다. 모두 바닥에 앉아 감상하는 콘서트다. 영유아기의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들의 정서 및 감각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장이 취학 아동부터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영유아기의 아이들이 양질의 클래식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세종솔로이스츠는 영유아와 양육자가 모두 편안한 관람 환경에서 최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

연주자는 소프라노 이결(1984년생), 첼리스트 정수진(1986년생) 등 ‘엄마 음악가’와 세종솔로이스츠의 단원들이 함께 한다. 연주자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직접 선곡했고 공연 타이틀은 드보르자크의 유명 작품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Songs My Mother Taught Me)’에서 따왔다.

취학 이전 영유아기 자녀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다뤄진 사례가 없어 의미가 깊다, 사회 공헌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전석 1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음악회에 참여할 수 있다.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입장 무료다.

11월 15일(수) 저녁에 열리는 ‘NFT 살롱’은 2022년 축제에서 시작된 살롱의 명맥을 이어간다. 진화하는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거리를 좁히는데 노력해 온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그간 음악을 주제로 한 NFT를 드롭하는 것(2022년 축제) 외에도 메타버스에서 공연(2021년)을 하는 등 트렌드를 리딩하는 선구자적 음악 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 NFT 살롱에서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첫 NFT 발행 아티스트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1995년생)과 지난 9월 11일 독일 ARD 콩쿠르 비올라 부문 우승의 소식을 알린 비올리스트 이해수(1999년생)의 연주로 미니콘서트를 진행한다. 2부 행사로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업 커먼컴퓨터와 클래식 산업에서의 NFT의 쓰임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 및 네트워킹 파티를 연다.

이 행사는 NFT 아트 소장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 그리고 NFT 아트 제작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들을 위해 무료로 공개하며 세종솔로이스츠 사무국의 전화 예약을 통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전화 예약은 10월 진행 예정이다.

● ‘젊은 비르투오조’ 시리즈로 바이올리니스트 장한경 리사이틀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장한경은 ‘젊은 비르투오조’ 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힉엣눙크 제공


11월 16일(목)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장한경(2007년생)은 ‘힉엣눙크!’의 전통인 ‘젊은 비르투오조’ 시리즈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힉엣눙크!’는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젊은 음악가를 추천해왔고 역으로 한국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을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장한경은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와 줄리어드 스쿨 예비학교 출신으로 세종솔로이스츠의 ‘영 아티스트 메릿(Young Artist Merit)’ 장학금의 수혜자다.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한국에 미처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려주는 전통을 이어간다.

미국 현대음악 역사에서 최초로 존재감을 드러낸 성공한 여성 작곡가 에이미 비치(1867~1944), 클래식 음악과 영화 음악을 넘나든 20세기가 사랑하는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1938년생)의 작품으로 전반부 무대를 꾸미며, 후반은 외젠 이자이와 카미유 생상스의 명곡인 바이올린 소나타로 정면 승부한다.

● ‘진짜 연주 잘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 공연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는 축제의 마지막 공연에 나선다. ⓒ힉엣눙크 제공


11월 19일(일)에는 축제의 마지막 행사로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1993년생)를 만난다. 주목할 만한 미래가 예측되는 음악가들에게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의 작년 수상자로, 그는 미국의 클래식 음악 방송국 WQXR의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프로펄션 랩’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색소포니스트로서는 최초로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YCA Susan Wadsworth International Auditions)’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되어 클래식 신(scene)보다는 재즈나 대중음악계에서 더욱 인기가 많은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재발견을 돕는다.

스티븐 뱅크스는 클래식 색소폰의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며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Op.19)’를 바리톤 색소폰으로 들려줄 예정이며, 미국인이자 흑인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에서 출발한 창작곡 ‘Come As You Are(사중주 버전)’ 등을 통해 ‘진짜 연주 잘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의 정석을 느껴볼 수 있다.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이외에도 사회 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고등학교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 ‘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조상님’ 세종솔로이스츠 축제 주도

매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는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6개의 메인공연을 진행한다. 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조상님 세종솔로이스트가 축제를 주도한다. ⓒ힉엣눙크 제공


‘힉엣눙크!’ 탄생의 이면에는 한국 클래식 음악 앙상블의 시초가 된 세종솔로이스츠의 예술감독 강효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총감독 강경원이 있다. 세종솔로이스츠라는 탁월한 역량의 단체를 탄생시키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이끌어 온 두 사람은, 문화적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비서울권 음악 축제를 탄생시키고 일군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2004년 탄생시키고 2010년까지 이끌면서, 문화 선진국들의 음악 축제 모델을 완벽하게 한국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클래식 음악의 오래된 산실 줄리어드 스쿨과 명문학교인 예일 음악대학에서 강효 감독이 지도자로 쌓은 명성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다. 1994년 탄생한 세종솔로이스츠는 이미 배출된 인재들의 면면만으로도 탁월한 안목과 감각이 검증된 바 있다. 세종솔로이스츠와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리딩한 강경원 감독이 가진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전을 녹여낸 음악 축제가 바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과 예술의전당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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